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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업을 하면 안 되는가? 공동창업자가 사라지는 순간

by 권상민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다가 흠칫 놀란 적이 있었다.

배우 남궁민이 주연한 드림즈 야구단의 백승수 단장이 극 중 국내최고 IT기업 이제훈 대표의 PF를 찾아가서 야구단 매각을 설득하는 장면이었다.

“창업을 시작할 때 같이 했던 두 친구는 어디있죠? 회사 이름 PF역시 Playground Friends(놀이터 친구들)의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아는데, 같이 창업했던 두 친구는 지금 어디 계신가요?”

이 부분 이었다.


다시 아픈 나의 과거가 떠올랐고, 내 실수가 떠올랐으며, 이게 현실이구나 자책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경우에서는 나를 비롯해서 상당히 많은 회사가 공동 창업을 실패한다.


처절한 자기 반성부터 해 보겠다.

나는 삼성화재를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했다.

2016년 5월 창업을 결심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약 200여권의 책을 읽으면서 방향을 잡았고, 1년 7개월 후 2017년 11월 결국 내가 제일 잘 하는 보험업에서 ‘전세계 저소득층에게 무료보험을 제공한다’는 비전으로 보험회사 설립을 계획했다.

이렇게 계획하면서, 당시 나는 삼성화재 재직중이었기 때문에 한 명 두 명 내가 보험회사를 세운다는 목표 하에 사람들을 모았다. 대부분 직장인이었다.

이렇게 8명이 의기투합을 했고, 2019년 7월에 실제로 창업을 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동창업을 의기투합한 8명 중에서 실제 내가 창업을 할 때 나 혼자만 퇴사하고 창업을 시작한 것이다.

첫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너무 리스크가 큰 작은 스타트업이므로 다들 좋은 직장을 다니는데 퇴사하라고 할 수 없었다.

이 일을 가장 하고 싶었고, 인생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꼭 이루고 싶었던 사람은 나였다.

어떻게 보면 나의 말도 안되는 꿈, 전세계 저소득층에게 무료보험을 제공한다, 이 생각에 전염되어서 설마? 될까? 하면서 모였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큰 갈등이라면 역시 창업자간의 지분문제가 있다.

공동창업을 하려면 이 부분을 매우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시작해야 했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개인사업자 수준이 아니었다.

법인 설립이었다.

법인을 설립해서 초기 자본을 넣고 단 한 명의 구성원이라도 법인답게 운영을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법인 설립에는 필수적으로 주주 구성이라는 것이 들어간다.

내가 8명과 함께 시작했다면 역시 주주구성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런데 8명의 주주 구성은 어떤 비율로 할 것인가?

퇴사를 하고 직접 창업을 시작한 나와 다른 사람의 비율은?

이 중에서도 초기 자본에 기여한 사람이 있을텐데 그 사람의 비율은?

여기서부터 합의를 하지 못했다.

일단 내가 겁도없이 너무 많은 사람과 공동창업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혼자 먼저 창업해서 리스크를 해결할테니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들어오세요라고 말한 것도 잘못이었다.

공동창업이라면 같이 리스크를 지고, 같이 시작하고, 과실이 있으면 같이 나누고, 끝나도 같이 끝났어야 하는 것이었다.

진짜 더 큰 문제는 투자유치시점에 발생했다.

바로 매출이 발생하면 사실 투자유치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 너무 큰 목표로 회사를 설립하다 보니, 보험회사 설립에 어디 돈이 한 두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필수적으로 투자유치를 해야 했다.


약 1년의 준비기간 끝에 투자유치가 가능해졌다.

이때 투자자의 시선은 냉정했다.

창업을 같이 준비했던 공동창업자들의 노고는 인정한다.

그런데, 현재 단독으로 나와서 창업을 준비한 사람은 권상민 대표 혼자 아닌가? 아직 창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지분 인정을 할 수 없다라고 단언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동창업자들이 많이 상처를 입었다.

그 이후도 문제다. 후에 창업하면 지분 챙겨줄게 이렇게 말하면 거짓말이다. 이렇게 할 수 없다.

이미 투자까지 유치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무상으로 지분을 주고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각 주식에 대한 가치가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톡옵션 뿐인데 이것도 잘 해야 10%, 또는 특례등을 적용시 15% 까지만 줄 수 있다.

스톡옵션은 심지어 보통주도 아니다. 나중에 언젠가 실현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파생되는 조건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 창업, 투자 유치, 사업적인 성공, 지분 매각을 통한 엑시트, 누구나 이런 성과보상을 꿈꾸면서 창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분배정이 제대로 안되고 공동창업을 하면서 이런 꿈들이 어그러지면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들어간 것이다.

사업을 실제로 6년하는 과정에 참 많은 분들과 상담을 했다. 실제 법인 설립한 단계도 있고, 준비하는 단계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해서 그런지 공동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가급적, 아니 거의 필사적으로 말린다.

지금 나에게 이 상담을 의뢰하는 당신이 주도적으로 시작한 것이라면 끝까지 혼자 하라고 한다.

누구 누구 함께 공동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 분들이 정말 이 사업에 너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냐고 다시 되묻는다.

당신이 IT를 몰라서 개발자 누구를 들이고 시작하려고 한다면, 그냥 그 사람과 고용의 관계로 가면 안되냐고 묻는다.


최저임금 정도로 그 IT전문가가 퇴근 후 약간의 시간을 들이는 것 정도로 해결하면 안되나요? 다른 전문가에게 필요한 만큼만 시간을 투자하게 하고 그 만큼만 주면 안되나?

꼭 개발자, 기획자, 마케팅 전문가가 필요한가?

심지어 요즘은 AI시대가 된 이후에는 내가 말하는 주장이 더 힘이 실린다.

당신의 모든 아이디어를 잘 구성하고 질문만 똑똑하게 하면 AI가 더 큰 도움을 줍니다. 그래도 혼자 할 수 없을까?

내가 결국 이렇게 지분의 복잡함을 이야기 한 것도 책임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5명이 시작을 해서 전부 20%배정받고 사업을 시작하면 5명의 책임감과 행동이 전부 동일할까?

동일하게 시작했는데 동일한 열정과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갈등이 안 생길까?

우리는 처음에 같이 시작했으니까 괜찮아. 이 말이 언제까지 통할까?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특히 창업자들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우리는 각자 이 영역에서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모였는데, 더 큰 영역의 전문가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때 공동창업자들이 자기가 맡은 영역에서 기꺼이 길을 내주어야 한다. 속 편하게 ‘나는 지분률이 높으니까 응 내 일을 대신하는 전문가 들일께’라고 생각하기가 참 쉽지 않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만들었는데 나보다 더 잘한다고 전문가를 들이려고 하지? 가 되는 경우를 참 많이 봤다.

회사가 성장을 해야 하는데 초기 공동창업가 그룹때문에 전문가를 더 들이지 못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스타트업 씬에서 비일비재하다.


앞에서 공동창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살펴 보았다.

지분구성, 책임감과 행동여부 결과, 전문가 영입 문제 등이다.

최초의 사업을 준비하는 당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하자.

분명히 어떤 생각은 여럿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이 생각을 꺼낸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생각을 현실화 시키고 싶어하는 그 어떤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략 10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나는 이제 분명히 말한다.

바로 그 단초가 되었던 생각을 품었던 사람 그 사람이 해야 한다고.

당신만큼 그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책임감과 수반되는 행동을 당신만큼 할 사람도 없다.

어려우니까 누구와 함께 이 고민을 짊어지고 나누려고 하지 마라.

그럼 사업이 아니다.

수백번, 수천번 혼자 고민하고 결과를 짊어져야 한다.

잘되어도 당신 탓, 잘못되어도 당신 탓이다.

필요한 기술은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배우면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AI가 코딩 및 페이지구성도 해주는 시대이다.

내가 처음 시작한 10년전과는 비교도 안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이 있다.


사장은 일단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지시할 수 없고, 그 결과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본인이 하는 일에서 혹시라도 동업을 생각했다면, 다시 생각을 접고 온전히 당신이 중심이 되어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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