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다. 투명하고 선명하게. 피곤할수록 토막잠을 잔다. 두세 시간마다 반복되어 상영되는 꿈들은 현실을 지독하게 투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세상 사는 게 늘 쉽지만은 않았는데 부쩍 더 어려워진 듯하다. 깨어내야 하는 레벨의 간극이 점점 벌어진다.
잘 자,라는 인사가 중요해진 것도 이 즈음부터였을 거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긴 밤에 안녕을 빌어주는 일. 당신의 밤은 길지 않고 짧기를 바라는 일. 나이를 먹을수록 내려놓음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 권력 앞에 한 걸음 굽혔다고 내내 꿈에 나와 괴롭힐 일인가. 나와 내 주변을 지키기 위해 내 뜻과 맞지 않는 말을 내뱉는 게 그렇게 어려울 일인가.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깨어있을 때는 그리도 당당한 척했던 순간들이 화살로 되돌아와 꿈속에서는 몇 번이고 테이프를 되감게 만든다. 내 방식대로 끝끝내 나만의 성공을 거두고 나서야 이야기는 끝이 난다. 유난이고 피곤하다.
생각의 고리를 끊고 싶어서 불안의 스위치를 꺼내리고 싶어서 벌여놓았던 일상의 이벤트들이 다 지겹고, 깊게 잠겨도 좋으니 고요 속에 갇히고 싶다. 아니면 차라리 다 부딪혀서 잔뜩 깨어진 뒤에 꿈속에서 편안한 사람들 속에 맘 편히 안겨서 나 잘했지 시시덕거리고 싶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도 나는 내 뜻대로 살았다 폼 멋지지 하면서. 지금의 내가 지독히도 마음에 안 드는가 봐. 나는 내 맘에 들기가 제일 어렵지. 언제까지 높은 잣대로 스스로를 괴롭힐 건지.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그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