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발견한 몇몇의 공통점에 마음을 빼앗겨 운명이라는 이름을 입히고, 한 사람의 세계가 온몸으로 또 다른 이를 덮치는 그 자극에 이성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고. 같은 길을 걸어다가 궤도를 이탈함과 동시에 환상은 밑천을 드러내고. 특별했던 세상이 별다를 바 없는 일상의 한 조각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내가 서른 넘어 하는 건배사는 늘 그렇게 예외를 만들지 않는다.
하나의 낭만적 사랑이 탄생하는 과정과 그 환상이 현실 앞에서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부서지고 퇴색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보면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생각났다.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모티브로 제작된 그 드라마는 두 주인공의 첫사랑이 만들어지고 부서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삶의 밑바닥이라고 생각될 때의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고, 그 응원을 양분 삼아 각자의 분야에서 멋지게 성장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쌍방구원서사. 생에 다시는 없을 이상적인 관계로 그려놓아 시청자가 그 절절한 서사에 설득당하게 만들어놓고, 그 마음이 깨어지는 과정은 어찌나 개연성이 없는지 현실과 잔인하리만큼 닮아있다. 대부분의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러우니까. 특히,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눈물 젖은 목소리로 소리치는 장면은 압권이다. "언제는 뭘 함부로 해서 좋다며!" 결국 좋아했던 이유가 헤어짐의 사유가 된다. 호르몬의 장난은 이토록 모순적이고 잔인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그 시절 완벽하기만 했던 관계. 투박하고 서툰 손길조차 서사의 한 조각이 되고 세상에 서로를 구원해 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을 것만 같은, 영원히 견고할 줄 알았던 사랑은 금이 가는지도 모르는 채로(혹은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한 채로)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활짝 피어 감동을 한 아름 선사해 준 꽃다발도 한순간 시들어버리는 것처럼. 시들어버린 이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려 영원히 잊어버릴지,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 한 구석에 아름답게 간직할지는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