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호림 Nov 15. 2024

중증환자 간병인의 인권, 누가 지켜줄까?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 된 사람들 … 비상구는 없다.

뇌경색 환자로 재활병원 병실에 입원해 있다 보니 다양한 환자와 간병인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척추 손상 환자들은 사지 마비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꽤 무게가 나가는 남성을 여성 간병인이 대소변을 받고 씻기고 먹이는 일을 하게 된다.


이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보니 까탈스러운 환자나 기타 간병인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환자의 보호자인 아내나 자식들이 간병을 대신하는데 대부분 자식 보단 그들의 아내가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간병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새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 누구라도 지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거기다 이들은 거의 고령자다 보니 체력이 소진되고 통증이 심화되면 극도의 심한 욕설이 나오고 이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다분하게 발생되고 있다.


이는 가족이라는 이름, 특히 환자의 아내가 간병을 할 때 인지 장애를 가져 완전히 아이가 된 환자들을 제외하곤 인지가 살아있는 사지가 마비된 환자들의 입에선 간병인들에게 그 상처 주는 말의 강도가 더욱 세지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난 세월 가부장제도라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남편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 기를 펴지 못한 우리의 기성세대인 어머니라 지칭하는 분들이 이 언어폭력을 당하는 주체들이다. 이들은 잔인할 정도의 언어폭력을 당하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듯 묵인하고 있었다.


최근 다인실 병실임에도 새벽만 되면 간병을 하는 부인을 욕설로 깨워 장시간 욕을 해대는 사지마비 환자의 행동을 말렸던 필자의 경우도 황당한 일을 있었는데 심한 욕설을 해대는 환자의 간병인(아내)의 편을 들어줬다가 결국 날아오는 간병인(아내)의 말은


“요즘 젊은것들…”


이라는 다소 황당한 말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은 인권의 주체이고 특히 기성세대 여성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인권의 주체이지만 여전히 사회에선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폭력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특히 가족 간의 언어폭력은 아직도 만연되어 있고 어찌 보면 이러한 여성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자신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의 편을 들어야 하는 그들이 현실이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가 나름 큰 예산을 들여 국내 인권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 매년 발표하고 있는 자료들은 있지만 이런 보고서에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기성세대 여성들 특히, 자신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간병인과 아내의 중간사이에 끼어있는 여성들은 포함조차 되어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 적용 대상이 적고 그런 이유로 해당 리서치에 포함될 수 없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라 불리는 여성 즉, 기성세대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어머니란 이름이 함축한 거대한 무게감과 그들에게 빚을 진 자식과도 같은 우리의 책무임이 아닐까?


분명, 음지에 가려져있는 이들의 고충을 충분히 고려, 국가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 옮음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성세대 여성들에 특화된 인권침해나 차별에 대해 신고하거나 구제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반드시 해결해 돼야만 하는 문제이자 궁극적으로는  MZ세대와 X세대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세대까지 아우르며 세대차 없이 여성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되는 사회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마련하는 길이기에 반드시 합당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https://naver.me/xJislNUH


작가의 이전글 아이맥스로 보지 않은 것이 아쉬운 '글래디에이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