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강태석 소장의 세계고문화연구재단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연구실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 갖고 나올게요.”
강태석 소장이 시동을 끄고 뒤를 보며 말했다.
“얼마나 걸릴까요?”
“컴퓨터 업그레이드하고 자료 찾고 하면 1시간 정도면 충분해.”
하람의 물음에 강태석 소장이 말했다.
“우리의 존재를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아셨죠?”
대간이 강태석 소장을 붙잡고 말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 말을 믿는 사람들도 없을 겁니다.”
강태석 소장은 대간과 하람을 안심시킨 후 재단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믿어도 될까요?”
하람이 강태석 소장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우리 둘이서 해결할 수 없다면 믿어보자. 저 사람이 이 부리막대 상자만 해석할 수 있다면 지구방위기사단을 찾아서 다이몬과 싸워 이길 수 있어.”
대간이 눈을 감고 말했다.
“우리도 해석하지 못하는 그림문양을 과연 그가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좀 불안해요.”
“하람아, 우리의 과거 언어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들은 우리보다 인간들이 많이 수집해서 알고 있을 수 있어. 소장을 믿어 보자.”
강태석 소장은 황정민 박사를 통해 문화재 파손이 다른 나라에서도 있다는 것을 보고 받았었다. 그 여파인지 재단 사람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쓴 상태에서 로비 끝에 있는 계단으로 갔다.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4층 계단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복도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문을 살짝 열고 복도에 누가 있는지 살폈다.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두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지?’
등지고 있는 사람은 알 수 없었으나 맞은편 사람은 자신의 수석연구원인 황정민 박사였다.
‘느낌이 안 좋아. 오늘 미팅 스케줄이 있었나?’
강태석 소장은 오늘 일정을 찾아봤다. 하지만 약속은 없었다.
‘오전에 황 박사하고 통화할 때 누가 온다는 얘기는 없었어. 나에게 전화 온 것도 없어. 그럼 저 사람은?’
그는 연구실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대간과 하람에게 방금 전 상황을 알렸다.
“뭔가 심상치 않아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하람이 걱정이 되어서 말했다.
“연구실 입구에서 제 수석 팀원과 낯선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봤어요. 근데 느낌이 영 안 좋아서 그냥 왔어요.”
“소장님, 혹시 이차 말고 다른 차가 있나요?”
대간이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집에 다른 차가 있긴 한데 이 차보다는 성능이 너무 떨어져요. 인공센서도 없는 클래식 차죠.”
강태석 소장은 일부러 오래된 차임을 강조했다.
“여기서 얼마나 걸리죠?”
“한 10분이면 갈 수 있어요.”
“집에 가서 차를 바꿉시다.”
강태석 소장은 영문은 알 수 없으나 대간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자료들을 갖고 가지 못해서 어떻게 해요?”
하람이 걱정되는지 물었다.
“집에도 고대문자와 그림문양 등과 관련한 자료들이 있어서 그걸 갖고 가도 돼. 그보다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못 갖고 가는 게 아쉬워. 거기에 내가 지금까지 연구한 모든 자료와 해외 연구자들의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상세하게 정리해 뒀거든.”
강태석 소장의 말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소장님, 집 근처에 가면 말씀해 주세요.”
대간이 앞을 주시하며 말했다.
“거의 다 왔어요. 이제 저 블록만 지나면 돼요.”
“그럼, 이 근처에 주차할 곳이 있으면 세워주세요.”
강태석 소장이 근처 주변 상가 건물에 차를 세웠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거죠?”
“소장님 신원이 다이몬에게 노출된 거 같아요. 연구실 앞의 사람은 다이몬의 부하가 사람으로 변장한 겁니다.”
“그들이 사람으로 변장을 했다고요?”
강태석 소장은 너무 놀랐다.
“그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어요. 물론 저도 변장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변장을 했다고요?”
“네, 인간과 가장 비슷하게 행동해야 인간들도 우리를 믿고 따르니까요.”
대간이 강태석 소장에게 변장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람도 변장을 한 건가요?”
“저는 거의 인간의 모습과 유사해서 특별히 변장을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너는 몸 색깔이 변하던데.”
강태석 소장이 하람을 살피며 말했다.
“그건 특별한 때지 일반적으로 인간들과 있을 때는 잘 변하지 않아요.”
“여기서부터 소장님 집까지 걸어가요. 연구소가 노출됐다면 집은 제일 먼저 그 대상이 되었을 겁니다.”
대간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이 어떻게 제 신원을 알았죠?”
강태석 소장이 대간을 따라가며 물었다.
“소장님 차를 추적한 거죠.”
대간이 경주에서의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말했다.
“내 차량 인식 카드를 보고 나의 신원을 파악했다고요?”
강태석 소장은 믿기지 않았다.
“그럴 확률이 높아요. 그들의 지능은 인간보다 뛰어납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이 한국지구지질연구소로 오지 않았을까요?”
“소장님의 신원이 노출되었지 위치까지 추적당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대간이 강태석 소장의 말에 답했다.
“그런데, 차는 왜 바꾸는 거죠? 그들이 우리 집을 제일 먼저 그 대상으로 포함했다면 집의 차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다이몬의 힘이 강해지면 전자장비에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인공지능 센서까지 지배할 겁니다. 더 나아가 인공위성까지 지배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우리를 찾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죠. 인공센서로 움직이는 모든 전자 장치는 수시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어서 전화도 위험할 수 있어요.”
대간이 강태석 소장에게 아날로그를 써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그럼, 컴퓨터도 사용할 수 없겠네요? 그런데 전화기까지 사용 못하면 큰일인데요?”
강태석 소장은 대간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전화기까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신경 쓰였다.
“그 단계까지는 아니니 너무 걱정 마세요. 단지 지금은 소장님의 신원이 알려진 건 맞는 거 같아요.”
대간이 말을 마쳤을 때 강태석 소장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그의 집은 30층 높이의 오피스텔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사시나요?”
대간이 뜬금없이 물었다.
“아뇨, 저만 세종시에 있어요. 옆 건물 지하상가 통로를 이용해 가는 것이 더 안전해요.”
강태석 소장이 말했다.
세 사람은 오피스텔 옆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한낮인데도 지하상가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강태석 소장이 앞장을 섰고 대간과 하람은 주위를 살피며 뒤따라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