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세차운동과 자전축의 변화

by 미운오리새끼 민

“부장님, 상황이 급한데 어디 계셨다가 이제 오세요? 소장님이 계속 찾고 난리가 났어요.”
차현민 팀장이 상황실로 들어오는 김찬민 부장을 붙잡고 다급히 말했다.
“소장님이 찾았다고?”
“네, 우선 제가 현재 상황은 보고 드렸어요.”
“고마워, 지금도 자전축이 변하고 있나? 각도는 얼마까지 갔어?”
김찬민 부장이 물었다.
“22.8도까지 갔어요.”
차현민 팀장이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는 듯 빠르게 말했다.

‘22.8도면 아직까지는 세차운동 범위 안에서 지구가 회전하고 있는 거야. 그럼 주기는?’

김찬민 부장은 세차운동의 주기 자료를 찾아봤다. 1도 움직이는데 72년이 걸렸다. 인간이 한평생 살아가도 1도 정도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기가 확 바뀌어 반대가 되면 북반구와 남반구의 계절이 뒤바뀌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 전조증상으로는 화산활동이나 지진, 해일, 각종 질병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지구 대재앙의 전조증상일까? 이것이 자연현상이 아닌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큰 재앙으로 닥칠 수도 있어.’

김찬민 부장은 방금전 대간의 이야기를 회상하며 세차운동의 변화와 황도경사의 변화, 그리고 지구자기장의 변화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상황이 매우 불안하게 느껴졌다.

“차 팀장, 지구자기장의 이동은 어때?”
“아직 변동 없어요. 하지만 과거보다는 남북극 지점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납니다.”
차현민 팀장이 과거 지구자기장의 이동 상황을 지도에 날짜별로 연결하며 보여주었다.
“일단, 황도경사의 변화와 세차운동 변화, 지구자기장의 변화상황을 수시로 파악해서 나에게 알려줘. 그리고 국제지질기구에서 오는 상황도 빠짐없이 알려주고. 참, 태평양 주변 상황은 어때?”
김찬민 부장이 스크린 속 세계지도 화면을 보며 차현민 팀장에게 물었다.
“화산활동은 약간 소강상태지만, 최근 워낙에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많아서 계속 주시해봐야 해요. 그리고 제주도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 됐습니다.”

김찬민 부장은 곰곰이 생각했다. 지구자기장의 움직임도 현재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대간의 말대로 지구의 자연환경과 상관없이 다이몬이라는 악마가 활동을 해서 지구환경이 변화되고 있다면 지금은 왜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제는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스러웠다. 마치 거짓을 사실에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 같았다. 김찬민 부장은 자연현상이 됐건 고대 역사의 미스터리한 사건이 됐건 신비로운 일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힘으로 풀지 못하는 일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좌절을 맛보게 되고 때로는 과학을 떠나 회피하고픈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과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 왔었다. 그러나 그 또한 억지로 과학이라는 틀 안에 껴 놓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마다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자신도 혼란스러웠다. 과학을 신뢰하는 사람으로서 종교적 신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그 순간 과학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일어났던 일은 사실이야. 내 몸이 공중에 떠올랐던 일을 과학의 힘으로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한 순간 무중력 상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나만 허공에 떠 있을 수는 없어. 그렇다고 그 아이가 영화 속 초능력자처럼 현실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일까?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김찬민 부장의 머릿속에 계속 의문의 꼬리가 기차처럼 줄줄이 달렸다. 그들이 하늘의 요정이고 지구를 지키는 수호자라는 것을 믿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또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구 환경변화에 자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부장님! 부장님 뭐하세요?”
김찬민 부장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바람에 차현민 팀장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어, 무슨 일인데?”
“불의 고리 주변에서 화산활동이 분주해지고 있어요. 아직 지구자기장의 변화와 축의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거 같아요.”

김찬민 부장이 차현민 팀장 옆으로 가서 스크린을 살폈다. 태평양이 한눈에 보이는 세계지도에는 불의 고리 주변으로 화산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옆으로 지구의 움직임을 살피는 모니터가 지구의 축과 지구자기장의 이동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이몬이 강력한 태양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축과 지구자기장을 이동시켜서 태양에 일치하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 사실처럼 느껴졌다.

‘지금 상황이 일시적인 자연현상이 아니고 대간의 말이 사실이라면 ······. 아니야. 공상과학 소설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현재까지 연구 자료에는 지구자기장의 변화가 대략 20회 정도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어. 그러면 그때도 다이몬이 한 것일까? 하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직접 목격했거나 역사적 기록물이 존재하지는 않아. 만약 실제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그게 자연현상이 아닌 신들이 벌인 일이라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찬민 부장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손목에 진동이 느껴졌다. 강태석 소장 전화였다.

“소장님, 일은 잘 해결됐나요?”
“네, 어느 정도 방향은 잡았는데, 아무래도 부장님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요.”
강태석 소장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될까요?”
김찬민 부장은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제는 과학과 신의 영역이 서로 교차하며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을 직접 목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찬민 부장과 통화 후 셋은 강태석 소장의 차에 탔다.
“자, 출발해 볼까요?”

강태석 소장이 조용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을 건넸다. 대간과 하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는 천천히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태양은 하늘 위에 떠올라 있었다.

탁 트인 바닷가를 끼고 차는 달리고 있었다. 하람은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날씨가 화창했다. 차 안의 긴장된 분위기와는 전혀 반대되는 날씨였다.
‘태풍의 눈 안에 있는 것처럼 이곳은 평온한데 우리가 가고 있는 곳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까?’
하람은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바닷바람을 마시니 조금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하람은 옆에 앉아 있는 대간을 봤다.

‘대간도 긴장했어. 많이 힘들 거야. 너무 큰 짐이 주어졌어. 지금은 다른 지구방위기사단도 없어서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해. 빨리 지구방위기사단을 찾아야 하는데 그림문양을 잘 해석할 수 있을까?’

하람은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 시도하는 방법이 올바른 것인지 갑자기 헷갈렸다.

‘아니야.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그런데, 이 방법이 실패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이후에는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건가?’
하람은 다시 창밖을 보았다. 차는 어두운 고속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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