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도대체 방법이 뭡니까?”
“대간을 포함한 십이지신 지구방위기사단을 찾아 함께 싸우는 거죠. 지구방위기사단이 서로 힘을 합치면 다이몬을 막을 수 있어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
김찬민 부장의 질문에 하람이 말끝을 흐리며 대간을 대신해 말했다.
“그럼, 빨리 지구방위기사단을 부르면 되잖아요. 뭘 망설이는 거죠?”
“부장님, 얘기를 제대로 안 들었군요.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은 저기 하늘에 있다는 가온누리인가 하는 신만이 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찬민 부장의 말에 강태석 소장이 답답해했다.
“그들을 찾을 방법은 있나요?”
김찬민 부장이 대간 앞으로 다가서며 조급히 물었다.
“부리막대 상자가 있는 한 그들을 찾을 수 있어요. 이 부리막대 상자는 지구방위기사단의 육신과 영혼을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대간은 하람에게 부리막대 상자를 받아서 그들에게 보여줬다. 부리막대 상자는 검은 색깔로 되어 있었으며, 정육각형의 면에는 그림문양이 있었다. 문양은 상자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살아 움직이듯 너무나도 생생했다. 강태석 소장은 상자에서 지구방위기사단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는 강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상자에 있는 부리막대를 볼 수 있을까요?”
강태석 소장이 부리막대 상자를 가리키며 대간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대간이 단호하게 말했다.
강태석 소장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저 작은 상자 안에 부리막대가 어떻게 감춰 있는지 궁금했다.
“당신 것이라도 볼 수 없나요?”
강태석 소장은 대간이 갖고 있었던 부리막대가 생각났다.
“인간에게는 보여줄 수 없습니다.”
역시나 대간의 대답은 단호했다.
“왜, 인간에게는 보여줄 수 없죠?”
김찬민 부장도 거들었다.
“인간에게 탐욕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대간이 간단히 말했다.
하람은 하늘에 있었을 때 다른 요정으로부터 부리막대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부리막대는 지구방위기사단의 특수무기로 이것만 있으면 무엇이든 마법을 부릴 수 있어서 인간들이 이것을 보면 탐욕을 일으켰다고 했다. 또한 부리막대 전체가 합쳐지면 누구도 그 힘을 당해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것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라 현재는 부리막대의 능력을 본 요정은 아무도 없었다.
“부리막대 상자가 있으니 지구방위기사단은 다 찾은 거나 다름없네요?”
김찬민 부장의 말이 끝나자 대간이 말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부리막대 상자가 있다고 이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 중심 부 열두 궤 안에 있는 이들의 영혼이 자신의 육신을 찾으려고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해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럼, 그들이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영영 찾을 수 없는 건가요?”
강태석 소장이 불안해하며 물었다.
“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그들도 지구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지구가 위험해지면 본능적으로 지구방위기사들은 위험신호를 감지하게 되어 있죠. 지구의 위험은 곧 지구방위기사단에게도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구방위기사단이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대간의 말에 김찬민 부장이 물었다.
“그건 아마도 이 상자의 움직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하람이 대간을 보며 말했다.
“부리막대 상자는 지구방위기사단의 축소판입니다. 이것은 정육면체로 되어 있으며, 이것을 여는 열쇠도 없고 뚜껑조차 존재하지 않아요. 그 자체가 열쇠이자 이 상자를 여는 뚜껑입니다.”
대간은 들고 있던 부리막대 상자를 책상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부리막대 상자는 정육면체의 한쪽 모서리가 책상에 닿을 듯 말 듯하면서 공중에서 천천히 회전하였다.
지구가 움직이듯 상자도 움직이고 있었다. 강태석 소장이 상자를 자세히 살펴봤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부리막대 상자에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그는 얼굴을 부리막대 상자에 가까이 가져갔다.
‘상자의 면들이 변하고 있어!’
강태석 소장은 상자 안 지구방위기사단의 그림문양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았다. 한 면만이 아닌 모든 면이 살아있는 그림판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변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그림문양들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 이유를 이제야 알 거 같았다.
한 면에 두 지구방위기사단이 있었으며, 한쪽 그림문양이 선명하게 나타나면 한쪽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유일하게 대간이 있었던 자리에만 한 지구방위기사만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림문양이 변하고 있었다. 강태석 소장이 부리막대 상자에 손을 가져갔다.
“안 돼!”
“악!”
대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강태석 소장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강한 불빛과 함께 강력한 펀치를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숨쉬기조차 매우 힘들었다. 김찬민 부장과 대간이 강태석 소장을 부축했다.
“내가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요?”
대간이 노기를 띠며 말했다.
“당신이 볼 수 없다고 했지 만질 수 없다고는 하지 않았잖아요?”
강태석 소장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도대체 저것의 정체는 뭐죠?”
“말했잖아요. 부리막대 상자라고.”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요? 난, 저 상자에게 공격을 당했어요. 그리고 저 상자의 면들이 변하는 것을 봤어요. 저 상자는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거죠?”
강태석 소장이 대간에게 힘겹게 물었다. 조금 전보다는 숨 쉬기가 편해졌다. 대간이 책상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부리막대 상자를 검은 주머니에 넣었다.
“거의 변화를 모를 정도로 움직이는 그림들을 봤다니, 생각보다 눈썰미가 뛰어나네요. 맞아요. 상자의 그림은 계속 변하고 있어요. 그 그림문양이 지구방위기사단이 영면하고 있는 곳을 알려주는 장소입니다. 즉,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되요.”
“당신은 이미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거네요?”
“아니오. 모릅니다. 이 그림문양은 고대 인간과 하늘의 공통 언어입니다. 다시 말해 가온누리님과 인간이 의사소통을 할 때 사용했던 언어죠. 가온누리님은 우리가 이 언어를 해석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아놨어요. 지금 보내는 이 시그널도 가온누리님이 입력해 놓은 것이 나타나는 겁니다.”
대간의 말을 듣고 강태석 소장은 일이 풀릴 것 같으면서도 꼬이는 상황이 답답했다.
“방법은 있나요? 소장님은 고문헌 전문가니 이것을 해석할 수 있겠죠?”
김찬민 부장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그때 그에게 호출 메시지가 떴다.
“상황실에 가봐야 겠어요. 빨리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잠깐, 이 일은 절대 비밀에 부쳐 주셨으면 합니다.”
대간이 나가려던 김찬민 부장에게 말했다. 김찬민 부장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대간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불안한 마음에 재빨리 대답했다.
“네, 물론이죠. 비밀 보장하겠습니다. 나만 아는 걸로 할게요.”
대간이 주머니에서 꺼내려던 것을 집어넣었다. 김찬민 부장이 나가고 난 후 소회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