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몬의 부하가 되어서 억울하게 죽었던 영혼은 환각상태에서 깨어난 후 자신들이 다이몬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고 분노와 괴로움에 사로잡혔어요. 하늘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 인간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가온누리님에게 호소하였으나, 가온누리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결국, 수천에 달하는 이들의 영혼은 한으로 남아 인간 세상에 머물며 떠돌아다니게 되었죠.
다이몬의 일을 마무리한 후 가온누리님은 인간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또 다른 수호자가 인간들을 관리할 경우 제2의 다이몬이 나올까 봐 걱정을 한 거죠. 결국, 인간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인간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주기로 했어요.
처음에 인간들은 가온누리님에게 새로운 수호자를 요청했어요. 하지만 가온누리님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대신 인간들에게 자기 결정권을 심어 주어 인간들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게 했어요.
그런데 이 또한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죠. 인간들이 모든 것을 극복하면서 살아가자 점차 가온누리님을 찾는 인간들이 없었으며, 가온누리님을 귀찮은 존재로 인식해 버렸어요.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 자만심이 채워지자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 틈을 타서 하늘에 올라가지 못하고 인간 세계를 떠돌던 한 많은 영혼들이 인간의 악한 마음을 이용하여 영혼 속으로 잠재되어 들어갔고, 그들의 원한과 인간의 사악한 마음이 결합되어 인간은 더욱더 악한 존재로 변해갔죠.
이때부터 스스로 절대 권력을 가진 신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들이 나타났어요. 마침내, 인간들끼리 전쟁이 시작되었고, 가온누리님은 인간 세계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들을 파멸시키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우리를 인간 세계로 내려 보냈어요.
가온누리님은 우리에게 인간 세계를 수호할 임무를 맡겼지만, 그 방식이 과거와는 전혀 달랐어요. 우리 모두가 인간 세계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번갈아 가며 순환 형태로 인간 세계를 수호하게 한 거죠. 그리하여 한해에 한 명의 지구방위기사만 인간 세상에 머물면서 인간들의 수호자로서 활동하게 했어요.
또한, 지구방위기사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영혼에 자신만의 특색 있는 성격과 지혜와 용기, 꿈 등을 심어 주게 되었죠. 이때부터 인간에게는 우리들 중 어떤 지구방위기사가 자신에게 영혼을 불어넣었느냐에 따라 그 지구방위기사의 이름이 주어졌으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여러분이 태어나면 갖게 되는 ‘띠’입니다.
활동을 안 하는 나머지 지구방위기사들의 육신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배치되었으며, 영혼은 지구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열두 궤의 원형 기둥에 들어가 있게 됩니다. 그 모습은 살아있는 지구방위기사단의 모습과 같아요.
1년은 원형으로 되어 있는 열두 궤가 한 바퀴를 순환하여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정했어요. 이를 정확히 하기 위해 1년을 열두 달로 나누었으며, 하루를 십이 간지로 나누고, 그 시간마다 지구방위기사단 각자의 시간이 발생하도록 했어요. 원형 궤가 순환하면서 지구도 같이 순환하게 되었고, 오늘날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하는 이유도 지구 중심부에 있는 원형 궤의 순환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구방위기사는 자신의 해가 돌아왔을 때 영혼과 육신이 하나가 되어 세상의 수호자로서 활동했으며, 본인이 수호자로 활동하지 않을 때는 영혼과 분리된 육신은 자신만의 안식처에서 영면을 해요. 그 안식처는 다른 지구방위기사들은 알 수 없으며, 오직 가온누리님만이 그 육신을 깨울 수 있었고, 지구방위기사단의 분신과도 같은 열두 개의 부리막대는 모두 한 곳에 모아 그 해의 수호자가 보관을 했어요.
가온누리님이 우리의 몸과 영혼, 그리고 부리막대를 분리시켜 놓은 것은, 철저히 우리들이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조치였으며, 서로 간의 상호 협력과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가온누리님은 인간이 쌓아 놓은 모든 지식들을 잊게 만들어 인간이 다시금 자신을 넘보지 못하게 했죠. 이렇게 하여 혼란스러운 인간 세상도 정리가 됐고, 지구에는 평화가 찾아와 지금까지 잘 지내 왔던 겁니다.”
장시간 대간의 이야기가 끝나자 묵묵히 듣고 있던 강태석 소장이 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십이지신이 그렇게 탄생했다는 말인가요?”
“당신들은 십이지신에 대해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십이지신 지구방위기사단은 예전부터 하늘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빙 둘러서 원형 형태로 하늘의 방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가온누리님의 명령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오게 된 것이죠.”
“당신 얘기는 제가 연구한 것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아요. 원래 십이지신은 고대 계절을 나누기 위해 천문학적 관점에서 활용되긴 했어요. 즉, 12라는 숫자가 1년 열두 달을 의미하고, 시간과 방위의 개념이 결합된 것은 일정 부분 일치합니다. 또한 이것이 사람의 생년월일과 연결되어 사람의 성격이나 운세를 점치는데 활용되고 있죠. 하지만 십이지신의 역사는 중국 하왕조 시대에 천문학에 쓰이면서 십이지로 연월일시를 기록한 것이 가장 오래된 내용입니다.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역사적 기록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요?”
강태석 소장이 납득이 안됐다.
“그 이전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문자가 있었나요?”
“아 ······. 없었습니다.”
강태석 소장은 허점을 찔린 듯했다.
“문자 이전에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내용도 있었을 텐데요?”
강태석 소장은 한동안 생각을 했다.
“그런 구전설화가 있긴 하죠. 석가가 대세지보살에게 천국으로 통하는 수문장 역할을 지상의 동물 중에서 선정하여 1년씩 돌아가면서 지키도록 지시를 하였죠. 그래서 열두 동물을 선정했는데, 그때는 쥐가 아닌 고양이가 선정되어서 석가 앞에 갔어요. 석가가 나오기 전 무슨 일 때문인지 고양이가 잠깐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쥐가 석가 앞에 가서 고양이가 수문장 되기 싫어서 집으로 갔다고 거짓말을 했죠. 결국 고양이 대신 쥐가 열두 동물에 포함되어 천국의 수문장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긴 합니다. 그 때문에 쥐와 고양이 사이가 원수지간이 되었다는 내용도 있어요.”
강태석 소장이 오래된 구전 설화를 이야기했다.
“그런 설화라면 나도 알고 있는 게 있는데.”
김찬민 부장이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왜, 거시기 하느님이 새해에 자신에게 세배하러 오는 동물들에게 1등부터 12등까지 선물을 준다고 해서 소는 그 전날 출발을 하고 나머지 동물들은 설날 아침에 출발했잖아요. 소가 도착하기 전 소등에 타고 왔던 쥐가 내리면서 제일 먼저 도착을 했고 그다음 소, 그리고 호랑이, 토끼는 그때도 도중에 낮잠을 자서 4등, 그리고 나머지 동물들이 차례로 와서 돼지까지 열두 동물들에게 선물을 줬다는 얘기요. 그런데 어디 가나 쥐는 얍삽해.”
“자, 당신들이 알고 있는 구전 내용들이 많이 있네요. 그런 것들은 진실이 될 수 없나요?”
대간이 웃으며 물었다.
강태석 소장은 점점 자신이 대간의 논리에 빠져 드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전설이나 설화가 그냥 허구가 아닌 사실로 받아들여지길 바랄 때가 있었다. 실제 전설이 역사가 된 적도 있었다. 트로이의 목마는 신화 속 이야기가 발굴을 통해서 역사로 증명되었다. 그도 신화나 전설이 단순 이야기가 아닌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헌연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 범위가 너무 컸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대간에게 물었다.
“당신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쳐요. 그렇다면 지금 다이몬과 그 부하들은 지구 불가마니 속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다시 세상에 나타난 거죠?”
“지구 자기장의 변화 때문입니다.”
대간이 덤덤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