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 아이를 살려 낸 거죠?”
김찬민 부장이 놀란 눈으로 대간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보지 말아야 할 일을 봤소. 이건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은 아니오.”
대간이 부리막대를 들고 두 사람 앞으로 갔다.
“잠시만요. 하람에게 대충 들어서 알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그 말이 사실인지 잘 모르겠지만 당신도 우리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강태석 소장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나를 도와준다고?”
대간이 눈을 부릅뜨고 강태석 소장을 노려보았다. 강태석 소장은 대간의 눈빛에 겁을 먹긴 했지만 그의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오. 인간의 무기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오.”
“그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까? 우리도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강태석 소장도 지지 않고 말했다.
“당신들이 도와준다고 해봤자 오히려 희생만 키울 뿐이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요.”
“우리는 지금까지 스스로 삶을 개척해 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인간은 수많은 시련을 경험했지만 항상 잘 극복해 냈어요. 왠지 아십니까? 우리에게는 절망보다 더 큰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태석 소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대간은 비웃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역경들을 인간 스스로 극복해 냈다고 생각하시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는 생각 안 하고?”
강태석 소장이 멈칫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무엇일까? 이제까지 모든 인간의 시련을 저 사람이 관리했다는 건가?’
“인간은 과학의 힘으로 위험들을 예측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어요.”
김찬민 부장이 강태석 소장을 도왔다.
“인간이 극복하지 못할 시련을 준 적이 없소. 그 시련을 통해 인간이 더 단련될 수 있도록 했을 뿐이오.”
“그럼, 우리 인간은 한낮 신의 소유물이라는 겁니까?”
강태석 소장이 격하게 말했다. 대간은 바다가 보이는 창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한때 인간 스스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살아갔던 적이 있었소. 그렇게 되자 인간들은 점점 자신들도 신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가지게 되었소. 인간들만의 세상을 만들면서 인간이 최고라는 생각이 그들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고, 신은 점점 인간들의 정신세계에서 사라지고, 신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소. 하지만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 거 같소? 인간들끼리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 같소?”
대간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지만 오래가진 못했소. 자기 나르시시즘에 빠진 인간들은 자기들 내에서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오. 신처럼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기들끼리 싸움을 하게 되었고, 인간은 자기들 스스로 무너지게 되었소. 그리고 신은 그 죄를 물어 인간을 파멸시켰지.”
“당신 말처럼 인간이 시련을 통해서 더 단련될 수 있도록 하였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해서 단련시켰던 것이죠? 우리를 단련시켰던 것은 이런 시련이 왔을 때를 위해서 아닌가요?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우리 아이들과 후세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만히 있으면 인간은 언제나 당신과 신만 찾을 겁니다.”
강태석 소장이 지지 않고 말했다.
“목숨이 아깝지 않소? 죽을 수도 있는 일이오.”
대간이 심각하게 물었다.
“시련을 이겨내는 대는 항상 위험이 따르죠. 그것이 목숨이라고 해서 피한다면 우리는 희망을 볼 수 없어요. 위험은 위험일 뿐입니다. 그것을 극복해 내면 더 이상 위험이 아닌 겁니다.”
대간이 강태석 소장의 눈을 확인했다. 그의 의지가 단호해 보였다. 그리고 옆에 있는 김찬민 부장을 보았다. 그는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대간은 하람의 상태를 확인한 후 창가 쪽을 보았다. 그리고 뒤돌아 선채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믿고 안 믿고는 당신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나는 지구의 수호자인 지구방위기사단 중 한 명인 대간입니다.”
대간은 잠깐 뜸을 들인 후 말했다.
“태초에 하늘과 땅이 열리면서 지구에 각양각색의 동식물들과 인간이 함께 살게 되었죠. 하지만 강한 동물들이 인간이 살고 있는 곳까지 침범하여 인간을 괴롭히고 잡아먹자 인간들은 하늘의 신, 가온누리님에게 제를 지내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했어요. 가온누리님은 인간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늘나라 치안을 담당하고 있던 지혜와 힘을 겸비한 수호천사를 내려 보냈어요.
수호천사는 동물들과, 자연재해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했으며, 인간 사이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어요. 그러자 인간들은 수호천사를 존경하게 되었으며, 점차 모든 것을 수호천사에게 의지하며 그를 받들며 살아갔죠. 지구에서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된 수호천사는 점점 권력의 맛에 빠져 인간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 보다 자신의 힘과 지혜를 이용하여 인간들을 타락의 길로 유도했어요. 인간들의 욕심을 부추겨 탐욕스럽게 만들고, 서로 질투와 의심을 유발하여 갈등을 부추겨서 싸움을 조장하고, 후에 이를 해결해 주면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나갔죠.
점차 인간들은 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책감보다는 하루하루를 유혹과 쾌락에 빠져 살아갔고, 수호천사의 충성스러운 종이 되어 갔어요. 이로 인해 평화로운 지구의 삶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폭행, 질투와 의심이 가득한 세상으로 변해 버렸죠.
보다 못한 가온누리님이 수호천사에게 하늘로 복귀하라고 했지만, 수호천사는 자신도 가온누리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하늘로 복귀하지 않고, 하늘과 이어지는 연결 고리마저 끊어 버렸어요. 이렇게 되자 가온누리님과 인간과의 관계는 단절되었고, 수호천사는 인간들을 현혹시켜 가온누리님을 불신하게 하였으며, 자신의 이름도 수호천사에서 ‘다이몬’으로 바꾸고 자신이 유일한 절대 권력자임을 인간들에게 세뇌시켰죠. 다이몬이란 ‘죽음의 신’을 의미하였는데, 사람들은 다이몬의 꾐에 넘어가 그가 유일한 자신들의 신이라고 믿었고, 가온누리님은 잊고 점점 멀리하게 되었죠.
마침내, 가온누리님은 다이몬을 없애기 위해 하늘의 방위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우리를 지구로 내려 보내 다이몬과 일전을 벌이게 했죠. 이에 다이몬도 우리와 싸움을 위해 그를 따르는 인간들 중 싸움 능력이 출중한 열두 명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사악하고 포악한 영혼을 심어 놓고 푸른악령으로 둔갑시켰죠.
또한 다이몬을 따르지 않아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환각제를 이용하여 이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 후 괴물로 변하게 하여 싸움에 나가게 했어요. 영혼을 잃어버린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터에서 다이몬을 위해 싸우다 무참히 죽음을 맞이했죠.
그리고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은 우리에게 사로잡혔어요. 우리는 가온누리님에게 승리 소식을 전했고, 가온누리님은 다이몬을 지구의 불가마니 속에 가두라고 했어요. 우리는 불가마니 속에 다이몬을 가두고 그 위에 거대한 암석으로 봉인한 후 푸른악령들을 올려놓았어요. 그러자 그들도 암석처럼 단단한 돌로 굳어 버렸죠. 결국, 다이몬은 불가마니 속에서 죽지도 못하고 평생을 뜨거운 열기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고, 돌이 된 푸른악령들도 뜨거운 불가마니 위에서 영혼은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죽었지만 죽지 못하는 운명으로 살아가는 형벌을 받게 되었죠.”
대간은 지난날을 회상하듯 잠시 뜸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