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전설과 가설이 현실과 과학적 사실이되는 순간

by 미운오리새끼 민

강태석 소장의 차가 한국지구지질연구소에 도착했다.
포항시 간절 곳 언덕에 위치한 연구소는 아름다운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연구소 앞으로는 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탁 트였다. 태양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 반쯤 떠올라 있었다. 강태석 소장과 하람은 차에서 내려 연구소로 들어갔다. 연구소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곳 상황도 심상치 않군.’
강태석 소장의 마음도 초조해졌다. 그때 김찬민 부장이 로비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비상상황이라 연락받고도 바로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요. 급히 만나야 할 일이 있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인가요?”
“현재 지구에 이상 변화가 있는 것이 사실인가요?”
강태석 소장이 김찬민 부장의 물음에 한 템포 늦추며 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되물었다.

“뉴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사람이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매우 심각합니다. 대재앙이 몰려 올 수도 있어요.”
김찬민 부장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경황이 없어서 뉴스는 못 봤어요. 그런데, 얼마나 심각하다는 거죠?”
강태석 소장은 김찬민 부장이 말하는 상황과 차 안에서 하람이 말했던 내용이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나 설화에 따른 얘기와 상황 전개가 현실에서 가능한 사건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태평양 주변의 불의 고리도 심상치 않을뿐더러 해양 지진 여파로 쓰나미가 몰려 올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구의 운명은 무슨 말인가요?”
“저기, 잠깐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강태석 소장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김찬민 부장은 강태석 소장과 하람을 소회의실로 안내했다. 소회의실에는 방금 전까지 회의를 진행했었는지 테이블 위에 음료수 잔과 남은 음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스크린에는 현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세계지도가 있었으며, 곳곳에 붉은 점들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특히 태평양 주위에는 빨간 점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마치 동그란 원에 네온사인이 켜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것이 말 그대로 불의 고리군.’
강태석 소장은 태평양 주위의 불의 고리를 보며 상황이 더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김찬민 부장이 하람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강태석 소장은 하람을 보며 김찬민 부장에게 말했다.

“아, 먼저, 이 아이를 소개해 드리죠. 부장님, 지금부터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사실 저도 아직까지는 믿어지지 않습니다만, 이 아이는 보통 아이가 아닙니다. 이 아이는 하늘의 요정입니다. 신화나 설화 속에서 알고 있던 바로 그런 요정이죠. 이 아이의 말에 따르면 지구 지하에 갇혀 있던 다이몬이라는 악마와 그의 부하들이 깨어나서 지구에 위험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찬민 부장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소장님, 새벽에 첨성대 무너져서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압니다. 그것 때문에 정신까지 이상해 지신 건 아니죠? 저는 과학자입니다. 지금 소장님 말씀을 믿으라는 겁니까? 저 무지 바쁘다고 말씀드렸죠? 소장님 말씀처럼 악마나 요정, 이런 말들은 신화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에 불과해요. 이 아이가 하늘의 요정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왜 가만히 있겠습니까?”

김찬민 부장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화가 무척 났다.
“첨성대가 무너진 것이 지진이 아닌 다른 이유라면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강태석 소장이 나가려는 김찬민 부장을 붙들고 말했다.
“그것도 조사 중입니다. 지구에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많아요. 그걸 우리가 다 파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과학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려는 건 아니죠. 소장님께서 첨성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그것과 현재 상황을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비상 상황이라 오래 얘기할 수 없어요. 배웅 못 해 드려서 죄송해요. 저쪽 문으로 나가시면 바로 주차장입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김찬민 부장이 인사를 하고 처음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센서 위치를 확인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갑자기 우주공간에서 유영을 하듯 몸이 가볍게 움직였다. 그리고 강태석 소장과 얘기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는 너무 놀라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옆에 있는 하람을 봤다. 무엇엔가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었으며, 몸은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는 몸이 축 쳐지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애야 무슨 일이야? 일어나 봐!”

강태석 소장이 하람을 흔들어 보았지만 아무 미동도 없었다. 가슴에 귀를 대어 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강태석 소장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그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김찬민 부장도 겁에 질린 얼굴로 하람을 보고 있었다.

“119에 신고를 할게요.”

김찬민 부장이 전화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주차장 쪽 문이 열리며, 낯선 사람이 소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찬민 부장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나 꽤 키가 큰 사람이었다. 강태석 소장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심폐소생술 동작을 멈췄다. 그는 안의 상황을 보고 바로 하람에게 달려갔다.

“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요?”

그 사람이 다그치듯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자세히 보니 경주 부근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나도 몰라요. 그냥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어요.”
강태석 소장이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아는 사람입니까?”
김찬민 부장이 조용히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이 아이와 함께 있었던 사람입니다. 괴물들이 우리를 덮치려고 했을 때 도와주었죠.”
대간은 하람의 상태를 확인한 후 부리막대를 꺼내 심장에 갖다 댔다. 그리고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부리막대에서 푸른빛이 하람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하얗게 변해가던 하람의 피부가 차츰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기침을 하며 하람이 깨어났다.

“괜찮니?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대간이 하람을 보며 다정히 말했다.
“저분이 우리 얘기를 안 믿어 줘서 마법을 썼어요.”
하람이 낮은 숨을 쉬며 말을 했다.
“사람에게 마법을 쓰면 안 되는 걸 잊었니?”
대간이 하람을 엄하게 꾸짖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만 저도 모르게······.”
하람이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사람들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아니면 인간 세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해! 그것을 어기면 전령으로서의 모든 권리가 박탈당하고 죽어. 그리고 죽어서도 하늘나라에 가지 못하고 지구를 떠돌아다니게 돼.”
대간이 근엄하게 하람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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