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지구자기장이 이상해요.”
“뭐라고? 지구자기장이 변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차현민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김찬민 부장이 달려갔다. 지자기의 변화는 쓰나미나 지진, 화산활동 보다 더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국제지질기구에서 온 자료는 없나?”
김찬민 부장이 상황판을 주시하며 차현민 팀장에게 물었다.
국제지질기구는 세계 각국의 이상기후 및 지질 변화를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협의하고자 2026년에 유엔 산하에 창설된 국제기구였다. 남극의 오존층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이에 대한 연구와 환태평양 불의 고리를 관찰하기 위해 남극과 가까운 칠레의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그전까지 이 도시는 남극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도시로 인식이 되었으나 현재는 지구를 지키는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지구의 자극이 이동했다고 합니다.”
차현민 팀장이 국제지질기구에서 받은 내용을 김찬민 부장에게 알렸다.
“자극이 이동을 해? 어느 쪽으로?”
김찬민 부장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황급히 물었다.
“그게, 좀 이해가 안 되는데 지구의 축 변화와 함께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차현민 팀장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구 축과 함께 자기장이 이동을 한다고? 정말이야?”
김찬민 부장은 차현민 팀장이 준 국제지질기구 보고서를 수차례 확인했다.
‘지구는 23.5도로 일정하게 기울어져 태양 주위를 돌지 않아. 22.1도와 24.5도 사이를 오가며 움직이고 이게 4만 년이나 걸려. 현재는 23.2도에서 움직이고 있어야 해. 그런데 보고서에는 22.9도야. 하루 사이에 0.3도가 움직였어. 사람이 살면서 절대 느낄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난 거야. 마치 고속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듯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지구 축의 각이 변해 버렸다? 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
김찬민 부장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 왼쪽 손목의 떨림이 느껴졌다. 강태석 소장의 전화였다.
“소장님, 죄송한데 첨성대 관련 조사는 아직 못했어요. 여기도 상황이 급해서요. 다음에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리면 안 될까요?”
김찬민 부장이 강태석 소장의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부장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어요. 급히 좀 만나야 해요.”
강태석 소장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죄송해요. 여기 상황이 몹시 안 좋아요. 저도 이곳에서 대기 상태라 움직일 수가 없어요. 다음에 만나면 어떨까요?”
김찬민 부장이 정중히 거절했다.
“지구의 운명과 관련된 일입니다. 제가 그리로 가고 있으니 거기서 만나면 어떨까요?”
‘지구의 운명?’
김찬민 부장은 상황판을 바라봤다. 태평양 주변의 화산활동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국제지질기구의 보고서를 번갈아 봤다.
‘예감이 좋지 않아. 어쩌면 소장님이 뭔가를 알고 있을 수 있어.’
“좋습니다. 저희 연구소로 오세요.”
“감사합니다. 곧 도착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김찬민 부장은 국제지질기구의 축 변화 데이터와 자기장의 변화를 자세히 살폈다.
대간이 하람 일행을 쫓아가려는 두 악령을 부리막대로 먼저 공격했다. 그들이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대간의 선제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 같았다.
그들이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졌다. 푸른악령의 부하인 하몬이었다. 대간이 부리막대를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가 가온누리의 징표가 있는 부분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놓았다.
부리막대가 빨갛게 빛나며 길어졌다. 부리막대 손잡이에는 가온누리의 징표와 함께 자신을 상징하는 지구방위기사단의 징표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또한 손잡이 끝 부분에는 지구방위기사단을 상징하는 열두 개의 별이 동그랗게 박혀 있었다.
‘이것을 다시 쓸 줄은 몰랐는데.’
대간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대간의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몸에 붉은 털이 나왔으며, 귀는 머리위로 솟아 십이지신의 하나인 개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눈 주위와 얼굴은 대체적으로 하얀 털과 붉은 털이 서로 섞여 있었다. 가슴과 배, 그리고 팔과 다리와 꼬리 끝 부분은 하얀 털이 있었다.
대간의 몸과 머리에 황금빛 갑옷이 착용되고 투구가 씌워지면서 갈색 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꼬리만 갑옷 뒤로 나와 바람에 흩날리듯 살랑거렸다. 부리막대는 양날의 검으로 변했다. 대간은 천천히 돌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령들을 보았다.
세 악령의 손에 검과 비슷한 무기가 들려 있었지만, 유독 한 명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간은 그가 푸른악령이고 나머지는 하몬들이라고 생각했다. 하몬들의 손에 들려 쥔 무기는 끝은 칼처럼 뾰족했지만 칼 날 주변으로 낚시 바늘처럼 생긴 갈고리들이 달려 있었다. 푸른악령이 머리로 신호를 보내자 그 옆에 있던 하몬이 대간에게 달려들었다. 칼은 대간의 어깨 쪽을 살짝 비껴갔고, 이를 피하며 검으로 하몬의 등을 내리쳤다. 푸른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몬은 쓰러졌고, 먼지처럼 사라졌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죽은 하몬이 사라졌다.
“너희는 아직 내 상대가 아니야!”
대간은 몸이 슬슬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머지 하몬들이 동시에 대간을 공격했다. 가시 같은 칼이 대간의 왼쪽 갑옷 옆구리를 스쳐갔다. 대간은 피했지만 갈고리에 걸려 황금 갑옷이 찢겼다. 살짝 스쳤는데도 황금갑옷의 폐인 자국이 생각보다 컸다. 예상외로 상대의 무기는 강했다.
‘악령의 힘이 세 질수록 무기의 힘도 세질 거야.’
대간은 빨리 하몬들을 물리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하몬들이 양쪽에서 공격해 왔다. 대간이 위로 솟아올랐다. 그러자 한쪽의 하몬이 대간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대간이 검으로 화살을 쳐냈다. 대간은 칼을 회전시키며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하몬들을 향해 돌진했다. 대간이 측면의 하몬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붉은빛이 번쩍 빛났다. 하몬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서서히 사라졌다.
푸른악령은 사라진 하몬을 보고 나서 대간을 보았다. 눈이 실룩거렸다. 대간의 능력을 시험이라도 한 듯 남은 그들은 파란 불빛으로 변하여 사라졌다. 대간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머리 투구가 사라지고 갑옷도 사라졌다. 예전의 모습으로 얼굴과 몸도 돌아왔으며, 부리막대도 원상태로 작아졌다.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갑옷 덕분에 옆구리에 상처는 없었지만 둔기에 맞은 듯 통증은 있었다. 대간은 자신의 차로 가서 부리막대 상자 위치를 추적했다.
“아직 멀리 가지 않았군.”
대간은 차에 타서 시동을 켰다. 대간의 차가 빠르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