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화살이 날아왔다.
대간은 육감적으로 하람과 강태석 소장을 품에 앉고 바닥에 쓰러졌다. 화살이 살짝 비켜가며 대간의 어깨를 스쳤다. 조금 전 대간이 사용한 마법을 파악하고 다이몬의 부하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대간은 저들이 자신을 빠르게 찾아낸 것을 보고 놀랐다.
‘두 사람을 대피시켜야 해. 이들을 두고 저들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해.’
“지금은 절대 첨성대 쪽으로 가면 안 됩니다. 아셨죠? 그리고 이 아이를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대간이 일어나 강태석 소장을 붙들고 말했다. 강태석 소장은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다. 대간이 가슴속에 감춰둔 상자 주머니를 하람에게 주었다. 화살이 날아와 자동차 앞에 떨어졌다.
“하람아,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상자를 잘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강태석 소장이 놀란 눈으로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다.
“여기 있으면 모두 다 죽어요. 저들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얼른 피하세요. 그리고 어디든 좋으니 절대 첨성대는 가지 마세요. 알겠습니까?”
대간이 두 사람을 강태석 소장의 차로 밀어 넣었다.
“대간, 함께 가요?”
하람이 차에 타며 대간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그래요. 빨리 타세요?”
강태석 소장도 거들었다.
“시간이 없어요.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 저 괴물에게 죽어요. 어서 가요!”
화살이 대간을 향해 날아왔다. 대간이 주머니에서 부리막대를 꺼내 그것을 튕겨 냈다.
“곧 따라갈 테니 이 분과 함께 가렴. 저들이 원하는 것은 나지 네가 아니야. 내가 시간을 벌 테니 어서 빨리 떠나.”
화살들이 쏟아졌다. 대간이 부리막대로 화살들을 쳐냈다. 강태석 소장은 시동 버튼을 누른 후 액셀을 버튼을 길게 눌렀다. 차는 빠르게 도로를 달려 나갔다.
악령들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대간에게 가까이 왔다. 그들은 여전히 검푸른 천으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 부위만 보이다 보니 푸른 눈만 보였다.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두 악령들이 뒤를 쫓으려 했다.
차는 경주를 벗어나고 있었다. 강태석 소장은 지금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새벽에 첨성대가 무너지고, 교통사고가 날 뻔하고, 괴물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뜬금없이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된 상황이 정리가 안됐다.
“꼬마야, 네 이름이 뭐니?”
강태석 소장이 차분하게 물었다.
“미안한데 저 꼬마 아니거든요. 아저씨보다 훨씬 나이 많아요.”
그는 하람의 말에 기가 차다는 듯 정면과 하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얘야 거짓말 하면 안 돼. 네가 진실을 말해야 나도 너를 도와주지.”
“전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받아들이고 있지 않잖아요?”
하람이 그를 또렷이 보며 말했다.
“좋아, 그렇다고 치고 네 이름이 뭐니?”
“하람이요.”
하람이 훌쩍거리며 말했다.
“하람아, 왜 첨성대로 가면 안 되는 거니?”
“악령들이 나타날 수 있어서 그래요.”
“도대체 그 요상한 괴물은 뭐니? 그리고 그 아저씨와 너의 정체는 뭐지?”
그가 하람에게 계속 물었다.
“대간이 말해줬는데 다이몬의 부하들이래요.”
하람이 대간에게 들었던 대로 말했다.
“다이몬의 부하? 그게 무슨 말이니? 좀 차근차근 설명해 줄래?”
“근데, 왜 말끝 마다 반말이어요? 제가 아저씨보다 500살은 많아요!”
하람이 강태석 소장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그는 뜨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자꾸 장난치면 이 아저씨가 가만 안 둔다. 많이 봐야 중학생 정도 밖에는 안 보이는데 500살이라고?”
강태석 소장이 진지하면서도 무게 있게 말했다.
“대간과 저는 사람이 아니어요. 대간은 하늘에서 내려온 수호자이고, 저는 하늘의 도깨비 요정이며 가온누리님의 전령이어요.”
“뭐? 사람이 아니라고?”
그가 놀란 눈으로 하람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피부가 푸른 색깔을 하고 있는 것이 일반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진실이어요. 사실, 이런 얘기도 하면 안 되는데 저도 두렵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하람은 좀 진정이 됐는지 강태석 소장에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늘에는 가온누리님이라는 절대 신이 있어요. 전 하늘의 도깨비 요정으로 500년 전에 그분에게 발탁되어서 지금까지 그분의 전령으로 지구의 일을 알리고 이를 대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또한 지구에 위험한 일이 발생하거나 사람들의 구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가온누리님에게 알리는 일이 제 역할이어요. 아까 그분은 대간인데, 지구방위기사단 중 십이지신의 한 분으로 지구를 악으로부터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하람의 몸이 푸른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는 하람의 몸의 변화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잠깐, 너 피부 색깔이 변하고 있는데 이건 왜 그러는 거지?”
“제 몸은 평상시에는 검붉은 색인데 기분이 안 좋거나 불안하거나 슬플 때는 푸른색으로 변해요. 지금은 좀 안정이 되니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거예요.”
하람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강태석 소장은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람의 말을 믿어보려 했지만 여전히 믿기 힘들었다.
‘신화와 전설은 그저 인간의 흥미를 자극하는 관심대상일 뿐이야. 그리고 그것이 사실로 정리되어 역사로 인정받으려면 철저한 고증이 필요해. 이 아이가 말하는 내용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말들이야.’
“방금, 지구방위기사단이 십이지신이라고 했는데 열두 동물 띠를 말하는 거니?”
강태석 소장이 십이지신이란 말이 생각이 나서 물었다.
“네.”
“백번 양보해서 네 말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조금 전 상황은 뭐니?”
그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드는 느낌이 들었지만, 하람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몰라요. 대간이 지구 지하에 갇혀 있던 다이몬과 그 부하들이 깨어났다고 했어요.”
“나도 고문헌을 연구해서 최대한 너를 이해하려고 하는데 설화 같은 얘기를 사실이라고 하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그리고 지구 지하에 있다는 다이몬은 뭐고 그 일당들은 뭐니?”
강태석 소장은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다이몬은 과거 지구를 지배했던 악의 신이어요. 다이몬이 지구방위기사단과 싸움에 져서 지구의 불가마니 안에 갇히게 되었고,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도록 했었죠.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다이몬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데요.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들도 다이몬과 관련이 있다고 대간이 말했어요.”
“첨성대가 무너진 것도 자연재해가 아니라 다이몬의 소행이라는 거니?”
그는 최대한 하람의 얘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자세한 것은 나중에 대간에게 물어보세요.”
그는 하람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문헌을 연구하면서 그가 쌓아왔던 연구 내용과 하람의 말을 아무리 비슷하게 엮어 보아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너무 많았다.
‘하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껏 연구했던 모든 내용들이 하루아침에 아무런 쓸모가 없게 돼. 하지만 오늘 내가 본 상황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누가 이런 일을 믿을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겼던 강태석 소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차의 방향을 틀었다. 차는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창밖을 보며 하람은 대간이 걱정되었다. 하람은 대간이 무사히 자신을 찾아오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