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 네 개가 대간의 집 주변으로 빠르게 몰려왔다. 그 불빛은 서로 원형을 유지한 채 빙글빙글 돌며 한동안 대간의 집 안을 살폈다. 원형을 유지하던 불빛들이 네 개로 흩어졌다. 불빛은 점차 희미해지면서 사람의 형태를 띠어갔다. 검푸른 천이 그들의 몸을 덮고 있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으나 파란 불빛 두 개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들이 천천히 땅에 내려왔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얼굴까지 덮었던 천의 모자를 벗었다. 가로등 조명에 희미하게 보이는 얼굴 모습은 하이에나와 비슷했으며, 아래 송곳니 두 개가 광대뼈를 찌를 듯이 튀어나와 있었다. 얼굴에는 머리에서부터 눈을 지나 광대뼈를 거쳐 목선까지 두 줄의 검은색 띠가 그려져 있었다. 하얀 입김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는 땅바닥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손가락의 끝마디가 발갛게 변했다. 네 개의 붉은 불빛이 바닥에 선명히 나타났다. 그가 일어나서 망토를 뒤집어쓴 한 명에게 속삭이듯 말을 했다. 그러자 망토를 뒤집어쓴 그가 나머지 세 명에게 뭔가 지시를 했다. 그리고 그들의 몸은 사라지고, 푸른빛 네 개로 변한 후 원형을 유지하며 하늘로 사라졌다.
강태석 소장의 차가 고속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는 황정민 박사가 보내준 붕괴될 당시의 첨성대 영상을 계속 살펴봤다. 영상에서 주변의 흔들림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균열 조짐이 있어서 해체 후 복원하자고 했을 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기분이 착잡했다. 그는 손목의 전화 버튼을 눌렀다. 이른 시간에 전화를 하는 게 미안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소장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그가 말하기 전에 상대방이 먼저 인사를 했다. 자다 일어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한국지구지질연구소의 김찬민 부장은 얼마 전 세미나에서 알게 된 사이었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성격에 미스터리한 지구 현상들에 관심과 탐구심이 많아 서로 잘 통했었다.
“어디세요?”
“비상상황이라 연구소에 있습니다. 그런데 소장님은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그의 차분한 말투와는 다르게 김찬민 부장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경주의 첨성대가 붕괴되었다고 해서요. 혹시 원인을 알 수 있을까요?”
강태석 소장이 빠르게 얘기했다.
“저희도 조사 중입니다. 당시 경주에 특별한 징후가 없었는데 첨성대 주위에만 진동이 발생했어요. 문제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추가적으로 조사한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김찬민 부장으로부터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해 답답했다. 차는 고속 터널을 빠져나온 이후 규정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차를 수동모드로 전환하여 직접 운전을 했다. 액셀 버튼을 누르자 차는 속도를 냈다. 과속 경고등이 울렸다.
이른 새벽 시간이라 차는 거의 없었다. 차는 경주 톨게이트를 빠르게 지나갔다. 첨성대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첨성대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더 급해졌다.
그때 그의 차 앞으로 물체가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푸른 섬광이 비치며 눈이 보이지 않았다. 강한 빛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야 확보가 안됐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대간의 차는 한적한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하람이 자꾸 뒤를 보며 물었다. 누군가 계속 쫓아오는 것 같았다.
“첨성대로 가보자.”
대간도 조금 전 상황이 긴박했던 터라 얼굴에 식은땀이 보였다.
“대간의 집으로 몰려온 것들은 뭐죠?”
“다이몬의 부하들일 거야. 다이몬이 아직은 직접 움직일 수 없으니 부하들을 이용하고 있는 거지.”
하람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걱정 마. 잘 될 거야. 내가 책임지고 너를 하늘로 올려 보내 줄게.”
대간이 하람을 위로하며 말했다. 하람이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그게 아니고. 대간을 찾기 위해 마법을 썼어요. 그래서 다이몬의 부하들이 온 거 같아요.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정말 미안해요.”
“교외의 집에서부터 너를 미행했다고?”
대간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졌다. 하람은 대간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첨성대에는 왜 가는 거죠?”
“첨성대가 하늘과 연결된 또 다른 통로인데 거기에 가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늘의 문이 또 있다는 거네요?”
하람이 반색을 했다.
“하늘의 문은 하나가 아니야. 지구 곳곳에 여러 개가 있지.”
대간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하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자신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계속 찾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첨성대에 가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나요?”
하람이 희망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게는 안 돼. 지구에 여러 개의 하늘의 문이 있지만, 지구방위기사단과 가온누리님을 위한 거지 너를 위한 것은 아니야. 그리고 그 문도 이미 닫혀 있어.”
“그럼, 갈 필요가 없잖아요?”
하람은 대간의 말을 듣고 실망했다.
“어쩌면 첨성대를 통해서 지구방위기사단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야. 그랬으면 좋겠는데······.”
대간은 마지막 말을 혼자서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방향을 왼쪽으로 트는 순간 오른쪽에서 차 한 대가 대간의 차를 향해 돌진하듯 달려왔다. 대간은 차를 피하기 위해 순간이동을 했다. 다행히 상대 차와는 부딪히지 않았다. 상대 차는 한 바퀴를 빙그르 돌고 난 후 가드레일 옆에 가까스로 멈춰 섰다.
“큰일 날 뻔했다. 넌 괜찮니?”
“네, 전 괜찮아요.”
“저 차 운전자는 어떤지 보고 와야겠다.”
대간이 멈춰진 차 쪽으로 걸어갔다.
강태석 소장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차는 가드레일 옆에 멈춰 있었다. 무언가와 충돌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충격 빼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강태석 소장은 낯선 사람이 자신의 차로 걸어오는 것을 봤다. 그가 문 앞에 서서 말했다.
“괜찮으신가요?”
“제가 무엇에 부딪히지 않았나요?”
강태석 소장이 차에서 내려 키가 큰 노신사에게 정중히 물었다. 그는 흰머리 때문에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얼굴을 보니 자신보다 더 젊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한 바퀴 돌고 멈췄어요. 지나가는 길에 목격을 하고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살펴보러 온 겁니다.”
대간은 대충 얼버무려 답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강태석 소장은 느낌이 이상하면서도 새벽부터 잠을 설쳐서 자신이 잘 못 봤다고 생각했다.
“직접 운전을 하셨던데 무슨 큰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첨성대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해서 그만 과속을 했네요.”
그는 괜히 말했다고 생각했다.
“첨성대가 무너졌다고요?”
하람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네, 오늘 새벽에 무너졌어요.”
그는 조금 진정됐는지 차분히 말했다.
“첨성대와 관련해서 일을 하시나요?”
대간이 물었다.
“저는 고문헌과 천체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어요. 지금 쓰고 있는 논문 주제가 첨성대와 관련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가 갑자기 무너졌다고 하니 너무 안타까워 이렇게 달려온 겁니다.”
대간은 잠시 생각을 했다.
“첨성대가 무너졌다면 갈 필요가 없어. 아마 다이몬의 소행일 거야.”
대간이 하람에게 조용히 말했다. 대간은 다이몬의 부하가 이미 자신이 알려고 하는 것을 가져갔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첨성대에 가는 것은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대간은 상황이 점점 복잡하게 꼬여 가고 있다는 생각에 다음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망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