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있는 거죠?”
강태석 소장이 대간에게 물었다.
“태양과 지구의 자전축이 평행을 이루는 날 다이몬은 태양에너지를 최대로 끌어 모으려고 할 겁니다. 그 날을 춘분으로 예상을 하고 있으니 얼마 남지 않았죠. 하지만 그 보다 다이몬은 부리막대 상자를 찾고 있을 겁니다. 아마 이 상자를 찾기 전까지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대간을 공격하고 우리를 계속 찾아다닌 건가요?”
대간의 말에 하람이 물었다.
“다이몬도 지구방위기사단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깨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거야. 하지만, 무엇보다 다이몬이 부리막대 상자를 손에 넣으면 지구를 정복하는 것은 더 쉬워져. 부리막대 상자는 단순한 상자 그 이상이야. 이 상자의 힘은 지구방위기사단 능력의 총 결집체라고 생각하면 돼. 다이몬이 이것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도 우리의 부활을 막는 것보다는 이 상자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야. 이 상자를 손에 넣은 후 부리막대를 이용하여 푸른악령들에게 그 힘을 넣어주려고 할 거야. 그렇게 되면 지구방위기사단의 영혼은 악령의 영혼 속에 갇히게 되고, 결국 그들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게 되지. 이 상자가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세상의 운명도 바뀔 수 있어.”
“그렇다면 하루 빨리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대간의 말에 하람이 물었다.
“대간이 있었던 곳은 어디죠?”
강태석 소장이 대간에게 물었다.
“그건 알려줄 수 없어요.”
“대간의 위치를 알면, 이 그림문양들을 해석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다른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고요. 당신 도움이 필요해요.”
“나도 해석할 수 없는 것을 당신이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저는 고문헌 학자입니다. 당신 말처럼 그림문양이 고대 인간의 언어라면 제가 축적해 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히 해석이 가능해요. 그리고 제 경험상 이런 그림문양들을 해석하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상자 안에 있어요. 이것의 수수께끼는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제 생각엔 가온누리님은 당신을 통해 이 그림문양을 해석할 수 있는 열쇠를 줬을 겁니다.”
강태석 소장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부리막대 상자 좀 보여주세요.”
대간이 검은 주머니에 넣었던 부리막대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부리막대 상자가 천천히 돌았다.
“모든 면에는 두 명의 지구방위기사단이 있어요. 그리고 그림문양이 서로 대차 되면서 한쪽이 열리면 다른 쪽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대간이 있었던 곳은 이렇게 한 지구방위기사단의 그림문양만 계속 나타나고 있어요. 그것은 당신이 현재 여기 있기 때문에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만약 당신의 위치가 여기에 나타난다면 당신도 이 그림문양을 해석할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가온누리님이 처음부터 구상한 권력의 분산은 이뤄지지 않아요. 그래서 이 세상에 나왔을 때는 자신의 위치는 보이지 않게 한 겁니다.”
“그럼, 대간이 자신의 안식처로 들어가면 대간의 위치도 여기에 표시된다는 말이네요. 그리고 그 위치를 우리가 알고 있으면 이 그림문양을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하람이 강태석 소장의 말을 정리했다.
“바로 그거야!”
“하지만 소장님 말은 추론에 불과해요. 만약에 내가 들어갔는데도 여기에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죠?”
“그것은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고, 지금은 가장 최선의 방법을 택해서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이몬을 이길 수 없어요.”
강태석 소장이 재차 대간을 설득했다.
“대간이 안식처에 들어가면 그림문양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간이 알려준 위치와 여기에 나오는 그림문양을 바탕으로 단어들을 맞추면 당신의 그림문양을 해석할 수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까지 해석할 수 있는 열쇠를 우리는 찾게 되는 거죠. 대간,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나요? 당신 말처럼 시간이 없어요. 확률은 희박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대간,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하람도 대간을 설득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간은 망설이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안식처에 들어가고 나면 나 스스로는 나올 수 없어요. 그 틈을 타서 다이몬이 공격해 온다면, 당신과 하람 둘이서 이 부리막대 상자를 지켜 낼 수 없어요. 그리고 지구에 더 나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어요.”
“부리막대 상자 때문에 대간이 걱정하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대간이 안식처에 있으면 우리가 이 상자에서 나타나는 그림문양을 해석한 후 하람이 빼 내주면 되잖아요?”
강태석 소장은 여전히 신념에 넘쳤다.
“소장님이 모르는 게 또 있어요. 내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은 금기사항입니다. 이는 오직 가온누리님과 나만이 알아야 하는 겁니다. 그것을 어기는 것은 죄를 범하는 일입니다.”
이번엔 대간이 원칙을 주장했다.
“지금, 그 금기사항과 지구를 지키는 것 중 어느 게 우선입니까? 어차피 나중에 다른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도 다 알게 될 것을 왜 그렇게 걱정하세요? 다른 지구방위기사단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간의 위치를 해석하는 것인데 이것조차 해석하지 못하면, 그 금기사항을 지킨 들 무슨 소용 있나요?”
하람이 대간에게 말했다.
“대간, 따로 생각한 계획이 있나요?”
강태석 소장이 대간에게 물었다. 대간이 한동안 주저하다가 말했다.
“좋아요. 대신 시간을 오래 끌지는 마세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할게요.”
강태석 소장이 말했다.
“그것을 해석하지 못하거나 제 시간 안에 해석하지 못하면,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내가 사라지면 다이몬은 직감적으로 선한 기운이 빠진 것을 알 겁니다. 짧으면 몇 분 안에 그들이 당신과 하람이 있는 곳을 알 수 있어요. 당신과 하람의 위치가 알려지면 부리막대 상자도 위험해 지고, 당신과 하람의 생명도 장담할 수 없어요.”
대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강태석 소장도 긴장감이 밀려왔다.
“하람아,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상자는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된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 지켜야 해. 이 상자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란 걸 명심해라.”
대간은 하람에게 부리막대 상자를 보여주며 신신당부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목숨 걸고 꼭 지켜 낼게요.”
하람의 눈에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갑시다!”
대간이 부리막대 상자 주머니를 가슴 한쪽에 넣으며 말했다.
셋은 회의실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