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잘 주무셨어요?”
“응, 밥 먹었니?”
“네, 불편하신 데는 없으시고요?”
“없어. 내 걱정 말고 아범이나 잘 챙겨. 아범이 고생이다. 맨날 병원 들락거리고.”
“괜찮아요. 어머니 건강 잘 챙기세요.”
“알았어. 술 많이 먹지 말고.”
“네, 걱정 마세요. 전화 끊을 게요.”
기계적인 대화가 오고간 후 정수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입원한 이후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되었다. 항상 건강하고 오래 사실 거 같은 부모님이었지만 세월에 장사 없다고 부모님의 몸은 여러 곳이 하나 둘씩 고장이 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걱정이야.’
정수는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출근했어?”
“이제 거의 다와가. 넌?”
“난 사무실 앞이야. 어머니 문제로 좀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언제 시간 돼?”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암튼 어머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
“올케가 뭐라고 해?”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저녁에 시간 되면 그럼 병원에서 볼 수 있어? 어차피 아버지 병원 갔다가 저녁이나 먹지.”
“그래, 알았어. 병원에서 봐.”
누나와 전화를 끊고도 정수는 한참을 차에 앉아 있었다.
‘형이라도 한 명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수는 형제가 많은 가족이 부러웠다.
아버지 면회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누나는 병원에 왔다.
“아버지는 봤어?”
“응.”
“좀 어떠셔?”
“별 진전 없어.”
“의사는 뭐라고 해?”
“고령이고, 고혈압에 신장 기능도 안 좋고 뇌혈관도 좋지 않아서 합병증이 우려된다는 말만 해. 그나마 저리 버텨 주는 게 다행이라고. 자기들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면서 환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만 하네.”
두 사람은 병원을 빠져 나와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식당을 찾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생이 많지? 누나가 돼서 도움도 못주고, 미안해.”
“아냐, 뭐 하는 일도 없는데.”
“그나저나 어머니 문제란 게 뭐야?”
정수가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정수는 국물 한 숟가락을 뜬 후 수저를 내려놓고 누나를 바라봤다.
“혹시 하는 말인데, 아버지 저러시고 나서 어머니 혼자 계시잖아.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거 같고. 누나 생각은 어떤지 해서.”
정수는 다시 수저를 들어 국물을 입에 넣었다.
“올케하고 얘기해 봤어?”
“아니, 아직 말은 안했지. 모시고 살 생각은 계속 하고 있으니. 그런데 어머니가 같이 살아도 외로울 거 같아서 …….”
수현은 밥을 뜨다 말고 정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난주에 어머니 모시고 집에 왔거든. 그런데 우리 집에서도 어머닌 혼자인 건 마찬가지더라고. 애들도 다 컸는데 할머니하고 같이 있어 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다들 학교가고 회사가고 하면 어머니 혼자 있는 건 지금 집이나 우리 집이나 같아.”
“그래도 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것 하고 밤에라도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다르지.”
수현은 정수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어머니를 혼자 두는 것이 걱정이 됐다.
“니네 집에 강아지 분양 받았다며?”
“응.”
“낮에 강아지하고 같이 있으면 그래도 낫지 않을까? 요즘 어르신들이 반려동물들하고 같이 있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수현이 다시 정수의 의중을 살폈다.
“보는 건 좋지만 그것도 일이야. 배변 패드도 수시로 갈아줘야 하고, 똥도 치워줘야 하고 때 되면 밥도 줘야 하고 어머니 힘들어서 못해.”
“그래서 넌 어떻게 했으면 하는데?”
수현도 점점 꼬여만 가는 거 같아 불안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어떤 게 어머니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머니하고 직접 얘기해 보면 어떨까?”
“어머니는 그러면 당연히 혼자 산다고 하시겠지. 예전에도 체력이 닿는 한 우리 피해 안준다고 했어.”
“그게 무슨 피해야. 엄마도 참.”
“누나하고는 뭐 얘기 나눈 거 없어? 그래도 매일매일 통화하잖아.”
“없어. 나야 뭐 엄마하고 일상적인 얘기 하고 그러지. 그런 얘기는 안 해 봤지.”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둘은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아버지는 어떨 거 같아? 계속 중환자실에 있는 게 불안해.”
수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아버지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하니 지켜봐야지. 그렇다고 저 상태에서 일반병실도, 집으로 모시는 것도 그래.”
“상태가 호전되면 모를까 더 나빠진다고 하면서 ……. 저러다 어찌 될까 걱정이야. 우리들 모르는 사이에 어찌되면 어떡해.”
정수는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둘은 식사를 하다 말고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의 상태는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아버지를 면회하고 주치를 만났을 때, 주치의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정수에게 말했다. 정수는 고개를 숙인 채 주치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정수는 짧게 대답만 하고 자리를 떴다. 중환자실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다. 조명도 흐릿해져 있었으며, 오직 벽에 걸린 TV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정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다. 허무함이 정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