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집에서 케어가 가능해?”
아내가 걱정스런 얼굴로 정수에게 물었다.
“아직은 초기 증상이니까. 그리고 요즘 데이케어센터라고 주간보호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서 거기 다니시면 괜찮아 지실거야.”
정수는 미리 알아본 정보를 아내에게 설명했다.
“어머니가 가시려고 할까?”
“나도 그게 걱정이긴 해. 아니면 집으로 요양보호사를 부르는 제도도 있어. 어머니 데이케어센터에 가시는 것 보다는 그게 나을 수 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덕자하고 같이 있으면 덜 적적하실 수도 있고. 당신만 괜찮으면 그렇게 해볼까 해.”
정수는 아내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형님하고는 얘기해봤어요?”
아내는 고민에 찬 얼굴로 물었다.
“아니, 아직 이제 해보려고.”
정수는 누나에게 어머니의 치매 얘기를 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엄마가 치매라고?”
수현이 놀란 얼굴로 정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현의 큰 눈이 왕방울처럼 더 커졌다.
“지난번 진료 때 의사가 그렇게 말했어.”
정수는 침착하게 수현에게 말했다.
“사실이야?”
수현이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정수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다행이 초기래. 잘 치료하면 크게 문제 될 거 없다고 하니 약물치료 잘 받고 관리하면 된다고 했어.”
정수가 수현이를 달래며 말했다.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잖아?”
수현이 찌푸려진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렇긴 해도 더 나빠지지 않게 하면 되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수현이 정수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혼자사시는 건 무리일 거 같아.”
정수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너희 집에서 모시려고?”
수현이가 좀 안심이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우리가 당장 어머니 댁으로 이사를 오는 것도 쉽지 않고, 애들 학교 문제도 있고. 소진이야 대학생이니 상관없지만 진혁이 학교 옮기는 것도 쉽지 않고.”
“애초에 엄마 혼자 두는 것이 아니었어.”
수현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게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누나 말처럼 어머니 혼자 두는 게 아니었다.
“내가라도 엄마 모실 수 있으면 그게 서로 편할 텐데 나도 시어머니 아프셔서 신경쓰는 처지라 말도 못하네.”
수현은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엄마 불쌍해서 어떡하니?”
정수는 그런 누나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어머니 잘 계시죠?”
“응 잘 있지. 아범 건강은 어떠니?”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 괜찮아요. 도우미 아주머니도 잘 하시죠?”
“그 사람 안 오면 안 되니?”
정수의 말에 어머니는 가슴속에 참고 있었던 말을 내 뱉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뭘 사람까지 부르고 그래. 아직은 혼자서 할 수 있다니까.”
“어머니 혼자서도 잘 하시는 거 알아요. 그래도 혼자 계시는 것보다는 같이 말동무 할 사람 있으면 적적하지 않고 좋잖아요?”
정수는 에둘러 어머니를 설득시켰다.
“뭐가 적적해? 수현이도 매일 전화 오고, 안심심해. 그리고 비싼 돈 들여가며 사람을 왜 불러! 내가 정 움직이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면 모를까.”
“나라에서 지원해 줘서 돈 안 들어요. 그러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이따 찾아뵐게요.”
“집에 올 거야? 오면 아버지하고 같이 밥 먹을 거지?”
“어머니 오늘 저희 집 가셔야 하잖아요. 저 바빠요. 이따 봬요. 전화 끊을 게요.”
정수는 전화를 끊고 서둘러 일을 마무리 하고 퇴근 준비를 했다.
어머니의 고집에 수현과 정수는 어머니를 정수의 집으로 모시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정수와 수현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 집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주말에는 격주로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처음에 어머니는 자식들이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현이와 정수가 찾아오는 것을 좋아했다. 다행이 치매는 더 발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좋아지는 것도 없었다. 의사는 어머니의 병세가 유지 되고 있는 것이 안정적으로 관리를 해서 그렇다고 했다.
어머니는 전화를 드렸음에도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왔니? 배고프지? 밥 먹자.”
어머니는 주방에서 나와 현관에 들어서는 정수를 보며 말했다. 정수는 아무 말 없이 식탁으로 갔다. 식탁에는 아버지 밥그릇과 정수 밥그릇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드셨어요?”
“응, 난 아까 약 먹으려고 먹었지. 아버지는 너 온 다음에 같이 먹는다고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저 밥 먹을 동안 저희 집에 갈 준비 하세요.”
“갑자기 왜 너희 집에 가는데? 너희 집에 안 간다니까?”
“어머니 그게 아니고 오늘이 아버지 제사잖아요.”
어머니는 정수의 말에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래 맞네. 아버지 제사 지내러 간다고 했지.”
어머니는 풀에 죽은 듯 가만히 방으로 들어갔다. 정수는 대충 밥을 먹고 식탁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