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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May 16. 2020

#6. 국토종주 0일 - 인천 아라뱃길

150km 정도의 장거리 코스 연습하기

* 지난 줄거리


  본격적인 국토종주를 떠나기 전에 코스와 준비물, 주의사항 등을 미리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100km가 넘는 장거리 라이딩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미리 연습을 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국토종주 출발을 시작하진 못했습니다. 아직 국토종주 인증수첩이 도착하지 않았거든요...




#6. 총길이 155km, 아라뱃길 다녀오기


* 장거리 라이딩, 어떤 것들을 신경 써야 할까?

새벽 6시, 시작점인 동작역으로 떠납니다.

  국토종주를 위한 준비는 오늘도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필요한 물품, 자전거 상태 체크, 체력 훈련 등 매일매일 국토종주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입니다. 그동안 살면서 뭔가를 이렇게 의욕적으로 준비해본 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매일 하는 자전거 훈련이 때로는 힘들고, '왜 사서 고생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찾아오는 '해냈다'는 달성감이 저를 계속해서 자전거 위로 올라가게 만듭니다. 


  최근 서울 날씨가 썩 좋지 못했습니다. 비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거든요. 비가 와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날에는 헬스장의 사이클 머신을 이용해서 연습을 했습니다. 이런 모의 연습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실제로 길을 달리는 장거리 라이딩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죠? 그것도 100km 이상을 달리는 초장거리 라이딩은 실제 국토종주길에 오르기 전에 최소 한 번은 경험해야 합니다.

  아무튼, 장거리 라이딩은 한 번은 꼭 해봐야 합니다. 아래의 요소들을 테스트하기 위함이죠.


 - 효율적인 시간 관리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목적지까지 아직 수 km가 남았는데, 이미 해가 진 깜깜한 밤이라면 큰일이겠죠?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 내에 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미 해가 진 뒤에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숙소에 도착한 후의 휴식시간과 정비 시간을 뺏긴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소모된 시간은 고스란히 내일 일정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일찍 일어나는 것'입니다. 아직 자전거를 그리 잘 타는 편이 아니므로, 가능하면 일찍 일정을 시작해 시간을 풍족하게 쓸 계획입니다. 대략 7시 정도가 되면 해가 저무는데, 이 시간까지는 자전거로 무리 없이 이동이 가능합니다. 저 역시 일정 중에는 하루를 일찍 시작할 계획입니다. 늦봄과 초여름쯤에는 대략 5시에서 6시 사이부터 날이 밝으므로, 5시에 기상하여 6시에 일정을 시작하면 하루를 최대한 길게 쓸 수 있습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13시간 정도가 되겠네요. 더욱 좋은 점은, 목적지에 일찍 도착해서 충분히 쉴 수도 있고 말이죠 ㅎ.


 - 주행능력 테스트하기

  사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최고의 방법은 '빨라지는 것'입니다. 평속 19km와 20km는 숫자나 실제 주행 속도로는 체감이 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1시간이면 1km, 10시간이면 10km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평속이 높을수록, 그리고 체력이 좋을수록 같은 시간 안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납니다. 엔진이 좋을수록 멀리 갈 수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마냥 빠르게만 달리는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평속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무리해서 빠른 속도를 유지하게 되면 금방 지쳐버리기 때문에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이건 대회나 경기가 아니거든요. 또한, 오르막이나 역풍과 같은 상황에서 평속 유지를 위해 신체에 무리를 주는 격한 주행으로 페이스를 흐트러지게 하면 해당 구간 이후의 라이딩에 충분한 속도를 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적정한 속도를 최대의 효율로 유지하는 방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업힐이나 역풍 구간에서 다소 시간을 쓰더라도, 아껴둔 에너지를 이용해서 다운힐과 평지에서의 고속 순항을 한다면 시간당 이동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 길 찾는 연습

  장거리 주행은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듭니다. 긴 거리를, 그것도 혼자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토종주 길은 안내 표시가 생각만큼 잘 된 편은 아니라 틈틈이 길 체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는 그런 간단한 지도 확인조차 실수가 잦아집니다.

  특히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에는 갑작스러운 유턴 지점이나 갈림길 등이 나타나는데, 그런 구간에서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때로는 자전거 도로에서 일반 도로로 바뀌는 구간도 있죠. 그럴 때 표지판을 잘못 보고 엉뚱한 길로 가게 된다면? 더욱 먼 거리를 돌아서 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애써 달렸던 수 km의 거리를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길 찾는 연습이 매우 중요합니다.


 - 휴식하는 연습

  제가 장거리 라이딩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조금만 더 달리고 쉬자'는 생각에 체력 관리가 안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오래 쉬어서 시간을 많이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예방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자주 쉬되, 짧게 쉬는 것. 물론, 체력이 많이 낭비된 상황이라면 충분히 쉬어줘야 합니다. 솔직히 이런 부분들은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보급 연습 (물과 간식 먹는 연습)

  휴식과 함께 취약한 부분입니다. 이전 글에서 '봉크'라는 것을 말씀드렸죠? 봉크는 단순히 체력적으로만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의 멘탈을 강하게 공격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타이밍에 물과 간식을 계속 배 안으로 넣어줘야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수도권 밖을 제외하고는 '편의점 보일 때마다 앉아 쉬면서 달달한 것을 먹어주자'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 자전거 이상 유무 체크

  기어 변속은 잘 되는지, 브레이크는 잘 듣는지, 타이어에 바람은 충분한지, 자전거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평소 타던 짧은 거리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문제가 갑자기 생길 수 있거든요. 제 경우에는 브레이크와 변속 부분에서 약간의 문제를 찾아서, 자전거 사장님을 찾아가 해결했습니다.


 - 자신의 몸 상태 체크 (아픈 곳은 없는지, 주행 중 어디가 불편한지)

  장거리 라이딩을 하면 당연히 몸이 피곤해집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목과 어깨, 팔이 저릿하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근육통이 경미하게 생기며, 양쪽 무릎에 통증이 생깁니다. 특히 왼쪽 무릎의 통증이 심한데, 참고 자전거를 탈 수준이긴 합니다. 하지만 특별히 아픈 부분이 있다는 건 자전거를 타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자신의 신체에 맞는 자세로 자전거를 세팅하는 '피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직접 하는 자가 피팅도 가능은 하지만, 이 부분은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탄 경험자들도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피팅을 전문으로 하는 미케닉 등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피팅받는 것이 가장 좋은데, 자전거 샵 사장님 말씀으로는 제 자전거와 같은 생활자전거는 애초에 피팅을 받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피팅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안장 위치 정도인데, 그 정도는 알려줄 테니 직접 하라고 하시더군요. 일반적으로 피팅은 자전거 사이즈 선택부터 사용자 신체에 맞는 부품 선택, 미세한 각도 조절 등 아주 세밀한 작업을 요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요령껏 부상 없이 탈 수 있도록 연습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 취약한 코스 파악 (역풍, 업힐, 다운힐, 코너 구간 등)

  관건은 '업힐'입니다. 국토종주 구간에는 1km부터 5km에 이르는, 다양한 경사의 업힐이 매우 많습니다. 업힐이 안 힘든 사람은 없지만, 업힐을 정복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죠.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업힐에서 지나치게 체력을 빼도 안 되지만 업힐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버리면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합니다. 요컨대, 자신의 페이스를 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역풍, 다운힐, 급격한 코너 구간이 있습니다. 다운힐과 코너는 속도를 줄이는 정도면 됩니다. 문제는 역풍입니다. 역풍은 이번 글에서 자세히 다뤄볼 예정입니다.


 - 돌발상황 대처 능력 (기상 악화, 부상 대처, 자전거 고장 등)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부상, 자전거 고장 등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 부분들은 연습하려고 일부러 비 오는 날에 자전거를 타거나 일부러 다치거나 자전거를 망가뜨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단지, 유사시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사전 대비를 하는 것 말곤 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자전거 펑크는 제가 유일하게 연습할 수 있는 부분들 중 하나입니다. 자전거 튜브를 갈아 끼우는 연습 말이죠.


  백문이불여일견, 아무리 말해봐야 직접 해보는 한 번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직접 타보는 게 최고겠죠? 마침 서울의 날씨가 드디어 맑아졌습니다. 바람이 다소 있긴 하지만, 매우 쾌청합니다. 게다가, 제 국토종주의 출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인증수첩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거 받으려고 일주일 기다렸다!


  날씨가 맑은 오늘이 지나면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일주일 가까이 말입니다. 연습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늘뿐인 것 같습니다. 서둘러 자전거와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섭니다. 오늘, 저는 장거리 연습을 겸해서 인증센터 네 곳을 갈 예정입니다. 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중간에 길도 헤매고 식당도 찾아내고, 자전거 정비도 받고 오느라 실제 거리는 약 155km 정도 됩니다.


  낙성대역에서 출발, 첫 번째 인증센터인 뚝섬을 지나 잠실철교를 건너 하트코스로 진입, 이후 아라뱃길을 왕복한 뒤 여의도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경로입니다. 원래는 아라뱃길만 찍고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이왕 할 거면 길게 타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당일 아침에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실제 국토종주 첫날의 목적지는 충주 탄금대이고, 탄금대까지는 약 160km입니다. 적어도 저녁 7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니, 여유롭게 시간을 잡으려면 출발시간을 오전 6시로 하는 것이 적당해 보입니다.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출발 준비까지 하려면 적어도 오전 5시에는 일어나야 하므로, 저 역시 오늘은 오전 5시에 일어났습니다.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를 가르고 집을 나섭니다. 아침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합니다. 아침에 뭔가 해 먹으려니 시간이 애매했거든요. 매번 다니는 길이지만, 집을 나서자마자 등장하는 무자비한 업힐은 적응이 안 됩니다. 자비 없는 경사의 다소 빡센(?) 워밍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위해 동작역으로 향합니다.


  정식 일정은 아니지만, 0일 차 국토종주를 시작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 시작부터 길을 잃다?


한강의 남단과 북단을 이어주는 반포대교 아래의 잠수교입니다. 차와 자전거, 보행자 모두가 오갈 수 있습니다.


  반포대교의 아래에는 사진과 같은 잠수교가 있습니다. 한강의 북단에 있는 뚝섬 인증센터를 가기 위해 자전거, 차량, 보행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이 잠수교를 건넙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잠수교의 북단 인근에 깜짝 업힐이 나오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남단 기준으로, 잠수교를 지나 우측으로 꺾어 가면 뚝섬 방향입니다. 그런데 웬걸, 시작부터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자전거용 회전 교차로가 있는데, 그만 국토종주 자전거길 안내판을 못 보고 엉뚱한 곳으로 간 겁니다. 첫출발에 너무 들뜬 탓일까요...? 시작부터 뭔가 꼬이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뚝'섬'이라 길을 잘못 들어도 한 바퀴 돌아 인증센터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제가 생각한 섬이 그 섬(島)이 아닌 모양입니다? 덕분에 청계천 초입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느라 주행거리가 5km 늘어납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심적으로 굉장히 스트레스더군요. 겨우 5km 늘어난 것일 뿐인데, 가야 할 거리가 더 늘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힘이 빠지게 됩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 라이더들이 예민해지는 이유가 다 있군요...


이런 조형물이 보이면, 오른쪽 사진의 다리를 건너 뚝섬 남쪽으로 이동해줍니다.


  다시 원래의 코스로 돌아와 조금만 이동하면 이내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뚝섬 전망 콤플렉스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멋진 아침의 한강 풍경을 보며 첫 도장을 찍으니, 비로소 '드디어 첫 발이다'라는 느낌입니다. 가까운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준비한 수첩을 꺼내 도장을 찍습니다. 비록 깔끔하게 찍히진 않았지만, 국토종주의 첫 도장이 찍히는 순간입니다! 좀 전에 길을 헤맸던 것도 잊힐 만큼 뿌듯한 경험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도장을 찍어나가면 정말 짜릿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서울 안의 인증센터라서 도장이 잘 찍힐 줄 알았는데, 설마 인주가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국토종주길에 오르면 꼭 인주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인주가 없어서 도장이 잘 안 찍혔다는 점입니다. 제길...

  

  출발하고 20km 정도 라이딩을 한 시점이라, 배도 출출해서 가져온 바나나를 하나 까서 먹기로 합니다. 바나나를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한강에 보입니다. 그중에 가장 특이했던 사람은 맨발로 러닝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굳이 보행자 전용 도보를 놔두고 자전거들이 쌩쌩 달리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이용합니다. 물론, 지나가는 라이더들이 울리는 벨소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결국 라이더가 알아서 피해야 하는데, 뒤에서 빠르게 오는 자전거가 있거나 맞은편에서 오는 라이더가 있으면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이렇듯 한강 자전거길은 무법천지입니다. 자전거 도로 자체가 법적인 효력이 없는, 그야말로 '부탁'의 영역입니다. 자전거 도로로 사람이 다녀도 제제를 가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죠. 사고가 나도 자전거 잘못인 겁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어볼까요?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의 한가운데를 일반 보행자가 걷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도로 위의 보행자는 차량이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비킬 생각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보행자에게 비켜줄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에 차량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어떠신가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습니까?


  의식 없는 보행자도 문제지만, 라이더들 역시 몰지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라이더에 대해서는 글의 후반부에 또 다뤄볼 수 있도록 하죠.


챙겨온 바나나 하나를 먹고 경치를 즐깁니다.


  가져온 바나나 세 개 중 하나를 먹고,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 자전거에 오릅니다. 다음 목적지는 잠실철교를 지나 하트코스를 도는 것입니다. 하트코스는 이전의 새벽 라이딩 이후에도 수 차례나 돌았기 때문에, 손쉽게 클리어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지겹다는 것 정도...일까요?


2호선 옆으로 난 자전거길을 따라 잠실운동장을 지나면 하트코스로 진입합니다.


  남은 바나나 두 개는 각각 양재천 종료지점과 안양천 합수부에서 해치웁니다. 안양천 합수부까지 도착하니 대략 70km 정도를 주행한 것 같습니다. 바나나와 물을 마시며 남은 거리를 봅니다. 대략 30km 정도 남았군요.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거리인 것 같습니다.

  아침을 적게, 그것도 이른 시각에 먹은 것도 있고, 전날 잠을 적게 잔 탓인지 몸 컨디션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장시간 자전거를 타면 생기는 무릎 통증도 슬슬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곧 다가올 엄청난 시련은 전혀 모른 채, 한가롭게 바나나나 뜯었습니다.


  잠깐 휴식을 취한 뒤, 김포 방향의 자전거길로 올라탑니다. 하지만 저는 아라뱃길을 지나면서, 여태 자전거 일정 중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것도 수 차례나 말이죠...



* 역풍, 봉크, 그리고 몰지각한 라이더의 삼위일체


바람의 세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서울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길은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가르며 가는 길입니다. 약 30km의 거리인데, 이 날은 평균 풍속이 서풍 7m/s나 되는 말입니다. 하필 제가 아라뱃길로 향하던 오전 10시 ~ 12시는 바람의 세기가 최고조에 이르던 시간입니다. 자전거가 휘청일 정도이니, 말 다 한 셈입니다.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는 탓인지, 페달을 밟는 발이 업힐을 오르는 것처럼 무겁고 힘겹게 느껴집니다. 이 정도 밟으면 족히 35km/h는 나올 텐데도 20km/h 안팎에서 좀처럼 올라가질 않습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픈데 힘은 힘대로 부치고, 점점 지쳐만 갑니다.


많은 라이더 분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셨습니다. 나도 쉬고 싶다...


  그렇게 역풍을 뚫고 억지로 '아라 한강갑문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맨 처음 도장을 찍었던 뚝섬과 달리, 이번에는 도장을 찍으면서 '이제 겨우 80km 탔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내가 과연 부산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물도 마셔보고, 10분 정도 휴식을 취해봤지만 좀처럼 기운이 나질 않습니다. 전부 포기하고 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요...


  그렇습니다. 바로 '봉크'가 온 것입니다. 아침도 부실하게 먹었고, 중간중간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습니다. 기껏 먹은 것들이라곤 바나나 세 개가 고작인지라, 에너지가 고갈된 신체가 뇌를 지배하려고 합니다. 이내 극심한 공복이 찾아왔고, 저는 순간적으로 위기를 직감합니다. 이대로는 큰일 나겠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기에, 저는 아껴둔 비장의 무기를 빠른 타이밍에 쓰기로 했습니다. 바로, '파워젤'입니다.


제가 먹었던 파워젤입니다. 맛은 커피 사탕 + 치약 + 박카스 맛입니다...


  파워젤은 자전거 마니아들이라면 다들 들어봤거나 사용해봤을 겁니다. 강도 높은 라이딩을 지속할 수 있도록 탄수화물과 아미노산 등을 간편하게 섭취하게끔 만들어놓은 행동식입니다. 행동식은 말 그대로 다른 행동을 하는 중에 간편히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든 휴대용 음식입니다. 원래 운동할 때 사 먹으려고 놔뒀다가 그다지 먹을 일이 없어서 그대로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용할 일이 생기는군요. 다시금 자전거라는 운동의 어마어마한 강도에 놀랍니다.


  출발 전, 하나를 뜯어서 물과 함께 먹습니다. 신기하게도, 뱃속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효과가 올라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기력함에 짓눌려있던 몸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파워젤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효과가 알코올처럼 금방 날아가거든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서, 도착하면 맛있는 것을 하나 사 먹자는 일념 하나로 페달을 돌립니다.


이런 일반 도로도 지나게 되는데, 혼돈의 도가니입니다. 이곳에서 라이더 간의 가벼운 다중 추돌사고가 있었습니다.

  

  아라 한강갑문을 지나면 위의 사진과 같이 무역회사와 세관, 화물창고가 밀집한 화물부두 지역을 지나게 됩니다. 이곳은 굉장히 위험한데, 신호를 지키지 않는 라이더와 차량들이 이리저리 뒤섞여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차들과 자전거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정말 조심해서 지나가야 합니다. 아예 마음 편하게 가려면 자전거나 차들을 한 웨이브 먼저 보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라이더 여럿이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최소 다섯 명 이상이 넘어지는 사고였습니다. 사고가 난 일행들이 서로 모여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는데, 많이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서로 앞다투어 먼저 나가려는 욕심에 불필요한 접촉사고가 자주 있는 모양입니다.


제한속도 20 ~ 30m/sec이라고 합니다. 이래서 빨리 달리는 건가...?


  아라뱃길로 가는 길은 더욱 위험했습니다. 수많은 자전거 동호회가 못해도 30km/h는 되는 속도로 엄청나게 빨리 달리는데, 자전거 도로가 좁고 차선 구분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천천히 주행하는 자전거들은 옆으로 비켜주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추월하는 자전거 동호회는 중앙선을 완전히 넘어서 추월해버립니다. 그것도 뒤로 줄줄이 길게 이어진 채로 말이죠.


  이걸 다시 차량에 빗대어 설명드리자면, 차선이 하나인 좁은 도로에서 여러 대의 스포츠카가 일렬로 줄지어서 한 차선을 점거한 채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의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말이죠. 만약에 코너 구간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전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겠죠.


  '북적이는 구간에서 감속을 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길게 줄지어 달리는 무리를 보통 팩(pack)이라고 합니다. 팩의 선두가 갑작스럽게 감속을 하게 되면 뒤에서 바짝 붙어 따라오는 같은 팩의 라이더와 부딪혀 연쇄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결국, 한 번 속도가 빠르게 붙어버린 팩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빠른 항속을 유지한 채로 달리게 됩니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맞은편 차선에서 자전거가 오더라도 무리해서 추월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모 자전거 동호회가 일반 국도를 점거하며 라이딩을 해 비난을 받았던 유명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아라뱃길을 이동하며 이런 동호회들을 수 차례 옆으로 지나 보낸 것 같습니다. 엄청난 역풍을 맞서서 못해도 시속 30km/h는 되는 속도로 달리는 그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위험하고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로 바로 옆은 보행자 도보, 그 옆은 가슴팍까지 오는 난간입니다. 충돌 사고가 일어나서 누군가가 난간 밖으로 튕겨나가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사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자전거는 함께 탈 때에 가장 재미있습니다. 매너 있게 주행하는 동호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동호회가 자신들의 재미만을 위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게 재미있다는 건 저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폭력이 어떤 경우에도 용서될 수 없듯이 사고 역시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해서는 안됩니다. 안전을 위해서, 사람이 많은 구간에서는 우리 모두 조금만 속도를 늦추도록 합시다 ㅎㅎ.


  그렇게 저보다 훨씬 빠른 라이더들이 제 옆을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던 찰나, 저와 속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지나가겠습니다~' 하는 외침과 함께 저를 추월해갔습니다. 척 보기에도 굉장히 값비싼 자전거들로 무장한 엄청난 동호회였는데, 회복 주기인 모양인지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습니다. 무자비한 역풍으로 숨이 껄떡 넘어가는 그 순간,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뒤에 붙어서 가볼까...?'였습니다.

 

드래프팅 효과를 이용해 체력을 상당히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염치를 불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드래프팅'입니다. 자신의 앞을 주행하는 라이더를 바람막이로 삼아 이동하는 방법으로, 혼자 바람을 가르는 것보다 훨씬 적게 체력을 소모합니다. 목적지까지 대략 10km 남은 지점이었는데, 힘들더라도 '저 무리의 뒤에 붙어서 힘을 줄여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힘차게 페달을 돌려봅니다.

  사실 이런 기술을 미리 공부해서 알아본 것은 아니고, 자전거를 타다가 묘한 승부욕(?)에 앞서서 가는 자전거들을 뒤따라 가면서 '이상하네, 별로 힘들지 않은데 기분 탓인가'같은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이런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었던 것이죠.


  어떻게 뒤에 따라붙긴 했는데, 이미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라 뒤에 따라붙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런 행동을 보통 '피 빨기'라고 하더군요. 허락 없이 함부로 뒤에 따라붙는 행동은 위험하기도 하고, 비매너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여하튼, 허락이 필요한 행동인만큼 행렬의 맨 마지막에 있는 분에게 '뒤에 잠시 붙어도 될까요?'라고 여쭤봤습니다.

  맨 뒤의 분은 앞으로 '모르는 사람이 뒤에 붙어도 되냐는데?'라는 말을 전달하셨습니다. 이윽고 끄덕이는 수락 사인이 났고, 저는 '그래도 12시 전에는 도착하겠다'는 생각으로 안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동호회 분들이 갑자기 속도를 엄청나게 올리는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빨라진 속도를 감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무리에서 떨어진다 생각하고, 허벅지가 없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았습니다. 설마 떼어내려는 건 아니었겠죠...?


  숨이 가빠오고, 심장은 미칠 듯이 쿵쾅거립니다. 무릎과 발을 제외하고는 점점 모든 신체의 감각이 사라져 갑니다. 제 눈 앞에는 오로지 앞사람의 뒷바퀴와 등만 보이고, 바람이 제 몸을 가르는 '쉭쉭'거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위협적으로 변해갑니다. 이렇게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맨 앞에서 바람을 모두 맞아가며 무리를 이끄는 사람은 이 속도를 대체 어떻게 유지하는 건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몇 분을 따라갔을까요, 중간에 편의점이 딸린 제법 넓은 광장이 나타났습니다. 그 광장에서 동호회 사람들이 쉬기로 했던 모양인지, 전부 우측으로 빠져 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쉬게 되면 몸이 퍼질 것 같아, 계속 길을 가기로 합니다. 덕분에 편하게(?) 온 것 같은데, 고맙다는 말이라도 했을걸 싶네요.


  동호회의 피를 빤(?) 덕분에, 남아있던 10km는 어느새 3km로 확 줄었습니다. 하지만 서해 근처까지 오니,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바람이 정말 무식할 정도로 세게 불어서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질 않습니다. 입에서 절로 욕이 나올 정도입니다. 진짜로 욕을 하진 않았습니다. 욕을 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아무튼, 역풍을 뚫고 가는 일은 오르막과는 또 다른 역경임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100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달려온 끝에, 드디어 국토종주의 첫 출발지인 '아라 서해갑문 인증센터'에 도착하게 됩니다...!



* 올 때는 역풍이었으니, 갈 때는 순풍이겠지?


약 100km를 달린 끝에,


  정확히 오후 12시, 정신 나간 역풍을 뚫고 온 저는 드넓은 서해 갯벌에 둘러싸인 아라 서해갑문 인증센터에 도착을 했습니다. 출발 또는 도착을 축하하는 것처럼 생긴 꽃 터널을 지나는 순간에는 정확히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하나는 '이제야 진짜 첫 발을 내디뎠구나...' 하는 생각, 나머지 하나는 '일단 밥부터 먹자'였습니다. 당장 밥을 안 먹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장거리 주행을 하게 된다면, 절대 편의점 도시락 같은 걸로 끼니를 해결하고 6시간 이상을 타진 말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달리 주변에 육안으로 보이는 음식점이 전혀 없는 겁니다. 빈 속에 힘은 없고, 정신도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인근 식당을 검색해봅니다. 음... 대부분의 식당들이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대로를 건너서 가야 하는 수 km 거리에 있습니다. 젠장... 그 와중에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저의 정신력은 바닥이 나기 직전까지 간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인근에서 근무하시는 것 같은 분들이 점심을 드시러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른 자전거를 끌고 가, 가까운 거리에 식사가 가능한 곳이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뒤편의 '아라뱃길 여객터미널'을 가리키면서 '저기 가면 편의점이랑 분식집은 있어요'라는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분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먹을 수만 있다면 뭐라도 괜찮았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저는 터미널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메뉴는 김밥 한 줄과 우동 한 그릇이었는데, 가격이 엄청나게 비쌉니다. 김밥은 한 줄에 3,000원이었고, 우동은 5,500원이었습니다. 김밥이 먼저 나왔는데, 우동이 채 나오기도 전에 모조리 흡입했습니다. 우동 역시 다 먹는 데에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맛은 그냥 평범한 김밥과 우동입니다. 배가 고파 살기 위해 먹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군요...


  식사를 마친 뒤, 바로 옆의 편의점에서 양갱 몇 개와 이온음료를 산 뒤 갑문 구경을 하려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심한 탓에 추워서 구경을 할 상황이 되질 못하더군요... 잘못하다간 휴대폰을 떨어트릴 것 같아서, 먹은 음식이 소화되는 느낌이 들자마자 바로 출발했습니다.


이 출발지점을 지나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점에 섰습니다. 낙동강 하굿둑과 함께 출발지점이자 시작 지점이기도 한 곳입니다. 배가 고파 정신이 없었을 때는 몰랐는데, 수첩에 도장을 찍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바람과 공복으로 고생했던 직전의 순간은 금세 잊어버렸고, '그러고 보니 나는 국토종주를 하기 위해 이곳을 온 거였다'는 생각이 다시 나더군요. '바퀴는 굴러가고 강산은 다가온다'는 표현,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설레는 마음은 점점 더 부풀어 오릅니다.


  몸에 먹을 것이 들어간 덕분에, 저는 다시금 기운을 차리고 돌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이제 약 40 ~ 50km만 더 가면 집입니다! 비공식 일정이긴 하지만, 첫날의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 쉴 수 있습니다.


  올 때는 역풍이었으니, 갈 때는 순풍이라서 쉽게 가겠다는 생각으로 신이 났는데, 오히려 바람의 방향이 약간 바뀌어서 또 역풍이 되었더군요... 하지만, 서해갑문 방향으로 갈 때의 저는 공복 상태에 초속 7m/s의 바람을 뚫었습니다. 지금은 몸에 생기도 돌고, 겨우 2 ~ 3m/s 정도인 바람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한달음에 저는 '여의도 서울 마리나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집까지는 멀어봐야 10km,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됩니다!


  도장을 찍고, 쉬는 타이밍 없이 바로 돌아갑니다. 오늘은 국토종주 출발 전에 자전거의 간단한 중간 점검을 받기 위한 날이기도 하거든요. 돌아가는 길에 잠시 자전거 샵에 들러 사장님을 뵙기로 했습니다. 브레이크와 변속기 등의 상태 점검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날, 사장님께서 은근히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자전거가 매우 청결한 상태고, 기타 부속 관리가 잘 된 편이라고 해주셨거든요. 사실 최근에 자전거 세차와 구동계 청소를 했었습니다. 치과 가기 전에는 평소보다 좀 더 신경을 써서 이를 닦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말이죠...? 자전거 정비에 관해서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글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래 봬도 전문가에게 칭찬을 받은 실력이니까요 ㅎㅎ.


차들도 힘겹게 올라가는 무자비한 업힐이 저희 집 대문 앞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자전거 정비를 마친 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라섭니다. 매번 돌아오는 길이지만, 저희 동네는 경사가 아주 무자비합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도 악명이 높은 동네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힘든 일정까지 소화하고 왔기 때문에, 이 경사가 저에게는 더욱 힘겹습니다. 자전거 앞바퀴가 들릴 정도의 엄청난 경사가 거의 수 km 이어지기 때문에,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차들도 많이 지나다녀서, 차를 피해서 좁은 업힐을 지나가느라 템포가 떨어지는 순간 지옥이 펼쳐집니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국토종주에는 이것보다 더 길고 급경사인 업힐이 많을 겁니다. 실제 국토종주를 왔다 생각하고, 숙소의 앞길을 가로막는 업힐을 정복한다는 일념으로 자전거를 탑니다. 오늘의 경사는 힘든 일정을 소화했던 탓인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힘든 느낌입니다.


  약 30분 정도의 힘겨운 업힐 전투 이후, 오후 4시 직전에 저는 집에 도착합니다. 어찌어찌 집에 무사히 도착한 저는, 입은 옷이랑 기타 몸에 찬 것들은 죄다 벗어던지고 샤워를 한 뒤, 곧장 자버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고 일어나니, 생각보다 잠에 든 시간이 길진 않더군요. 오후 5시 정도에 기절하듯 자버렸는데, 일어나 보니 자정 정도였습니다. 평소랑 비슷하게 7시간 정도 잔 셈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절차가 남았습니다. 바로, 라이딩 복기입니다.



* 155km의 라이딩은 어땠나?


  중간에 네비가 고장 난 거리까지 포함하면, 어제 저는 약 155km를 달렸습니다. 집에서 충주까지의 거리가 약 160km임을 감안하면, 대충 비슷한 거리를 달렸으니 괜찮은 비교가 되겠네요. 확인할 요소 몇 가지들을 위에 적어뒀었죠? 그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체크해보기로 했습니다.


 - 걸린 시간

  적절함과는 상관없이, 시간 분배 자체는 나쁘지 않게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많이 힘들긴 해도 예상한 오후 7시보다 훨씬 빠른 오후 4시에 집에 도착했으니까요. 자전거 샵에 들러 정비한 시간을 제외하면, 아마 3시 정도에 집에 도착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간에 자주 쉬어만 주면 하루에 150km 이상은 주파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아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정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국토종주 일정의 핵심은 '일찍 일어나고, 일찍 도착하고, 일찍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셈이군요!


 - 자전거 타는 실력은?

  특이하게도, 주행거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덜 힘들게 타려고 제가 스스로 요령을 부리는 느낌이 듭니다. 체중과 몸의 근육 여기저기를 골고루 돌아가며 쓰는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후반부에는 거의 힘이 들지 않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 길 찾기는?

  그 쉽다는 한강 자전거길을 잠깐이지만 헤매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길을 똑바로 잘 보고 다니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잘못 이동하는 몇 km가 종주의 막바지에는 엄청나게 치명적일 수 있거든요.


 - 휴식은?

  사실,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초중반에 너무 적게 쉬니, 식사시간에 과하게 많이 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실제 라이딩 시간은 7시간 정도인데, 휴식시간은 자전거 수리나 신호를 대기하는 등을 합해도 3시간 가까이 찍혔습니다.


 - 보급은?

  이것 역시 완전히 실패입니다. 1시간마다 먹어주자던 저의 계획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하... 사실, 안 먹으려고 안 먹은 게 아니라 중간에 먹을 것이 다 떨어진 게 팩트입니다. 어쨌든, 보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입니다. 다음부터는 신경을 잘 쓰기로...


 - 자전거 상태는?

  국토종주 전, 이상한 점을 찾아서 고치기 위한 장거리 라이딩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뒷바퀴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꼈고, 가서 점검을 받아 고쳤습니다.


 - 아픈 곳은?

  신기하게도, 특별하게 '치명적이다'할 정도로 아픈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 흔한 근육통도 전혀 없었습니다. 역시, 일정 중의 힘든 것들은 죄다 적게 쉬고 적게 먹어서 그런 것들이었군요...

  다만, 왼쪽 무릎이 아픈 것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안장의 높이를 낮추는 처방을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아프다면, 뭔가 무릎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 약한 구간은?

  업힐, 그리고 역풍 구간이 관건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시간도 많이 잡아먹히고, 체력도 많이 잡아먹힙니다. 체력 분배를 잘해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다른 구간에서 만회한다는 생각으로 정복해야겠습니다.


  처음 하는 장거리 라이딩 치고는 나름 만족스러운 수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이렇게 시간이 짧게 단축이 가능하다면 일정을 좀 더 느긋하게 잡아도 되고, 반대로 하루에 갈 거리를 늘려도 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럽군요!


  이후로 거짓말처럼, 장거리 연습을 한 이후로는 계속된 비 소식에 좀처럼 자전거를 끌고 나갈 일이 없습니다. 아쉬운 대로 매일 헬스장 자전거를 타고는 있는데, 실제 주행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자전거를 탈 수 없을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있죠. 바로, 자전거 정비입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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