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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May 27. 2020

#7. 내 몸과 자전거 정비하기

자전거와 내 몸을 정비하자

  * 지난 줄거리


  인증수첩을 받은 저는 자전거 국토종주의 출발점인 아라서해갑문을 시작으로 인증 도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약 150km의 장거리 라이딩을 마친 저는 생각보다(?) 몸이 멀쩡한 것을 깨달았고, '이런 템포라면 국토종주도 꿈이 아니겠다'는 생각에 부푼 채로 국토종주 날짜를 계획합니다. 하지만  변덕이 심한 서울의 날씨는 좀처럼 저의 국토종주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틈을 타서, 자전거 정비를 계획하기로 합니다...




#7. 자전거와 내 몸을 정비하자


* 국토종주, 과연 할 수 있을까?

대체 날씨가 왜 이 모양인 거야...

  최근 서울의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공기가 나빠졌다가,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가 합니다. 아니면 반대로, 비가 온다고 했다가도 날이 맑아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제 바람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제발 비와 미세먼지만은 하늘에 계신 위대하신 분께서 건드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참고로, 저는 무교입니다.

  기껏 150km나 달려서 몸을 끌어올려놨는데, 긴 거리의 야외 주행을 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날씨도 변덕이고, 빠른 시일 내에 국토종주를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는 지인들과 미뤄둔 약속도 많이 잡아버렸습니다.


  국토종주를 당장은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의욕도 확 식어버리는 느낌입니다. 당장 일정이 한가해지는 6월까지 기다리자니, 20대의 마지막인 절반이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에 '이제 겨우 국토종주 하나 끝냈군'이라는 허망함만을 남길까 싶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국토종주처럼 시간만 많이 잡아먹는, 나중에 생각해보면 추억거리 정도밖에 되지 않을 일 따위는 벌이지 말았어야 한다는 후회도 몰려옵니다.


  며칠 전에 어머니와 했던 통화 후에는 이런 생각이 더욱 커졌습니다.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어머니께 근황을 알려드렸는데, 어머니께서 걱정이 많으신 듯하셨습니다. 이력서를 거의 20개 가까운 업체에 뿌렸다고 말씀드렸는데, 150개 정도의 이력서를 썼는데 딱 한 군데 됐다더라는 제 친구의 이야기를 어머니께서 전하시더군요. 그 친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력의 대가인데, 그렇게 취업에 노력하는 친구가 150곳이나 되는 회사에 이력서를 내서 겨우 '하나' 붙은 겁니다.

  게다가 제가 이력서를 쓴 20개의 회사들은 딱히 제가 원하는 직업과도 거리가 먼, 단순히 '당장 돈이 없으니 어디서든 일이라도 해서 벌자'는 마음에 이력서를 낸 곳들입니다. 자신 있고 하고 싶던 분야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어머니의 대답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 넘쳤던 제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마음 어딘가에 자리를 깊게 차지한 모양인지, 제 입에서도 의도치 않게 자동으로 튀어나와버리고 말았죠. 순간 아차 싶었는데,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기에 괜한 걱정만 남기는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님의 걱정이 채 해소되지도 않은 채로 통화는 찜찜하게 끝이 났고, 저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부모님께 괜한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죄송함, 그리고 '국토종주'라는 저의 꿈에 갇힌 채로 사느라 잊고 있었던 현실의 냉혹함까지. 그동안 모아놓은 몇 푼의 돈, 그리고 부모님의 관심과 지원 속에 갇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았습니다. 온실 밖의 냉혹한 현실이 비닐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후회가 커질수록, 후회는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안감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흥청망청 돈과 시간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금전적인 문제도 제게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다시 회사를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생활에 필요한 돈은 필요한 법이니까요. 급한 대로 제가 일을 할 만한 곳들에 이력서를 보내며 취직을 염두에 두는 것도 이런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것일 테죠. 이렇게까지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점점 '국토종주를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문득, 잠자리에 누워 어머니께서 예전에 하셨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저의 끈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때는 저의 20대 초반으로 흘러갑니다.


  예전에 기타를 잠깐 쳤던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잠시, 그리고 대학에 와서 군생활 동안 쳤으니 기간으로 치면 약 5년 정도 되겠군요. 기타도 여러 대를 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제법 친다' 정도는 되는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총 세 대의 기타가 저를 거쳐갔는데, 두 대의 기타는 제가 치고 싶어서 샀던 것들입니다. 이것저것 연습을 하긴 했는데, 지금 제가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열심히 하지도 않았습니다. 두 번째 기타였던 일렉기타는 좀 하다가 잘 안되니 금방 싫증이 나서 관뒀던 기억이 나고, 세 번째 기타는 제가 자비로 구매한 첫 번째 기타였는데 군 전역 이후로 돈도 없고 칠 장소도 마땅치 않아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기타를 중고로 처분하는 때는 제법 기타를 잘 쳤는데, 지금 다시 쳐보라고 하면 쉬운 곡 몇 개 빼고는 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허허.


  잡담이 길었는데, 과거의 제가 기타를 구매한 이유는 지금의 제가 자전거를 산 이유와 거의 똑같습니다. 단지 '하고 싶어서'였던 것이죠. 그리고, 매일 몇 분 정도 연습하고는 곡을 연거푸 틀려가며 완주하는 제 모습을 보며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끈기가 없다.


  당시에는 흘려서 들은 이야기였는데, 현재의 제 자신에게 이 말을 다시 던지게 됩니다. 대학생 시절의 장래희망도, 지금 당장 하려는 국토종주도 저의 부족한 끈기로 흐지부지되려 합니다. 어려운 취업의 문턱, 변덕스러운 날씨. 이 모든 것들은 그저 '하기 싫다, 두렵다'는 저의 깊은 마음속 고민에서 올라오는 변명뿐이라는 것을 제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매번 부족한 끈기로 실패해왔던 목표들처럼 이번의 '국토종주'도 그렇게 지나가는 한낱 몽상에 불과한 것으로 보내버리고 싶진 않았습니다. 여태껏 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울타리를 깨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자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국토종주는 그런 껍질을 깨고 나아갈 수 있는, 저의 울타리를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결국 '국토종주는 떠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다시 마음이 변하기 전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국토종주를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벌인 일들은 다녀와서 생각하기로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쪼개서 쓰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토종주를 빨리 끝내면 됩니다. 국토종주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입니다. 이상과 현실을 모두 잡기 위해서는 그만큼 부지런해져야 할 일입니다.


  며칠 간의 고민을 마치고 나름의 결단을 내리게 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입니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갑작스러운 취직보다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쫓아가자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탈 수 없으면 헬스장의 사이클 머신에서라도 타고, 집 안에서 쉬고 있는 자전거 역시 정비를 해야겠죠. 단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국토종주보다 더 어려운 일인만큼, 일단은 국토종주를 하는 중에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기로 합니다. 국토종주를 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서 길고 긴 자전거길을 따라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쇠뿔도 단 김에 빼라는 말을 참고해서 바로 자전거 정비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뭔가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래, 자전거 정비를 해보기로 합니다. 자전거 정비의 기초는 뭘까요? 제 생각에는 자전거는 깨끗하게 관리할수록 오래 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전거 정비의 기초인 '세차'를 해보려 합니다.


  복잡한 마음을 씻어내리기에 청소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물론, 당장의 복잡한 심정을 피해보자는 얄팍한 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청소를 하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복잡한 생각이 정리가 되면, 몸도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지 않을까요...?



* 자전거 세차하기


좌측 상단부터 - 청소용 스펀지 / 청소용 솔 /세정제 / 안 쓰는 천(걸레) / 예비 튜브 / 드라이버 / 육각 렌치 / 펑크패치 / 체인 오일 / 멀티 그리스.


  자전거 청소 및 정비를 위해 필요한 용품들을 간단히 구했습니다. 청소용 솔과 스펀지는 자전거 본체와 구동계 청소를 위한 것입니다. 다목적 세정제는 '디그리셔(묵은 기름때나 그리스 등을 제거하는 용매제)' 대용입니다. 원래는 자전거 세정용으로 파는 전용 디그리셔를 구할까 했는데, 가격이 20,000원이 넘어가서 대용품을 찾다가 찾은 물건입니다. 동네의 생활용품 백화점에서 2,000원에 구매했는데, 성능이 어마 무시했습니다...

  체인 오일과 그리스, 걸레는 자전거 세척 후에 녹이 슬 수 있는 부위에 바르거나 물기를 닦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예비 튜브와 펑크패치는 혹시나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튜브를 수리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드라이버와 육각렌치는 자전거에 부착된 부속품들을 분해하거나 간단한 자가정비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제 자전거에 이렇게 많은 액세서리들이 달려있었습니다.


  자전거 정비에 들어가기 전, 우선 자전거를 깨끗한 상태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해보니, 자전거도 물세차를 하는 것 같더군요? 물세차를 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정보를 접하게 된 저는 위의 물품들을 구한 뒤에 고민 없이 자전거를 화장실로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물세차를 하기 전, 자전거에 달린 각종 부착물들을 분리해줬습니다. 저것들만 다 분리했는데도 자전거가 한결 가벼워지더군요. 자전거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이 글의 후반부에 다시 언급할 예정입니다 하하하.


딱 자전거 한 대와 제가 들어갈 공간이 되었습니다. 핸들 부분을 피해서 물을 골고루 뿌려줍니다.


  우선, 자전거에 물을 뿌려줬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전거 핸들과 스템(앞바퀴와 핸들 사이의 연결부위) 쪽에는 물을 뿌리면 안 됩니다. 저 부분은 물이 묻으면 내부에서 녹이 생기게 되고, 기름이 묻지 않는 곳이라 굳이 물과 세제로 씻을 필요가 없거든요. 저 부분만은 피해서 물을 뿌려줍니다. 물을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자전거에 붙은 진흙이나 먼지 등은 대부분 사라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자전거 세척의 진정한 목적은 체인, 스프라켓(뒷바퀴의 톱니 뭉치), 앞뒤 기어, 크랭크(페달의 톱니 부분)를 깨끗하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 부분에 기름때가 쌓이게 되면 기어 변속이나 부드러운 페달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구동계 부분의 기름때 제거를 위해, 비장의 무기인 다목적 세정제가 활약할 때입니다!


체인과 기타 부분들에 세정제를 뿌리자마자 검은색 기름때가 엄청나게 떨어집니다.이후 주방용 세제로 자전거를 전체적으로 닦아주면 됩니다.


  사진은 이미 세정제를 수 차례 뿌린 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기름때가 나오는 중입니다. 처음 뿌렸을 때는... 욕실 바닥을 타고 제 자전거 프레임 색과 똑같은 검은색 물줄기가 줄줄 흘러내렸답니다 ㅋㅋ... 자전거를 구매하고 2달 만에 처음 청소하는 것인데, 그동안 체인 부분은 나름 깨끗이 닦는다고 닦았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구정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본 저는 그만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저렇게 기름때가 쌓이는 부분에 다목적 세정제를 뿌리고 몇 분을 두면 기름때가 어느 정도 불어나서 솔로 닦으면 잘 닦입니다. 그렇게 솔로 꼼꼼히 닦아주시면 됩니다. 구동계 청소가 끝나면, 자전거를 주방용 세제로 전체적으로 거품을 내며 닦은 뒤 헹구면 끝납니다.


청소를 끝내고 본래의 광을 되찾은 저의 자전거입니다. 뿌듯...


  자전거 세척이 끝나면, 자전거 바퀴를 바닥에 퉁퉁 튕겨주면서 물기를 털어내고, 걸레나 헝겊 등으로 물기를 닦아준 뒤 그늘에서 말리면 1차 작업은 끝이 납니다. 엄청나게 깨끗해진 자전거를 보니, 마치 처음 산 자전거를 볼 때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세차만으로 이렇게 깨끗해질 줄은...


자전거가 얼추 마르면, 체인과 기타 녹이 슬 수 있는 부위에 체인 오일과 그리스를 발라주면 진짜 끝입니다.


  이후 자전거가 얼추 마르면, 체인과 녹이 슬기 쉬운 부분 곳곳에 체인 오일과 그리스를 발라주면 마무리가 됩니다. 저는 건식 체인 오일을 사용했는데, 습식에 비해 자주 발라줘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스의 경우에는 구동계와 기타 부식 또는 녹이 슬기 좋은 나사 등에 적당히 짜서 발라주면 됩니다.


  이후 타이어도 분리해서 펑크 교체 연습을 하려고 했는데, 당시에는 타이어 주걱이 없어서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다 말리고, 새 자전거를 산 흡족한 마음으로 자전거 세차는 끝을 냈습니다. 국토종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 자전거 점검입니다. 저와 함께 약 633km를 달릴 녀석이니, 만반의 준비를 해줬습니다. 이제 무사히, 저나 자전거나 아무런 고장 없이 부산까지 도착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 내 몸 정비하기


자전거의 속도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전거에는 엔진이 없습니다. 엔진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역할을 대신하죠. 자전거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엔진의 성능을 끌어올려야 하는 법! 엔진의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업그레이드와 정비가 필수라고 할 수 있겠죠.

  제 몸을 업그레이드하고 정비하는 건 쉽습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잘 쉬면 됩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탈 때에 아픈 부위가 있다면, 아픈 원인과 해결법을 찾아서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하지만, 원래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사람의 몸은 기계처럼 원인을 찾아서 해결한다고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나질 않습니다. 점진적으로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납니다.

  그동안 자전거 관련 훈련은 전부 실외에서 실제 자전거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자기 전에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밖에서 자전거 탈 때는 타는 거리 외에는 자전거 훈련 강도도 점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즉, 단순히 갈 수 있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는 제 몸 자체가 혁신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몸이 장거리 라이딩에 적응해서 효율만을 추구하는 상태가 된 것이고, 다리의 근력이나 폐활량 등은 그다지 성장하지 않은 것이죠.

  

대충 이렇게 생긴 것으로 연습 중인데, 자전거 타는 것보다 훨씬 힘듭니다.


  그런 탓일까요, 최근 헬스장의 사이클 머신에서 훈련하면서 저의 약점들을 몇 가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헬스장의 사이클 머신은 외부 환경과는 정 반대의 특성을 지닙니다. 경사도도 없고, 공기저항도 없으며, 항속이라는 개념도 없습니다. 이 부분은 각각 정리하면 이런 특성을 지니게 되죠.


 - 경사도가 없다 : 업힐도 없지만 다운힐도 없다. 즉, 쉬는 구간이 없이 계속 페달을 돌려야 한다.

 - 공기저항이 없다 : 역풍이 없지만, 앞에서 공기저항을 막아줄 사람들도 없다.

 - 항속이 없다 : 특정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페달에 힘을 가해야 한다.


  사이클 머신은 말 그대로 기계입니다.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물건이라는 것이죠. 이동수단으로써의 역할도 겸하는 자전거와는 심히 다른 역할을 하게끔 만들어진 물건이라, 그냥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훨씬 힘듭니다. 다리도 금방 지치고, 숨도 금방 헐떡이게 됩니다. 덕분에 제 다리의 근력이 자전거를 타기 전보다 크게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폐활량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 역시 아니라는 것도 알아버렸습니다.


 결론 : 날씨가 좋지 않다면 헬스장 사이클 머신을 통해서 자전거에 필요한 근력과 폐활량 훈련을 해야한다.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저는 너무 자만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직 저는 올라갈 곳이 한참 남았다는 것을요.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국토종주 전까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훈련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밖에서 충분히 타지 못하는 날에는 헬스장의 사이클 머신으로 자전거를 1시간 이상씩, 최대 3시간까지도 탔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처럼, 처음에는 힘들어도 점점 타기 수월한 수준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습니다.


몸이 무거운 사람은 가벼운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심합니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자전거 무게에 굉장한 집착을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자전거 무게 1 ~ 2kg이 그렇게 차이가 큰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 얄팍한 생각 역시 얼마 전에 박살이 났습니다.


  며칠 전 날씨가 좋아서 잠깐 야외에서 라이딩을 했습니다. 이 날은 자전거를 몸에서 멀리 떨어트릴 일이 없는 짧은 라이딩이었기 때문에, 자전거 벨과 라이트를 제외하고는 전부 분리해서 나갔었죠. 물론, 물을 담은 물통도 빼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찾은 곳은 서울대학교입니다. 최근 업힐 연습을 위해 종종 찾는 곳인데, 오후에 비가 예보된 날에는 아침 헬스 후 잠깐 다녀오기 좋은 곳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 날은 자전거에 달린 각종 부속물들을 거의 다 떼고 나온 날입니다. 저는 이 날 깨달았습니다. '무게의 중요성'을 말이죠...

  예전의 그 버겁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자전거로 쭉쭉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듭니다. 분명 예전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물 두 통에 각각 600ml씩 담기고, 제 자전거 자물쇠가 약 1km 정도 합니다. 이 둘을 빼면 2kg의 무게가 감량됩니다.

  게다가, 최근 식단 조절과 운동 강도 증가로 인해 몸무게도 많이 줄었습니다. 제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올 당시에 부모님의 사랑을 먹고 자라 체중이 72kg 정도였는데, 저 날 기준으로는 체중이 67kg 안팎 정도였습니다. 즉, 이 날의 저는 평소의 자전거 무게와 제 몸무게에서 약 7kg을 줄인 상태로 업힐을 타고 있던 겁니다.


  서울대 정상에 도착한 뒤에, 저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왜 자전거 마니아들이 그렇게 자전거의 경량화에 집착하는지를 말입니다. 무게가 1kg 줄 때마다, 자전거를 타는 경쾌함의 차원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는 엄청난 깨달음이었습니다.


자전거 무게를 줄이겠다고, 저렇게 구멍을 내면 '절대' 안됩니다. 잘못하면 프레임 채로 구부러집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동호회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100g 줄이는 데에 100만 원'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돌고는 한답니다. 저는 현재 백수... 돈을 벌어도 새 자전거를 살까 말까 하는 판에, 가벼운 자전거를 산다는 건 말도 안 되죠. 그렇다고 자전거에 바람구멍을 내서 목숨과 줄다리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국토종주에 필요한 물건들을 다 버린 채로 자전거와 맨몸만 갈 수도 없으니, 제가 경량화를 할 수 있는 건 제 미천한 육신 하나뿐인 것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저는 저의 골격근량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체중 감량을 진행 중입니다.


저는 매 끼니를 오트밀과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또는 기타 채소류로 해결합니다.


  저의 빠른 다이어트 비결은 식단과 운동량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헬스와 사이클을 병행하고, 오트밀ㆍ닭가슴살ㆍ채소와 멀티비타민으로 식단을 해결하니 살이 엄청 잘 빠집니다.


  사실 체중 감량에 한해서는 이미 일가견이 있습니다. 혹시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신 분은 제가 예전에 썼던 이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간단하게 요약해드리자면, 먹은 양보다 에너지로 쓰는 양이 많으면 살은 빠집니다. 그게 쉽지 않을 뿐이지만요.




* 그래서, 국토종주는 언제 갈 건데?


  아버지와의 통화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이제 슬슬 네가 계획한 대장정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날씨를 핑계로 '6월에 출발하겠다'는 미적지근한 대답만 드린 채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누워서 고민을 했죠. 이 글의 맨 처음에 있는 그 고민이 습니다. 그리고, 글의 서두처럼 저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전부 다 핑계에 불과하다. 부족한 것은 의지이다.


  언제고 핑계만 대며 미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길다면 길었을 약 2주의 고민을 끝내기로 합니다. 떠나는 것입니다. 국토종주를.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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