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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May 10. 2020

#5. 국토종주 준비

국토종주를 떠나기 전, 알아야 할 것들을 공부해보자

* 지난 줄거리


  제가 자전거로 벌이는 기행(?)이 재미있으셨는지, 아버지께서도 저렴한 자전거 한 대를 구비하셨습니다. 비록 힘든 여정이었지만, 아버지와의 즐거운 자전거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답니다.



  점점 글을 쓰는 텀이 길어지고 있군요... 아무래도 본격적인 장마철과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국토종주를 출발하려니,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이 많습니다. 훈련, 자전거 청소 및 정비, 코스 짜기 등등...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시간이 엄청나게 빠르게 지나갑니다. 한 번 타고 오면 하루가 가버리니까요... ㅎㅎ



#5.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준비하자.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 멋진 금호강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대구에서의 전지훈련이 끝났습니다. 사실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서울에서 처리할 일들이 쌓인 터라 한 번은 올라와야 했습니다. 부모님께는 '조만간 내려가겠습니다, 자전거로요.'라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지만, 하필 어버이날인 5월 8일 전에 올라온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전지훈련에서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본가에서 주는 최고의 회복 지원을 받으면서 100km 이상의 장거리 코스를 소화해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강정보까지 가다가 중간에 길을 잘못 들고 다시 돌아온 90km가 가장 먼 거리를 탄 코스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40km에서 60km 정도의 길이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살이 너무 많이 쪘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사랑과 정성으로 차려주신 맛있는 음식들의 힘인 것 같습니다. 사실 살이 찌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이제 전부 국토종주에 쓸 에너지로 바꾸면 되니까요. 연료를 저장한다 생각하도록 하죠... ㅋㅋㅋㅋ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글의 주제는 바로 '국토종주 준비'입니다.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약 1달 간의 훈련이 끝이 났습니다. 본격적인 국토종주를 떠나기 전에 몇 번의 연습 라이딩이 있을 예정이며, 이후 며칠의 회복시간을 가진 후에는 진짜 국토종주 길에 오르는 겁니다. 점점 출발이 가까워지는군요!

  그동안 제가 라이딩을 직접 하며 얻은 경험들, 그리고 국토종주를 먼저 다녀온 수많은 선배님들이 남겨주신 정성스러운 후기 등을 토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이런 준비를 겸해서 남기는 일종의 정리 글 같은 것이죠.


  국토종주 준비의 카테고리는 크게 나누면 이렇게 될 것 같군요.


 - 국토종주 코스와 일정

 - 준비물

 - 주의해야 할 것들


  그러면 제가 정리한 것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적어나가겠습니다.



<국토종주 코스와 일정>


인천에서 부산까지, 거의 정확히 633km입니다.

  인천, 정확히는 '아라 서해갑문 인증센터'에서 부산 을숙도의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까지의 거리는 633km입니다. 인증센터는 대략 25개 정도로, 인증센터에 구비된 도장을 인증수첩에 찍거나 어플로 인증을 받으며 가면 됩니다. 최근에 다녀오신 분들의 증언에 따르면 자전거길이 편하게 개편되면서 길이가 많이 짧아졌다고들 하시는데, 양 출발지 또는 도착지에 적혀있기로는 633km라고들 하시네요. 적혀있기를 633km라면 633km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600km에 육박하는 장거리 코스에 10 ~ 20km 정도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ㅋㅋ

  의외로, 국토종주를 성공하신 분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후기들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겠죠? 덕분에 국토종주를 준비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글들을 읽으며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고요.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게 무한한 감사를 ^^


  여하튼, 국토종주를 가기 위해서는 먼저 코스를 알아야겠죠? 코스는 작게는 네 개, 크게는 다섯 개로 나뉩니다. 각 구간 별로, 특히 난코스인 '업힐'을 위주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아래에 적히는 코스 완주시간은 15km/h(시속 15km)를 기준으로 하며, 코스 순서는 인천에서 부산 방향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0. 아라 자전거길

  대망의 국토종주 첫 코스, 아라 자전거길입니다. 아라뱃길을 따라 난 자전거길입니다. 사실 이 코스는 자전거를 좀 타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한강 자전거길에 묶어서 계산하는 것이 대다수이지만, 저는 좀 더 디테일한 구분을 위해 나눠봤습니다.

  길이는 약 21km, 완주에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아라 서해갑문아라 한강갑문, 총 두 개의 인증센터가 코스의 시작과 끝에 위치해있습니다. 길은 매우 잘 되어있다고 하는군요. 업힐도 없고, 길 중간마다 편의점이나 화장실 등도 매우 많다고 합니다. 도로포장상태도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상 국토종주 초반의 몸풀기 코스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길이도 21km면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라서 크게 걱정이 되진 않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날씨와 관계없이 바람이 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바다 근처이다 보니 바람이 거센 모양입니다. 그래도, 엄청나게 강한 바람만 아니라면 무리 없이 완주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사람이 제법 많다고 합니다. 쇼핑몰 큰 게 하나 있다는데, 지나치게 빠르게 달리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네요. 어차피 빨리 달리지도 못하지만... ㅜㅜ

  참고로 저는 이 코스를 포함한 한강의 몇몇 코스를 사전 연습 때 미리 돌면서 인증 도장을 찍어놓을 계획이므로, 본격적인 국토종주 코스 일정에는 포함시키지 않을 예정입니다.



1. 한강 종주 자전거길 (서울 구간)

  한강 자전거길입니다. 총길이 56km, 소요시간 3시간 40분이 걸립니다. 아라 한강갑문의 경우에는 아라 자전거길에도 걸친 곳이므로 제외하면 3개라고 보는 게 맞겠군요.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이니, 제게는 매우 익숙합니다!

  이 길은 딱히 설명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화장실, 음수대, 편의점, 자전거 수리시설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훌륭한 자전거 코스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라면, 좋은 시설만큼이나 사람들도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기껏 일정을 시작하는데, 초반부터 사고가 나서 포기하게 되면 그것보다 억울한 것도 없겠죠? 국토종주의 초반부이니, 몸을 푼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타야 할 것 같습니다.


  암사동 인근을 지나다 보면 '이게 뭐야' 싶은 짧은 업힐이 하나 나오는데, 국토종주 코스의 본격적인 첫 번째 업힐 '아이유 고개'입니다. 가수 아이유의 3단 고음처럼 점점 경사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아이유 고개'라고 부른다더군요. 저도 아직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800m에 경사도 5% 정도라고 하니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임으로 치면 첫 판 보스...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특이하게도, '뚝섬 전망문화 콤플렉스'와 '광나루 자전거 공원'은 둘 중 하나만 인증을 해도 인증 도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대부분이 둘 다 도장을 찍고 지나간다고 하니, 저도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사전 연습 때 뚝섬 인증센터를 방문하고, 국토종주 출발일에 광나루 인증센터를 지나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2. 남한강 자전거길

  이제 한강을 지나서 남한강으로 접어듭니다. 총길이 136km, 소요시간 8시간 50분의 남한강 자전거길입니다. 참고로 저는 잠실 너머로는 자전거로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제게는 여기부터가 본격적인 국토종주의 시작인 느낌이군요!

  여기까지는 산악 구간도 없다고 하고, 한강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하는군요. 대부분 기차가 다녔던 길들을 다시 자전거길로 만든 곳들이라 길도 올곧게 잘 나있고, 아직까지는 식당이나 각종 편의시설들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다녀오신 분들 말로는, 양평을 기점으로 사람이 급격히 줄어서 엄청 심심하고 지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토종주 코스의 두 번째 업힐인 '후미개 고개'가 있는데, 길이는 아이유 고개와 같은 800m이지만 경사도도 10% 이상인 데다 일반 도로를 공유하는 곳이라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후에 세 번째 업힐인 '창남이 고개'가 등장하는데, 길이는 후미개 고개보다 100m 길어졌지만 순간적으로 높아지는 구간만 지나면 비교적 쉬운 업힐이라고 합니다.


  강천보를 지나 충주까지 가는 곳부터는 '이제 진짜 국토종주를 시작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데요, 점점 비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슬슬 산길이 출몰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공장이나 논길로 지나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물이나 간식이 떨어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던 이전 구간들과는 달리, 이따금씩 보이는 구멍가게를 제외하고는 충주시에 들어가기 전까지 마땅한 보급 장소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여기에서 '내가 국토종주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신다고 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아무도 없는 외로운 자전거길을 가는데, 계속 같은 풍경이 반복되고 끝이 보이질 않는 기분일 겁니다. 그런 기분이 들지 않게 하려면 식량과 시간 배분을 잘해야겠군요...

  충주댐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받으면 남한강 종주 인증도 함께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탄금대 인증센터에서 왕복 20km 남짓이라고 하는데, 저는 가급적이면 충주댐은 다녀오지 않을 예정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여유롭게 충주 자전거 여행을 하며 다녀올까 싶네요.


  일단은 충주의 탄금대 인증센터까지를 첫날 일정으로 생각 중입니다. 여기까지의 코스가 국토종주 전체 코스 중에서 제일 쉬운 편이고, 충주라는 대도시를 거치기 때문에 유사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까요. 초반에 체력이 있을 때 많이 타둬야 할 것 같습니다.



3. 새재 자전거길

  경상도로 넘어가기 위한 관문인 문경을 지나 낙동강 자전거길로 가기 위한 새재 자전거길입니다. 총길이 100km, 소요 시간 6시간 40분이 예상되는 이 코스는 그 유명한 소조령이화령 고개가 기다리는 곳입니다. 이 두 고개는 제가 자전거를 사기도 전, 막무가내로 국토종주를 검색했을 때부터 나온 곳입니다. 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여기부터 나오는 것일까요...?


  멋진 자연경관의 위대함에 압도당하는 훌륭한 코스라고들 하는데, 소조령과 이화령 고개에서 지나치게 체력을 빼면 이후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소조령은 약 2km에 경사도 5%, 이화령은 약 5km에 경사도 6%의 꾸준한 오르막인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천천히 완주하겠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올라가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끌바(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는 것)를 하게 되면 시간 소모가 매우 클 것이라 예상합니다. 어차피 정상인 이화령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좀 힘들더라도 이 두 고개는 반드시 자전거에 올라서 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팔공 폭포나 수안보 온천처럼 중간에 좋은 관광지가 많지만, 일정이 길어지면 시간과 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구간은 적어도 정오 전후에는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4.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

국토종주를 끝낸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국토종주의 최대 난관인 낙동강 자전거길입니다. 총길이 324km, 소요시간은 거의 22시간에 육박하는 초장거리 코스입니다. 코스만 길면 다행이지만, 이 구간에는 끔찍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괴물 같은 업힐이 무려 다섯 개나 있습니다. 중간마다 잘 구비된 편의시설들도 이 구간에서는 거의 전멸 수준이라고 합니다.


  매협재(8%), 다람재(11%), 무심사(7%), 박진고개(10%), 영아지고개(7%)까지 총 5개의 업힐이 있는데, 이 업힐들은 이전의 다섯 업힐은 우습게 만드는 난이도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계속 이어지는 커브길, 좋지 못한 노면 상태, 20% 이상으로 치솟는 순간 경사도 등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자전거로 갈 길들이 아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 중에서도 매협재와 무심사, 영아지고개는 특히나 말도 안 되는 코스라고 합니다. 제가 이전에 올랐던 대구 청계사 정도는 우스운 정도라고 하는군요...

  오르막만 어려우면 다행이지만, 여기는 길도 많이 헷갈린다고 합니다. 지도가 가리키는 길 방향과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 노면의 화살표 등등이 다 따로 노는 곳들이 너무 많다는군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는 끔찍한 일이 있을지도...

  이 구간에서 얼마나 체력 관리를 잘했는가에 따라 다음 일정이 바뀔 듯합니다. 소조령이나 이화령처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완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길 확인도 꼼꼼하게 해야 되고, 물이나 간식을 충분히 준비해서 꾸준히 먹어주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국토종주의 마지막 구간답게,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 긴 이동거리, 수많은 업힐, 좋지 못한 도로 상황, 거기에 더해지는 불편한 편의시설 배치까지... 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최대한 힘을 내서, 마지막 종착점인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 나의 예상 코스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라뱃길 코스는 사전의 장거리 연습 때 미리 인증을 받아놓을 예정이라 정식 일정에서 빠집니다. 따라서 저는 바로 제가 사는 동네인 낙성대역에서 출발, 한강 자도로 진입해 종주길에 오를 생각입니다.

  일정은 최소 3박 4일, 길게는 4박 5일로 보고 있습니다. 일정이 길어지는 건 아마도 연속된 업힐로 인한 체력 고갈 또는 천재지변 / 자전거 고장 등이 원인일 것 같습니다. 일단은 3박 4일로 예상 중입니다.


 - 1일 차

   낙성대역 - 반포대교 - 광나루 - 팔당대교 - 양평 - 여주 - 충주 -> 약 160km


 - 2일 차

   충주 - 수안보 - 이화령 - 상주 상풍교 - 낙단보 - 구미 -> 약 140km


 - 3일 차

    구미 - 칠곡 - 대구 - 달성 - 합천 - 남지읍 -> 약 160km


 - 4일 차

    남지읍 - 창녕함안보 - 양산 물문화관 - 낙동강 하굿둑 -> 약 90km


  마지막 일정이 짧은 이유는, 2일 차 3일 차의 높은 난이도를 감안해서 짧게 잡았습니다. 당일 컨디션 등을 보고 마지막 날에 코스를 10 ~ 20km씩 빼서 넣어도 무리가 없도록 말이죠. 최대한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마련된 도시 단위로 코스를 짰습니다.

  위의 코스대로 일정이 소화된다면 최고로 좋겠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변수가 생길 것이라 예상합니다. 아무래도 초행길이 많고, 지방의 좋지 못한 도로 사정을 생각해본다면 시간을 많이 뺏길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코스는 이 정도면 대충 파악이 끝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준비물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정리해봅시다.



<준비물>


  준비물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자전거, 돈처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들은 빼겠습니다.


 - 국토종주 인증수첩

필요한 부분에 도장을 찍어서 인증을 합니다.

  종주 인증을 위한 물건입니다. 여기에 해당 인증센터의 도장을 찍어서 인증을 증명하면 됩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일정이 많이 꼬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예방 차원에서 오프라인 판매를 중지하고 있거든요. 어플로도 인증이 된다고는 하는데, 오류가 많아서 수첩으로 하는 게 좋답니다. 덕분에 하염없이 택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가끔씩 인증센터의 인주가 말라서 도장이 안 찍히는 경우가 있답니다. 저는 인주도 하나 챙길 예정입니다.


 - 헬멧 / 장갑 / 고글 / 스카프 / 기타 자전거 의류

출처 : 김보근 기자의 자전거 칼럼

  위 기자분처럼 비싼 장비들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장시간 타게 되면 꼭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헬멧은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니, 더 말할 것도 없죠?

  장갑과 고글, 스카프는 라이딩을 좀 더 편리하게 해 줍니다. 저는 손에 땀이 많은 편이라, 장갑을 통해 핸들에서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매했습니다. 고글의 경우에는 햇볕과 바람을 막는 용도로도 좋고, 후술 하겠지만 날벌레와 같은 이물질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스카프 역시 자외선과 날벌레와 같은 이물질이 코나 입 등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참고로, 고글은 저희 아버지께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부지~!


  원래는 쓰지 않으려 했지만, 3박 이상의 긴 일정에서 옷을 여러 벌 가지고 다니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관계로 자전거 의류를 몇 벌 구입했습니다. 반바지와 긴바지 하나씩, 상의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저녁에 숙소에 도착해 간단히 손세탁하면, 다음날 아침에 거의 다 말라서 다시 입을 수 있습니다.


  선물 받은 헬멧과 고글을 제외하면, 전부 구비하는 데에는 6만 원 정도 쓴 것 같네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자전거 의류가 제법 비쌉니다. 물론 비싼 만큼 그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해줍니다 ㅎㅎ... 자전거 의류에 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 선크림 / 세면도구

  해가 뜬 시간에 장시간 라이딩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피부가 탑니다. 선크림을 바른다고 아예 안 타진 않는 것 같지만, 적어도 자외선으로 인한 화상은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선크림은 이를 위한 필수품입니다!

  세면도구는 아주 기초적인 것들만 챙겨서 짐을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짐이 많아봤자 말 그대로 '짐'일뿐입니다.



 - 공구 툴 / 타이어 주걱 / 펑크패치 / 예비 튜브 / 펌프

 

제발... 종주 중에 펑크가 나지 않기를 ㅜㅜ

  자전거 여행 도중 펑크가 난다면? 그것도 아무도 없는 황량한 낙동강 코스 중간에서...?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정비 도구를 챙겨가기로 했습니다.

  펑크가 났을 때 휠과 타이어를 분리하기 위한 공구 툴과 타이어 주걱, 펑크 난 곳을 막기 위한 펑크패치, 완전히 망가진 튜브를 대체하기 위한 예비용 튜브를 챙길 예정입니다. 다시 바람을 넣기 위한 펌프도 챙기고요. 아직 튜브 교체방법은 잘 모르는데, 출발 전에 자전거 샵에 들러 간단한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 물 / 보급식 / 보조배터리

  장거리 라이딩에 충분한 수분과 영양 섭취는 필수겠죠? 물통 두 개에 물을 항상 꽉 채워서 다닐 예정입니다. 또한, 저 말고 휴대폰도 배가 고플 예정이라 ㅎㅎ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보조배터리 1개를 챙기기로 했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들>


  장거리 라이딩을 해보니,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600km에 가까운 거리를 며칠 동안 연속으로 소화해야 하는 이번 라이딩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이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페이스 조절입니다. 서울에 올라온 뒤 하루에 80km씩 총 이틀을 탔던 적이 있습니다. 첫째 날에는 서울대학교의 업힐과 안양천, 광명시 일부를 포함한 코스였고, 둘째 날에는 한강 하트코스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코스였습니다. 첫째 날은 친구와 함께 한 라이딩이라 꼬박 하루를 썼고, 둘째 날은 혼자 타서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피로함의 정도는 첫날보다 둘째 날이 훨씬 높았습니다. 당연합니다. 4시간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으니까요.

  저는 이제 막 자전거를 1달 좀 넘겨서 타는 초보입니다. 자전거를 타보니, 헬스나 기타 운동 등으로 다져진 능력과는 또 다른 영역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게 가장 어려운데,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크게 힘든 것이 느껴지지 않지만 타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로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괜히 중간중간에 짧게 타는, 하지만 높은 강도로 타는 다른 라이더들을 의식해서  빠르게 달려버리니 전체적인 라이딩의 흐름이 완전히 박살 나는 기분입니다.

  먼 거리를 하루 내내 이동해야 하는 여정인만큼, 페이스 조절이 중요합니다. 국토종주 출발 전의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이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잘 쉬고, 일정하게 페달링을 하는 연습을 말이죠.


  두 번째는 시간입니다. 페이스 조절도 중요하겠지만, 목표한 위치까지 주어진 시간 안에 도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라이딩 일정이 딜레이 되면 딜레이 될수록 그 부담은 온전히 저의 몫이 됩니다. 특히나 야간 라이딩은 일전에 경험해봤지만, 위험하고 변수가 많습니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해야겠지만 가급적 피할 예정이므로, 최대한 시간을 여유롭고 많이 쓸 수 있도록 새벽 일찍 일정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날씨입니다. 곧 여름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여름 전에는 장마가 있습니다. 비가 오는 중의 라이딩은 다른 건 둘째치고 위험한 것이 가장 큽니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생기는 사고는 치명적이거든요. 그렇다고 날씨에는 비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면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어집니다. 온도 역시 라이딩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입니다.


  네 번째는 벌레입니다. '벌레가 왜?' 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 라이딩을 하다 갑자기 벌레가 눈에 들어와서 순간적으로 시야에 방해를 받아 넘어질 뻔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는 벌레가 얼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세워놨으니, 일정 중에 이런 일이 없길 빌어야죠...


  다섯 번째는 펑크입니다. 장거리 라이딩 중에 펑크는 당연히 발생할 일이라 생각하고 대비하라고들 합니다. 저 역시 펑크를 대비해서 공구를 사놓긴 했는데... 아직 펑크 대처법을 완벽히 연습하질 않아서 걱정입니다. 출발 전 자전거 점검을 받으며 연습할 예정입니다.


무리해서 라이딩을 하다가 당하는 봉크는 답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부분인 '봉크'입니다. 봉크란, 라이딩을 포함한 고강도의 신체활동 중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심신의 무기력증을 말합니다. 신체는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데, 자전거처럼 장시간 동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활동의 경우에는 글리코겐이 금방 고갈됩니다. 기계로 치면, 방전같은 것이겠네요. 다이어트라면 이 상태에서 운동을 지속해서 지방의 연소를 꾀할 수 있겠지만, 장거리 완주가 목표인 저에게는 이런 상황이 절대로 와서는 안됩니다.

  저는 아직 자전거 초보라서, 봉크를 몇 번 경험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제게 발생한 봉크는 대부분 식사 부족과 보급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번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하나만 먹고 자전거를 탔고, 중간에 뭘 먹는 등의 휴식이 없었거든요.

  봉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입니다. 충분한 식사와 주기적인 보급. 라이딩 30분 전에는 충분한 식사로 몸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또한, 이미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면 늦었습니다. 에너지로 전환되어 우리 몸에서 사용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매번 이런 부분들을 놓쳐서 심각한 봉크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주의사항을 마지막으로 살펴봤습니다.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실전은 연습과 전혀 다를 겁니다. 이래저래 고민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사실 저는 '날씨만 좋으면 당장이라도 출발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주 날씨가 제법 화창하던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인증수첩 덕분에 발이 묶여있군요... 얼른 인증수첩이 도착해서, 연습 라이딩 한 번을 마치고 출발하고 싶습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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