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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Apr 24. 2020

#3. 전지훈련 첫 번째, 청계사 업힐

잘 먹고, 잘 쉬고, 잘 뛰고! 고향에서의 전지훈련을 시작하다

* 지난 줄거리


  첫 자전거를 구매하고 며칠 되지도 않은 시점, 저는 약 70km의 새벽 한강 라이딩 감행합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면서 많은 양의 경험치를 쌓게 됩니다. 그 후, 며칠 자전거를 타며 하루하루를 지내던 저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3. 자전거와 함께 고향으로! 대구에서의 전지훈련을 시작하다


* 아버지께서 건 한 통의 전화, 그리고 고향인 '대구'로 떠나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저희 부모님 두 분께서는 정말 좋으신 분들입니다. 지지리 말 안 듣는 두 아들(동생이 있답니다)들이 답답할 만도 한데, 저와 동생을 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니까요. 동생은 물론이고, 저 또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평생을 다 바쳐도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기에서 갑자기 이 이야기는 왜 하냐고요? 사실, 이번 이야기의 발단은 아버지와의 전화였기 때문이죠.


  저는 부모님과 전화를 심심찮게 주고받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본가이자 제 고향인 대구 경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유난히 신경 써서 전화를 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서울에 혼자서 살고 있는 저의 안부를 항상 물어보셨고요.


 평소 전화를 주고받다 보면, 전화의 흐름이 매번 비슷합니다. 특히 아버지와의 대화는 항상 결론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 레퍼토리를 설명드리자면,


1. 아버지 : 뭐 하노  → 나 : (현재 하는 일 설명) → 아버지 : 할 거 없으면 내려온나

2. 아버지 : 서울에서 혼자 뭐 하노  → 나 : (요즘 하는 일 설명) → 아버지 : 할 거 없으면 내려온나

3. 아버지 : (거두절미하고) 할 거 없으면 내려온나


  대충 이런 방식으로(?) 저는 꾸중 아닌 꾸중을 매번 듣곤 합니다.

  

  아무래도 아버지께서는 제가 서울에서 허송세월을 보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극히 맞는 말씀이라, 제가 뭐라 드릴 말이 없을 뿐... 벌써 몇 개월 째 변변찮은 일자리 없이, 대외적으로는 노는 중이니 말이죠...?


  사실 아버지께서는 저의 건강, 특히 제가 밥을 잘 챙겨 먹는지를 많이 신경 쓰십니다. 저는 매 끼니 똑같은 것을 먹는데, 아무래도 아버지께서는 제가 식사를 부실하게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버지와 통화를 했고, 어차피 할 짓 없을 거면 내려와서 할 짓이 없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통화를 마쳤습니다. 내려와서 집밥 먹으면서 밥도 좀 제대로 먹고 올라가라고 하시는군요. 흠... 저는 현관 앞에 도착한 헬멧과 물통 케이지 택배 상자를 집 안에 가져와서 뜯어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잠시 후, 저는 뭔가를 결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도 락스를 뿌려 말끔히 청소합니다. 부엌의 싱크대도 청소하고, 쌓였던 재활용 쓰레기도 전부 버립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 것입니다. 물론, 자전거도 가지고 갑니다. 버스 시간표를 확인한 뒤, 버스에 자전거를 실어도 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아마도 되는 모양입니다.


  원래 고민은 길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저의 좌우명을 따라서 바로 다음 날 가장 빠른 버스표로 예매를 하고 내려갈 채비를 합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고향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 대구로 떠나는 자전거 전지훈련


저의 자전거, 그리고 새로 구매한 헬멧 친구와 함께 고향인 대구로 떠납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전날 챙겼던 가방과 자전거를 챙기고 집을 나섭니다. 새로 구매한 헬멧도 한 번 착용해봅니다. 자전거를 구매했던 가게의 배려 덕분에, 좋은 헬멧을 저렴하게 구매했습니다. 자전거를 가져가야 하는 만큼, 버스를 타게 될 터미널까지도 자전거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도착한 뒤 시간을 보니, 대략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자전거를 타고 쌀쌀한 아침 공기를 가릅니다. 차가운 공기는 고향으로의 발걸음을 더욱 설레게 만듭니다. 쓰고 있는 헬멧도 흔들림이나 불편함 없이 착용감이 좋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해 아침과 점심에 먹을 햄버거 두 개와 물 두 병을 챙긴 뒤, 버스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고 대구로 떠납니다.


금호강을 따라 조성된 대구의 자전거길은 서울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순식간에 목적지인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남아있던 햄버거와 물 하나를 입에 털어 넣고, 집으로 가는 길을 검색해봤습니다. 금호강 자전거길을 타고 약 50분 정도 자전거를 타면 도착하는 코스가 있더군요. 3시간 남짓 짐칸에 실려있던 자전거에 이상이 없는지 간단히 체크한 후, 곧바로 길을 나섭니다.


  대구 동구청을 지나 다리를 하나 건너면, 금호강 자전거길에 도착합니다. 이 길은 제가 대구에 있는 동안 지겹도록 다닐 길이므로, 다른 편에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동네는 정겨운 풍경이 참 많은 곳입니다.

  저는 평화로운 금호강 자전거길을 따라 이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가족이 사는 동네인 '고산역'에 도착합니다. 제법 고향에 자주 내려오는 편인데, 자전거를 가지고 오니 색다른 기분이군요. 동네 주변에 이렇게 멋진 하천이 있다는 것도 새롭다면 새로운 수확입니다. 역시, 자전거를 사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동생은 아직 자는 중이었고 어머니께서 TV를 보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살짝 놀라십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 내려온다는 건 동생한테만 말했거든요. 물론, 아버지께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만우절 장난 대신이랄까요?

  아버지께서는 친구 분들을 만나러 잠깐 나가신 모양입니다. 이윽고 아버지께서 돌아오셨고, 내색은 하지 않으셔도 반가움을 표현하십니다. 이윽고 동생이 잠에서 깨어 저를 맞이했고, 이렇게 저희 가족 넷은 반가운 재회(?)를 합니다.


  사실, 이번 대구 방문은 반가운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기 위함도 있습니다. 어차피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 되면 서울에서는 지겹도록 자전거를 탈 예정이고, 이렇게 한가할 때에 고향에서 자전거를 마음껏 탈 기회도 흔치 않습니다.


  게다가, 본가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물질적 혜택이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맛있는 집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벌크업을 위한 최고의 기회입니다.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먹어서 모조리 제 하체 근력으로 바꾸는 겁니다! 물론 배가 좀 나오겠지만... 서울로 올라가면, 그리고 부산까지의 여정이 시작되면 금방 빠질 겁니다.


  요약하자면, 제 고향인 대구는 전지훈련 장소로는 최고의 조건인 셈입니다. 양질의 식사와 좋은 자전거 훈련 환경이 모두 마련되었으니까요. 이제 남은 것은, 계획대로 착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것뿐입니다. 자전거 타고, 밥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 이렇게, 뜻하지 않은 저의 대구 자전거 여행을 시작합니다.



* 언덕을 오르는 업힐 훈련! 죽음의 청계사 라이딩


사실, 청계사 업힐 라이딩 전에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훗날 제가 가게 될 633km의 인천-부산 자전거길에는 수많은 언덕길, '업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오를(up) 언덕(hill)이죠. 막연하게 연습을 하려는 생각은 있었지만, 무턱대고 산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 중이던 찰나, 저의 어머니께서 도발 아닌 도발(?)을 시전 하셨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대덕산이라는 곳에 '청계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곳에는 어마어마한 언덕이 있으며, 거기를 자전거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다는 겁니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자전거로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중에 할아버지나 할머니들도 수두룩하다는 어머니의 말씀이었습니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만약 어머니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언덕이 그리 가파르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너무 못 믿는 눈치를 보이니, 어머니께서 차를 이끌고 손수 청계사까지 드라이브를 하자고 하십니다.

  머지않아, 저는 어머니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습니다. 경사는 가파르고, 이따금 보이는 자전거 탄 사람들이 그 증거였습니다. 그중에는 매우 건장해 보이는 아저씨 한 분도 계셨는데, 무지막지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가지고도 숨을 헐떡이며 힘들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본인의 말씀을 증명하신 저희 어머니께서는 선거 개표 관련 일을 해야 한다며(당시는 선거일인 4.15(수)였습니다) 떠나셨고, 저는 어머니를 따라 일단 나와서 자전거를 몰았습니다.

  

집에서는 왕복 10km의 짧은 거리, 하지만 왕복 21분은 개뿔...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빙빙 돌며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자전거 여행 중에는 수많은 업힐을 만날 겁니다. 오늘이 자전거 여행 중 하루라 생각한다면, 저기를 지나야 제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저 언덕은 좋든 싫든 반드시 넘어야 할 장소인 셈입니다. 어르신들도 잘만 올라가시던 것을 이미 제 눈으로도 다 보고 왔는데, 괜스레 쫄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다른 것보다도, 제 자존심이 도저히 이 현실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도로 검색해보니 거리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별 고민 없이 당장 출발하기로 합니다. 어차피 집이랑 가까운데요. 결정됐다면, 더 망설일 것도 없습니다. 페달을 밟아, 출바알!


저 멀리 보이는 대구 스타디움 뒤, 오늘의 목적지인 청계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청계사가 있는 대덕산 방향까지는 내리막이 없이 계속해서 오르막으로 이어집니다. 산으로 향하는 방향이니 당연한 것이겠죠? 제가 대구를 떠난 사이에 동네가 많이 바뀌어서, 도로도 아주 잘 나있습니다. 대구시에서 기획 조성하는 '알파시티' 근처를 지나는 도로가 많이 생겼네요. 새로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대구 스타디움 초입에 도착합니다.


본격적인 업힐의 시작인 대구 스타디움

  몇몇 업힐을 지나, 대구 스타디움 동편에 도착합니다. 시작부터 아름답게 기울어진 업힐이 저를 반겨주는군요. 도로가 넓은 탓인지, 그리 가파른 느낌은 없습니다. 기어를 저단에 놓고 페달을 밟아봅니다. 아직까지는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올라가는 동안 최대한 휴식 없이 한 번에 가려면 여기서 힘을 아껴야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둔근과 코어 근육 활용'입니다. 자전거를 계속 타다 보니, 다리가 힘들 때 몸의 근육들을 여기저기 사용하게 되더군요. 특히, 복근과 둔근을 사용하면 자전거 페달을 좀 더 섬세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페달링에 주로 사용하는 대퇴근의 피로감을 덜어준다는 점이죠. 둔근과 코어를 사용하는 법은... 그냥 타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업힐의 시작, 경사도 14%의 의미를 아직 모를 때였습니다...

  신체 곳곳의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며 대구 스타디움을 지나, 짧은 평지구간을 거친 후 청계사 초입에 도착합니다. '경사도 14%'라는 표지판이 이 업힐의 난이도를 대략적으로 말해주는군요. 경사도는 계산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충 따져보면 14%는 약 8도 정도의 경사도인 셈이군요.

  

경사도 계산법 / 경사각과 경사도 별 실제 값입니다. 저는 완벽히 이해했답니다 ^^;

  청계사 초입에서 청계사까지의 남은 거리가 1.5km이고 경사도가 14%이니, 높이를 x로 두고 대충 머리로 계산해보면... 제가 올라가야 할 높이는 210m 정도 되겠군요!

(사실 이과인 동생에게 계산해보라고 시켰습니다 ^-^;)


  물론 당시에는 제가 200여 미터를 올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고, 저 경사가 고작 8도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벽을 살짝 기울여놓은 느낌이랄까요? 눈으로 보는 느낌으로는, 못해도 30도는 되어 보이는데 말이죠... 한숨이 절로 나오는 길이였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돌아가기도 뭣해서 일단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다녀온 뒤라 그런지, 그렇게 가파른 느낌은 아닌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헛웃음이 나오더니,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올라가기 시작한 지 30초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돌아가고 싶어 집니다. 문제는 이 길의 포장 상태입니다. 차량이 내려올 때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길이 매우 울퉁불퉁합니다. 길이 울퉁불퉁한 탓에, 불필요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바퀴가 바닥의 요철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페달링을 몇 배로 힘들게 하는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인간이 지나치게 힘이 들면 헛웃음이 나오는 게 맞나 봅니다. 군대에서 유격 훈련이랑 혹한기 훈련을 할 때도 똑같이 끅끅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여튼, 이런 오르막을 오를 때 최악의 행동 중 하나는 중간에 내려서 쉬는 것입니다. 오르막에서는 기본적으로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평지나 내리막과는 다르게,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가는 반동을 받으며 자전거에 올라타는 자세를 잡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길은 휴일인 탓에 차량들도 지나다니는 상황이었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에서 한 번 내리게 되는데, 다시 오르막을 오르려니 죽을 맛입니다.


  결국 오르막 중간에 멈춰 서서 숨을 고릅니다. 그리고 물 몇 모금을 목으로 넘긴 후, 다시 자전거에 올라탑니다. 이미 올라온 이상, 돌아서기에는 올라온 게 아깝습니다. 이미 허벅지가 터질 것 같지만, 풍선도 아닌데 설마 진짜로 터지렵니까... 억지로 억지로 첫 번째 언덕을 통과합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이렇게 멋진 저수지가 하나 나옵니다.

  악랄했던 첫 번째 언덕을 관통하니, 멋진 저수지가 하나 나옵니다. 산 중턱에 이런 저수지가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생해서 올라온 덕분인지 경관이 더욱 멋있게 느껴집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저수지의 이름은 '내관지'라고 하더군요. 주변에서 낚시를 하는 분들도 이따금 보이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저수지였습니다.


  경관은 평화롭지만, 제 심장과 폐는 전혀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호흡을 가다듬고 몸 안에 산소와 혈액을 돌게 만들어야 합니다. 심호흡, 심호흡!

  몇 분 가량 심호흡을 하니, 그만 포기하라고 유혹하던 폐와 심장의 이간질을 겨우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전체의 절반밖에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어서 몸을 회복하고, 남은 절반의 언덕을 올라가야겠죠... 경치가 멋지지만, 감상은 내려올 때 하기로 합다! 이제 겨우 중간보스를 물리친 것일 뿐...


최종 보스가 기다리는 던전의 입구...

  내관지 옆의 평지를 잠깐 지나면, 곧바로 다음 업힐 코스가 기다립니다. 가끔씩 경사도 완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길은 지나치게 구불구불하다는 것입니다. 다음 업힐의 경사가 얼마나 되는지, 남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후... 숨을 한 번 가다듬은 후, 다시 올라가기로 합니다.


사진에서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새삼스럽게 여기를 자전거로 오르는 어르신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저처럼 젊은 사람도 숨이 넘어가도록 힘들게 올라가는 곳을 끝까지 올라가시니 말입니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업힐을 오르다가 못해도 세 번은 서다 가다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저를 쳐다보는데, 왠지 저를 보는 표정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허허... 그럴 만도 한 것이, 땀이 바닥에 뚝뚝 떨어질 정도로 머리가 흥건한 데다 심심하면 중턱에 멈춰 서서 숨을 헐떡이고 있으니까요.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는 이 업힐, 아무래도 효율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방법을 궁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페달을 밟고 이 오르막을 거슬러 올라갈 힘이 없습니다. 그 순간, 예전에 '탈무드'에서 읽었던 것 같은(아닌가?) 당나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경사와 일치해서 올라가는 것보다, 지그재그로 길의 양 끝을 찍으며 올라가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말들은 언덕을 오르기 힘들어서 올라갈 때 지그재그로 오르며 경사도를 극복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라고 못할 게 없겠죠? 마침 차도 없겠다, 바로 해보기로 합니다.

  이후, 저는 신세계를 느낍니다. 대체 이 방법을 왜 진작에 쓰지 않았던 걸까요? 이 살벌한 업힐을 올라가기 위해서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여전히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훨씬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마침 길도 구불구불해서 지그재그로 올라가기가 더욱 수월한 느낌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언덕, 청계사 입구가 보입니다! 경사는 여태 지나온 곳들 중 가장 가파릅니다.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힘차게 올라갑니다! 가장 낮춰놓은 기어도 한 단 올리고, 댄싱을 치며 마지막 스퍼트를 올립니다! 헛둘헛둘, 폐와 심장이 터질듯하지만 꾹 참고 올라갑니다.


드디어 도착! 감동과 숨이 벅차오릅니다.

  마침내, 오늘의 목표인 청계사를 정복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자전거를 놓을 곳이 마땅히 없는 관계로 절 내부는 둘러보지 않고, 밖에 앉아서 몸을 진정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따금씩 개를 데려오는 분들의 강쥐들이 저한테 자꾸 반갑다고 달려드는데, 땀에 푹 젖어서 뭔가 고소한 냄새(?)라도 나는 걸까요? 그래도 덕분에 강아지들과 놀면서 힐링을 충분히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너무도 편안합니다.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겠죠? 올라갈 때 고생한 만큼, 내려올 때는 전혀 힘이 들지 않습니다. 올라갈 때 다리가 힘들었으면, 내려올 때는 팔이 힘쓸 차례가 옵니다. 급한 내리막을 안전하게 내려가기 위해 브레이크를 잘 잡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간의 행인들과 부딪히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청계사를 내려오며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대체 이 업힐을 오르는 노인 분들은 이곳 오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셨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당장 저부터 몇 번을 섰는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니까요. 이 지옥 같은 업힐을 자유자재로 오르는 분들에게 경외감을, 아직 한참 부족한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로, 이 청계사를 두 번 더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 죽을 정도로 어려웠던 여기도 새로 갈 때마다 수월해집니다. 두 번째에는 비록 느렸지만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세 번째에는 속도도 조금 더 빨라지고 체력도 많이 절약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어려운 게 있으면 계속 도전해서 익숙해지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대구에는 좋은 훈련지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다음은 어디를 다녀와볼까요?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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