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May 08. 2024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법

국적과 나이, 성별불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

오늘 점심 약속이 있어 집 근처 호텔 레스토랑에 갔다.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한 나는 홀로 아이패드를 꺼내 독서를 하고 있었다. 곧 일행이 도착할 거라는 생각에 이어폰은 빼두었더니 주변의 다양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집중하고 싶어 다시 이어폰을 끼려고 하던 순간 흥미로운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손님: "호텔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왔어요"


호텔리어: "별말씀을요. 이제 다시 영국으로 가시는 건가요?"


손님: "네. 저의 첫 덴마크 여행을 그쪽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영국 엑센트가 진한 남성 손님과 여성 호텔리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엔 혹시 저 여성분에게 관심이 있어 그런 건가 싶었다. 혹은 이 호텔의 서비스가 정말 좋은가보다 싶던 찰나 갑자기 손님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손님: "저는 사실 많이 외로운 사람이에요"


예상치도 못한 전개에 나는 당황했다. 독서를 중단하고 흥미진진한 저 둘의 대화에 집중해 엿듣기로 했다. 나는 저 손님의 첫 말을 듣자마자 그의 의도를 맞춰보기로 했다. 나의 예상은 바로 그녀의 연락처를 묻기 위한 것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 너무 플러팅 기술이 별로다 생각하는 순간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손님: "얼마 전 부모님 두 분을 모두 잃었어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계획도 없이 덴마크에 여행을 왔어요. 그러다 이곳에 묵게 되었죠. 그런데 이곳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너무나 따뜻하고 친절하신 거예요. 특히 그쪽에게 너무 고마워서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머무는 내내 저의 이름을 기억해 주셨고, 인사해 주셨잖아요. 그러면서 제 하루 일정을 물어봐주시고 잡담을 나눠주셨던 것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었어요. 그저 서비스직에 몸 담고 계셔서 그런 게 아니었단 걸 느꼈어요. 정말 이 일을 사랑하시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시는 것 같아요."


호텔리어가 그의 말을 한마디 한 마디 집중하여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마지막 문장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호텔리어: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시고 계시는군요. 저 또한 몇 년 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저의 어머니를 잃었어요. 그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겪고 계신 시간이 얼마나 고된 시간인지 잘 알아요. 저도 그 당시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랐던 것 같아요. 제가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 드릴 수 있었어서 너무나 영광입니다. 저희 호텔에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텔리어의 대답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떠났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 그녀는 눈물을 터트렸다. 다른 동료들이 와서 그녀에게 괜찮냐고 다독여주었는데, 이야기를 엿들었던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이 세상을 살며 사람에게 필요한 건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공감이 되는 동시에 어쩌면 사회에 찌들 대로 찌들어 버린 나를 보고 반성했다.


살아가면서 참 다양한 일을 겪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나만의 데이터'가 쌓인다. 누군가를 관상으로 혹은 첫인상으로 판단하게 되는 오류를 범한다거나, 내가 겪어보니 이랬더라 혹은 저렇다며 세상을 내 기준으로 편협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려고 참 많이 노력했고 또 하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여전히 매일 어렵다.


사실 처음 그들의 대화를 들었을 때 나는 손님의 첫 말을 듣고 왜 저렇게 TMI(투머치인포메이션)인가 싶었다. 더 나아가 어쩌면 진상손님의 정석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아주 주제넘게 그리고 편견이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또 내가 틀렸다.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편견 덩어리구나. 작년 5월,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계기로 조금 더 따뜻한 사람, 오지라퍼가 되기로 했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또 나아가 그녀의 멋진 직업 정신에 감탄했다.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서비스업에 종사해서 보이기 위한 친절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사람을 좋아하고, 타인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중요성을 깨우친 현자이기도 했다. 내가 최근 본 사람 중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며 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저분이 참 존경스러웠다. 손님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프로페셔널함도.


덴마크 사람, 영국 사람 혹은 한국 사람이나 결국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어느 사회를 가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아무리 문화가 다르고, 얼음장 같은 심장을 가진 것만 같은 사람도 결국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쳤다.


덕분에 모두에게 더 친절하고, 경청하는 습관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소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 되는 법을 깨우쳐 주신 호텔리어 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매일 반성하고 매일 배워간다.




https://brunch.co.kr/@cmk5604/223


매거진의 이전글 덴마크에서 글로벌 마케터가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