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공원과 홍천 박물관의 봄, 고향의 시간을 걷다.

홍천 휴 98편 < 무궁화공원과 홍천 박물관 주변을 걷다 >

by 원 시인
무궁화공원의 봄

봄은 언제나 슬며시 온다.
누가 신호를 준 것도 아닌데
꽃이 먼저 말을 걸어오고,
그제야 우리는 계절을 깨닫게 된다.

홍천 무궁화공원의 봄도 그랬다.
눈에 익은 공원, 수없이 지나쳤던 길이지만
산비탈을 가득 채운 분홍빛 철쭉과
소복하게 번진 초록이
올해는 유난히 다정하게 다가왔다.

마치 오랜 벗이
“올해도 잘 왔네.”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듯한 봄날.


홍천 무궁화공원

언덕 위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꽃들이 서로를 밀치듯 피어 있었다.
진분홍, 붉은빛, 흰빛이 뒤섞여
하나의 물결처럼 일렁이며 계절을 흔들었다.

어릴 적 없었던 아파트 단지도
꽃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냈고,
그 틈에서 나는 이 장소가
참 ‘홍천답다’는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다.

도시가 아닌, 풍경이 먼저 말을 거는 곳.
그 사이에서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무궁화공원의 통일정

언덕 위 정자는
늘 그래왔듯 고요했다.

바람 한 줄기만 지나도
기와지붕이 살짝 흔들리는 듯했고,
옆에서 지켜 서 있는 나무들은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킨
마을의 이야기꾼 같았다.

정자 아래 피어난 철쭉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봄꽃’ 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홍천’이라는 두 글자가
처음 마음속에 자라던 순간들이었다.


홍천 박물관


홍천박물관 앞에 서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든다.

‘홍천의 어제 그리고 오늘’이라는 문구는
단순한 전시 제목이 아니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홍천 휴』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발자국,
이 땅을 지켜온 군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의 인생인 나의 이야기가
이곳의 오늘을 채우고 있다.

박물관을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고향은, 내가 떠나 있어도
늘 나보다 먼저 계절을 준비하는 곳이구나.”

무궁화공원 소광장


다시 무궁화공원의 꽃길을 걸으며
마음속에 조용히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제 삶의 계절을 기록하는 일이
결국 고향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나는 홍천의 사계절을 지나왔고
그 속에서 내 마음의 사계절도
함께 흐르고 있었다.

오늘 본 공원의 꽃들,
박물관의 고요,
바람 속의 홍천.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한 페이지가 되어
조용히 쌓여 간다.


무궁화공원 철쭉

봄의 홍천은
과한 화장도, 거창한 설명도 필요 없다.
있는 그대로 조용한 아름다움.

그저 그 풍경 속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
하루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시간이다.

나는 또 하나의 문장을 마음에 새긴다.

“고향의 계절은 늘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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