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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Sep 02. 2023

나의 독서모임 이야기

수 많은 실패 썰 중 하나를 풀어봅니다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소하게 했다. 어떤식으로 했냐면, 각자 읽은 책을 가지고 한달에 한번 모인다. 저녁식사에 반주하면서 책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카페로 가 더 집중해서 책 이야기를 한다. 3차로 이동해서 소주를 마신다.

반주를 곁들인 부대찌개 독서모임

 책 이야기가 가미된 친구 모임 정도였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에는 회의실이 있는 스터디 카페에 미라클 모닝 겸 해서 주말 07시에 모여서 했다. 이 방식은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자료도 미리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이 있어 중지되었다. 


 부대찌개 독서모임도 오래가지 못했다. 시작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만하기는 싫었다. 독서모임을 하면 억지로, 일부분이라도 읽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읽은 책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안해 냈던 것이 바로 온라인 독서모임이었다. 구글 드라이브에 각자 독후감을 작성해서 올리고, 댓글 기능을 통해 내용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다. 간단하고 심플했다. 셋 다 유부남이라 부대찌개 모임조차 눈치가 보이고 부담스러운 날도 있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독후감을 쓰고 의견을 주고 받는다.

 한동안 이런식으로 진행 되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시간과 돈을 투입할 필요가 전혀 없었고 만남을 가진 후 모임 내용이 휘발되어 사라지지도 않았다.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으니 참 좋다.

(참고로 위 이미지의 독후감은 내 브런치에 등록되어 있다. > 바로가기)


 몇달 진행해 본 후, 사람을 늘려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친구들끼리 진행하면 너무 긴장을 풀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서로에게 관대해질 우려가 있어 내린 결정이었다.


 내 주변 지인 중 독서, 투자, 자기개발, 부동산 쪽에 관심이 많은 친구 두명에게 연락해서 독서 모임에 초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독서모임은 세명에서 다섯명이 되었다.


 하지만 온라인 기반의 독서모임도 실패로 끝났다. 우리는 텍스트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좋았지만, 새로 들어온 친구들의 경우 반대였던 것 같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자료"형태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컸다고 한다. 자료라는 것은 퀄리티가 있기 마련이고 타인의 것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 셋은 이전부터 꾸준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던 "악의 무리"였지만,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한달에 한번 독후감을 쓰는 것이 썩 만만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세명도 본업이 바빠지며 독서 모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온라인 독서 모임의 좋은 점은 자료들이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러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독후감을 쓰는 거겠지.


 비록 독서모임은 이제 진행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브런치에 독후감을 계속 정리하고 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읽었던 책의 내용이 가물가물할때 한번씩 꺼내 읽으면 그것만큼 재밌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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