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쩔수 없는 군대 체질인가보다
최근에 아침 청소 루틴을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약간 게으른 편이라 원래 청소를 매일같이 하지 않고 그냥 먼지나 머리카락이 눈에 많이 밟힌다 싶으면 청소를 했다. 이전에는 외출 시 로봇청소기를 돌리는 정도로만 청소를 했다.
하지만 집에 갓난아기가 있는 상황에서는 청소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뒤집기 정도만 할 수 있는 아기라서 기어다니며 먼지를 먹거나 하진 않지만 그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아기의 작고 연약한 콧구멍은 먼지가 조금만 많아도 금방 막혀버린다. 그러면 코가 막힌 아기가 새벽에 푸닥거리를 한다.
이제 해가 제법 짧아졌기에 06시에 눈을 뜨면 아직 어두컴컴하다. 그 시각에 어두운 주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짧은 글을 쓴다. 그러다가 07시가 되면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기로는 눈에 보이는 큰 먼지나 머리카락들을 제거한다. 그리고 정전기 청소포를 사용하여 바닥 전체 먼지를 깔끔히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1회용 물걸레 티슈를 뽑아 바닥 전체를 싹 닦아주면 끝.
아이와 아내가 일어나기 전 이 업무(?)를 마무리 짓는다. 청소를 다 하는데 10분 남짓 걸리려나. 그제서야 집이 좀 환해진다. 환해진 집과 더불어 깨끗해진 바닥을 보고 있으면 오늘 하루도 뭔가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성취감이 든다.
군대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청소를 한다. 나는 군대가 좋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목소리 크고 동작 빠르면 다들 날 좋아해줬으니까. 그래서 좋았다. 남들은 어렵다는 군생활이 그닥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모두가 날 좋아해줬던 인생의 전성기처럼 느껴진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부대원들과 맡은 구역을 열심히 청소하고 나서 저녁 점호를 기다리는 그 순간이 있다. 하루 세끼 정해진 시간에 정량의 식사를 하고 꾸준히 운동하니 몸은 가볍다. 샤워를 방금 마쳐서 몸이 뽀송하다. 내무반은 칼같이 깨끗하고, 고된 훈련(혹은 작업)을 마친 탓에 몸은 나른하다. 언제든지 쓰려저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군대에서 느꼈던 이 감정과 아침 청소를 하는 지금 감정이 뭔가 닮아있는 것 같다. 군대에서 왜 그렇게 미친듯이 아침저녁으로 청소를 시키고, 침구류를 소독시키는지 궁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게나마 성취감을 주기 위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1 성취감을 적립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업무도 육아도 무탈한 하루가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