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댄스, 잊지 못할 첫 날 - 강습 편

60명의 동기들이 무사히 빠에 안착한 날

by 글거북

우여곡절 끝에 스윙댄스홀로 들어갔다(앞으로 편의를 위해 "빠"라고 표현하겠다). 그 건물은 서면 한복판에 위치해있었고 4층에 위치해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빠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는게 정말 큰 메리트라고 한다. 공간 특성상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쿵쿵 뛰고 땀을 흘리고 하는데, 지하에 있으면 환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특히 비라도 오는 날은 정말 빠에 난리가 난다고 한다.


들어가니 강사진들(강사님과 도우미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강습생들은 쭈뼛쭈뼛 여기저기 흩어져서 어색하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정말 태어나서 가장 뻘쭘하고 어색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빠의 도우미 선생님과 강사님들, 그리고 기존 댄서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자 모일게요!"

조용하던 빠에 재즈 음악이 나오더니 강사님이 별안간 벽력같은 소리로 강습생 모두를 불러모았다. 그리고 간단한 강사소개, 스윙댄스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따위를 하지 않고 그대로 강습을 시작했다.

"저 따라서 스텝을 밟으시면 됩니다!"

진짜 이렇게 강습을 시작했다. 스윙댄스도 은근히 배워야 하는 용어나 개념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남자는 춤을 리드한다고 해서 리더라고 부르고, 여자는 리딩에 팔로우업 한다고 해서 팔뤄라고 부르는 등. 이런 부연 설명 같은 것이 전혀 없이, 그냥 냅다 음악을 틀고 스텝을 밟게 시켰다.


하지만 나도 강사를 했고, 수없이 도우미로 강습에 참여하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그 강사님의 스타일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앞서 얘기했듯이 다들 어색하고 힘든 상태라, 앉혀놓고 어색하게 서로 인사 및 자기소개를 시키고, 말로 주절주절 댄스에 대해서 설명했다면 첫 수업 쉬는 시간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강습.jpg 강습을 하면 딱 이런 분위기.

어색함을 정신없음으로 바꾸어 버린 그 박력에 우리 동기들은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그 당시 우리 기수의 총 인원은 대략 60명 정도였다. 부산지역 동호회 지터벅(스윙댄스 첫 단계를 지터벅이라고 한다) 강습 인원 중 역대 최고기록이었고, 놀랍게도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사실 내가 빠에 안나간지 제법 되었기에 장담할 순 없지만 코로나 시국에 저 기록이 깨졌을 리는 없을 것이다.


시작부터 약 10분간 정신없이 기본 스텝을 밟던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바로 생전 처음보는 이성과 마주서서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윙댄스는 어느 정도의 스킨십이 꼭 있어야 하는 파트너 댄스이다. 몸짓 언어로 리딩과 팔로잉을 해야 하는데 당연하지.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내 수강생 중 이런 사람이 있었다. 스킨십이 필요한 댄스다보니 활동 함에 있어 스킨십이 프리한 미국같은 분위기(?)일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 사람은 술자리에서 이성들의 손을 잡고 집에 가는 택시에서 같은 방향 동기의 손을 만지는 등의 실수를 저지르고 쫓겨났다. 춤 동호회지만 춤을 위해 필요한 스킨십과 추행성 행동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춤은 어려웠다. 지터벅 과정 1주차에서는 기본적인 스텝과 자세(포지션), 리딩과 팔로잉의 개념, 아주 간단한 몇개의 동작을 배운다. 하나하나 뜯어서 배우고 음악에 맞춰 따라하는 연습 과정을 거친다. 젊다고 잘하고 나이가 좀 있다고 못하는 건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나이 든 사람이 잘하는 케이스도 있고 젊은데 정말 못하는 케이스도 있다.


동작 자체만 보면 간단하고 쉬워 보인다. 하지만 입문자들은 대부분 사회 생활에 찌들어서 온 사람들이기에, 춤에 필요한 리듬감과 센스 등이 완전 제로이다. 머리로는 멋지게 해내는데 팔 다리는 제멋대로 군다. 분명히 쉬워보였는데? 멘붕이 온다. 그 와중에 파트너까지 신경써야 한다. 내가 못하면 파트너도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못하면 미안한 감정이 들기 마련이다(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다).


첫 강습에서 흥미를 갖지 못하고 이탈되는 케이스가 정말 많다. 처음 강습을 하고, 소셜을 구경하고, 뒷풀이에 참석하여 사람들과 친해지고 나면 보통 그 모멘텀으로 쭉 졸업공연까지 달리고, 보통 6개월 정도는 흥미를 붙이고 빠에 계속 나오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첫 강습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 강습에서 소셜로 넘어가지 못하면 영영 나오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를 맡았던 강사님들은 비주얼과 실력이 훌륭했고, 무엇보다 강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유머를 정말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데 아주 내 스타일이었다. 그 덕분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우리 기수가 성공적으로 빠에 안착한 것이 아닐까 싶다(7년이 지난 지금도 3~4명 정도는 빠에 꾸준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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