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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Nov 07. 2020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지 않겠다더니...

인생은 그저 과정일 뿐



맞춤법도 틀렸네



‘절대로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진 않겠다ㅋㅋ’    


대학생 때 나름 공부하느라 힘들었던 마음을 담아 진정성 있게 썼던 글이다. 때는 2014년, 광고홍보학과 과목 중 PR 관련 수업을 들었던 날이었다. PR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주된 수업이었는데 자신이 직접 브랜드와 그 브랜드가 내세우고 있는 주제를 하나 정해서 기사 한 장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이 원하는 학생에 한해 작성해 온 글들을 화면에 띄우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은 교수님의 호평보다 혹평이 이어졌다. 처음이라 기사 작성 실력은 당연히 부족한 것이 당연한데 소심한 나는 그 혹평이 무서워 내가 작성한 기사의 가치를 못 본채 그냥 둬 버렸다. 다른 사람이 받았던 피드백을 참고해서 내 글을 발전시킬 생각조차 있었더라면 성적은 더 좋았을 텐데 내 글을 발전시킬 생각 없이 그냥 완벽하고 싶었던 내겐 PR은 무리였다 싶었다.     


게다가 기사 작성은 분명 겨우 A4 한 장이면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어떻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작성하고, 지우 고를 반복하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기사도 그렇고 다른 분야의 글도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하면 차라리 나는 글 쓰는 것보다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나는 홍보대행사에서 기사 작성 업무를 맡았으며, 브런치에서 나름 내 생각을 담은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내 상황을 생각하면 인생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말을 쓰기에 적합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때의 교수님의 혹평도 그저 과정에 지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무섭게만 느껴졌는지 약간 후회가 됐다.   

  

인생은 완성이 아니라 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을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일 뿐이다. 이제 누군가의 피드백에 두려워하지 않고 내 인생의 참고서로 삼고 있다. 피드백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방대하다면 좋은 것만 추려서 흡수해버리고 내겐 그저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은 그저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 주관이 뚜렷하지 않았던 내겐 가장 큰 배움이 됐다.    


또한 이 같은 경험으로 내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기로 했다. 글을 쓰는 일을 안 하겠다는 다짐과 무색하게 지금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내 미래에도 여전히 글을 쓸진 모르겠지만 내 주 업무와 함께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차근차근히 해 나갈 계획이다. 내 미래가 얼마나 변하게 될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점점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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