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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다른’ 오늘이 아니라, 어제와 ‘같은’ 오늘

김교석, 『아무튼 계속』

by 책 읽는 오리


컨디션 좋은 밤이면 어김없이 크레마s를 켜고 아무튼 시리즈를 정주행한다.

이번에 만난 책은 김교석 작가의 『아무튼 계속』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아니라, 어제와 ‘같은’ 오늘을 꿈꾸는 사람.

일상에 변화가 아닌 유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위해 일상의 루틴을 어김없이 지키는 사람.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음을 한 번 더 자각(착각)하고 안심하는 사람.


김교석 작가가 스스로 이 책에서는 지식, 재미, 위로 등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내겐 신선하면서도 매우 자극적인 영감을 가득 안겨 주었다.


그토록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하는 데서 삶을 대하는 그의 진정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나태함도 일상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경계 태세이자 흘러가는 세월을 최대한 끌어 안으며 살고 싶은 내가 시간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p.8)


그는 매우 감성적이며 조용하지만 절도 있게 자신의 할 일을 능숙하게 해 나간다.

매우 매력적인 1인가구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알려주는 꿀팁 중에는 일상의 항상성을 높이는 기술도 있다.


"가능한 약속을 만들지 않고, 업무나 학업에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으며, 요일별 해야 할 집안일들, 예컨데 날씨가 좋은 주중 저녁에는 햇빛 건조가 필요 없는 수건을 빤다는 식의 루틴들을 메뉴얼화 하는 것이다. 모두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예와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p.29)


그러나 주의할 점은, 자기가 만든 루틴을 지키는 데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그건 더이상 지속하면 안 된다. 되려 평온한 일상을 방해해 버리기 때문이다. 일상에 잔잔바리 루틴과 같은 잔기술들을 많이 만들며 스스로를 항상성이 높은 체질로 바꾸는 것이 그가 알려주는 치트키이다.


귀여웠던 포인트 중 하나는 그가 가장 경계하는 일이 새 옷을 입은 첫날 들키는 것이란다.

놀랍게도 그의 일상 루틴 중 하나가 쇼핑이라고 하니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반전은, 그 주변 사람들은 그가 옷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아무도 모른다는 것!


일상도 균일한 것을 좋아하듯, 옷취향도 빼박이다.

무채색 계열의 톤온톤 코디와, 브랜드 로고가 절대 튀지 않게 입으며,

독특한 디자인이나 튀는 패턴의 옷도 멀리한다.

늘 옷을 사도 비슷비슷하 옷들로만 가득 차니, 그

야말로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가능할 수밖에.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다른 색감과 패턴의 옷을 입고 기분전환하는 나의 취향과는 정반대라서

그 또한 신기하고 신선했다.


습관과도 같은 관성은 그의 일상의 필요충분 조건이고

그 힘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꿈꾸는 동력이 된다.

내 삶의 필요충분조건은 뭘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일상을 지키고 사수하고 싶었던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일상만큼이나 변함없는 관계 속에서 살면서 반복되는 장면들을 공유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는 내 삶의 지탱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줬다. 이것이 변함없이 반복되는 하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유다." (p.133)


그가 그렇게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유지하는 이유는 내가 애정하는 것들을 대하는 방식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 그의 담백한 고백처럼, 나도 "파도에 순응하지만 서퍼처럼 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싶다."


[아무튼] 시리즈는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다.

어쩜 이리도 취저인 글들만 모음집으로 출판해주셨는지♥

다음 읽을 아무튼 시리즈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무튼, 계속』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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