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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brella Feb 01. 2022

설날

불꽃들은 어디 가고

이번 설은 따로 또 같이 보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가족, 흔히들 친척이라고 말하는 그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가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사람을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난 그렇지 않다. 내게 가족은 엄마, 이모, 할머니, 삼촌, 외숙모, 사촌들을 모두 포함한 11명이었다.​


이젠 아니다. 11명이 함께 모일 일은 없다. 모일 수도 없고 모이려는 의지도 희미할 뿐이다. 작년 추석에도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았다. 혼자 보냈고 그래서 좋았다. 아니 편했다는 말이 맞을까나.

하지만 이번 설은 혼자 있어도 편하지 않았다. 함께하는 불편함을 택할 것인지 혼자 있는 불편함을 택할 것인지의 거북한 선택지뿐이었다.​​


오늘 아침까지 고민한 끝에 혼자 있는 불편함을 택했다. 불편한 마음이 허전함으로 바뀌었는지 자꾸만 속이 허했다. 빵을 욱여넣고  잠을 밀어 넣었다.

그러던 중 나와 같은 심심함을 느낀 친구를 발견하고 무작정 친구의 동네로 갔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니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불안은 이때 깨닫는다. 불안함이 사라질 때. 아, 내가 불안했구나 하고.​


친구와 나눈 대화는 즐겁고 따뜻했으며 무엇보다 편안했다.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날 좋아해 주는 대상이 있음에 고마운 순간이었고, 이걸 또 굳이 그에게 확인받는 나를 보며 난 여전하다는, 그러니까 사랑받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친구 덕에 가족과 함께하지 않음에 안도했던 하루였다. 즐거운 설날은 가족과 함께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고, 아니어야 한다. 이번 설엔 이걸 꼭 쓰고 싶었다. 설날은 굳이 즐거울 필요도, 또 한편으론 모두에게 그럴 수도 없는 날이라는 걸.​


부족한 글이지만 금요일부터 만난 몇 명의 친구들 덕에 글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소중한 대화들, 그리고 순간들로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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