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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May 17. 2020

히피 DNA

내 필명에 히피가 들어가는 이유

* 이 글은 나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읽으면 개 풀 뜯어먹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이 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도만 간단히 내 소개를 해보겠다.


1. 히피가 꿈이자 정체성이다.  내 자기소개 첫 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삶의 정체성은 히피와 보헤미안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2. 소유욕이 별로 없다. 그중에서도 물욕이 없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3.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건 참 많다. (버킷리스트 현재 90개)

4. 미니멀리스트다. 지금 캠핑카에 산다.(여기가 내 차요, 집이다. 1년 거주조건이고 내년에 아내의 대학원 과정이 끝나면 다시 가족과 살 거다). 캠핑카 안 수납공간은 남아돈다. 물건이 별로 없어서.

5. 재테크는 병이다.(주식.부동산.도박 등은 해본 적 없다. 버는 돈이 많지 않지만 돈을 잘 안 쓰니 돈이 알아서 모이는 편이다.)

6. 인간관계 때문에 가고 싶지 않은 모임에 가서 감정 소모하는 게 싫어서, 작년에 모든 주기적 모임으로부터 탈퇴했다.

7. 선배들로부터는 좋은 평가 못 받는다.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으니까. 대신 연락 오면 기분 좋게 나간다.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는 편이다.

8.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일정 시간 갖지 못하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9. 취미가 많다(백패킹.걷기.마라톤.서핑.카약.자전거.모터바이크.독서,음악,영화 감상. 글쓰기 등) 취미의 공통점은 (앞으로) 돈 들 일이 없다는 것이다. 책, 음악, 영화만 있어도 평생 지루하지 않게 놀 수 있다.

10. 행복의 역치가 낮다. 즉, 쉽게 행복을 느낀다. 어린 시절 지옥 같은 불행이 날 덮쳤고,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 이후 어떤 불행이 와도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그때 탄생한 (내 딴에는) 명대사,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자는 파도가 두렵지 않다"

11. 다른 감정은 다 이겨도 2가지 감정은 못 이긴다. 설렘과 연민. 

12.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

"너처럼 자유로운 사람은 본 적이 없다"

13.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 듣는 걸 좋아한다.

"너 사는 걸 보고 내 생각이 바뀌었어"

14. 작년에 내 직업에 회의가 밀려와 진지하게 푸드트럭을 알아봤었다. 붕어빵이 나랑 제일 잘 맞겠더라.




히피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겠다. 히피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얼마 전 개봉했던 퀸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히피를 보며 느끼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유, 평화, 자연으로의 회귀를 부르짖으며 시작했지만 마약, 섹스, 쾌락을 탐닉하다 사라진 사회 운동' 쯤 된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시작된 운동이 거대한 세력을 형성한 다음부터 본질을 잃고 표류하다 사라지는 건 인류 역사에서 지겹게 반복되어왔다.

(그러나 히피 문화는 인류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스티브 잡스도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인물로 손꼽힌다)


이젠 지구 상에서 히피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 히피들이 존재한다.



예전 아내가 미국을 여행할 때의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길을 가는데 비루한 행색의 히피 할아버지  명이 다가오더니 이런 말을 하더란다.

"이렇게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는데 어딜 그리 바쁘게 가세요? 가만히 꽃을 바라봐요. 얼마나 예뻐요?"

내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우와... (3초 동안 멍 때리고) 듣고 보니 그렇네"


히피 할아버지의 저 짧은 대사(?) 안 내가 삶에서 추구하는 4가지가 모두 담겨있다. 시와 아름다움, 사랑, 낭만.


의 말은 한 편의 시이자.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자, 낭만이다. 내가 아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와.."라고 꼬리 감탄사를 내뱉었던 건, 이렇게 길거리 흔한 꽃의 아름다움에도 감탄할 줄 아는 삶이야말로 ''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히피 DNA가 있는 거 아닌가? 히피에 대해 찾아봤다.

히피 사진은 멀쩡한 사람 찾기가 어렵다ㅠ

내가 그들에게 끌렸던 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들의 메시지! 사랑, 평화, 자유, 반전, 자연주의, 주류 체에 대한 저항,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키워드 '공유와 연결'. 

이건 뭐, 내가 좋아하는 단어만 모아놨네.

또 하나는, 지금도 이어지는 그들 특유의 생활 방식.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최소한의 노동(저글링 공연, 버스킹 등)만 하면서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히피들이 있다. 최소한 월요일 아침마다 인상 구기며 온 세상 짐을 혼자 짊어진 듯 출근하는 회사원보다는 그들이 행복하다고 확신한다. 지구 상 동물 중 인간만 유일하게 자명종 소리를 들으며 일어난 다지? 히피에게는 자명종이 필요 없다. 쓰고 보니 부럽군.


그래서 당신은 히피처럼 사냐고?

아니오. 제가 직업을 결정했을 땐 고3이었구요. 그땐 제가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한지 몰랐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히피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어느 날 결심했죠. 달 동안 최소한의 돈만 쓰면서 히피처럼 살아보기로... 내가 행복을 느끼며 사는 데 드는 돈이 의외로 작다는 걸 확인하 내일 당장 직장 그만둔다 해도 불안하진 않을 것 같아서요.


이름하여 일론 머스크 프로젝트!

( 프로젝트 이름이 일론 머스크 프로젝트인지는 지난 글 '불안'(https://brunch.co.kr/@hanvit1102/72)편을 참조하세요)


그 결과는... 두둥!

다음에 공개하겠습니다 ㅠ.ㅠ

(3부작으로 가야겠네요. 죄송합니다^^;;)


(덧붙임)

히피의 핵심 사상 중 하나가 '공유와 연결'입니다. 제가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눌렀을 때, 바로 그 순간 누군가의 핸드폰에 브런치 알림이 뜨고, 그 알림을 확인한 사람 중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을 하면 전 그저 황홀할 따름입니다.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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