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가언니 Jun 30. 2021

올림픽 요트 종목



지난 주말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대표 요트팀 진홍철 감독님의 레이저 교실이 (레이저는 요트의 한 종류로 1인용 딩기요트이다.) 열렸다. ‘국가대표 감독의 코칭을 받는 일이라고?’ 라며 요트를 사랑하는 동호인들이 몰렸고 감독님은 바쁜 일정 중에 그 많은 수강생들을 꼼꼼히 1:1 지도해주셨다.


흥미로웠던 강의 내용 중 하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이었다. 요트기술훈련은 말할 것도 없고, 촘촘히 짜인 기초체력훈련과 휴식의 잘 분배된 스케줄이 놀라웠다. 바다 위에 몇 시간 동안 떠있으면서 바람에 버티고 파도를 견딜 때 필요한 체력은 육지 위에서 소모되는 체력과는 또 다르다.


작년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요트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전에는 이론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요트를 타는 일정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그러니까 아침 일찍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력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이론교육을 끝내고 나온 점심시간까지도 그들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강압적이거나 고통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재미있어 하길래,

 ‘오늘은 정식훈련이 아니라 바디 프로필 찍으려고 몸 만드는 개인운동 중인가?’

란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결국 대회는 체력 싸움인 것이고, 즐기며 체력훈련을 하던 그들은 진정 프로페셔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올림픽에 세일링 종목이 있구나! 이번에는 경기를 챙겨봐야겠다.!’


올림픽 종목에는 우리나라가 잘하는 양궁, 유도나 내가 좋아하는 수영 종목이나 있다고 생각했었지, 요트 종목이 있는지는 몰랐었다. 동계올림픽 종목에 컬링이 있는지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요트는 1900년에 처음 올림픽 게임에 나왔고, 그다음 경기는 1908년 올림픽이었으며 그 이후에는 매 올림픽마다 경기가 이뤄졌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 역사가 깊은 올림픽 종목이다. 종목명이 바뀐 스포츠이기도 한데, 원래는 요팅 Yachting이라고 부르다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부터 세일링 Sailing 이 종목명이 되었다. 그건 아마도 요트라는 배의 발전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초기에는 아주 큰 배에 10명 이상의 크루들이 탄 경기가 주였다면 현대로 올수록 성능이 개선된 빠르고 작은 요트에 한두 명의 선수가 탑승한 종목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는 1952년부터 올림픽 종목이었던 Finn이나, 1976년부터 경기가 시작된 470처럼 역사가 깊은 요트 종목이 있는 반면, 49erFX와 Nacra17처럼 2016년에 첫 종목으로 선정되어 이제껏 두 번밖에 경기가 치러지지 않은 것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 나오는 종목들의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tokyo2020.sailing.org/racing/equipment/



이번에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세일링 클래스는 윈드서핑까지 포함해서 총 6개이고 매 종목별로 남자부 여자부가 구분되어 있어 10개의 게임이 열린다. 470 남/여, 49er 남/여, Laser 남/여, RS:X (윈드서핑) 남/여, FINN 남, NACRA 17 혼성이 그것이다. 그 중 우리 일반인들은 요트학교에서 Laser 종목을 배울 수 있고 요트를 차터(대여)해서 혼자 연습도 할 수 있다.


요트를 타며 어려움 중 하나는 요트의 종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인데, 그것은 반대로 요트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바람을 읽고 파도를 넘는 기본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이 요트는 디자인이 어떻고, 어떤 특징이 있고, 시스템을 조종하는 방법을 확인해보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처음 보는 요트를 타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장에 갔을 때 처음으로 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470을 타보게 되었다. 470은 레이저와 같은 딩기요트이지만 2인용이라 한 명이 스키퍼를 맡아 배를 조종하고 다른 한 명이 체중을 실어 힐을 잡거나 세일 트림을 한다. 처음 타보는 요트라 지상에서 요트의 조종법을 연습하는 랜드 드릴을 마친 후 ‘그래도 난 레이저를 타봤던 사람이니까.’라며 자신 있게 해상으로 나갔다. 그리고서는 웬만해서는 캡사이즈(capsize 배가 옆으로 기울어 쓰러지는 것) 되지 않는 요트를 옆으로 넘어트리는 것도 아닌, 180도 뒤집어 세일을 물속에 처박는 콜랩스 collapse 시켜 수역에 나와 있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전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수영도 잘하니 제 걱정은 마세요. 다들 제가 아닌 비싼 요트를 걱정하셨겠지만요...)


올림픽 경기는 가장 적은 점수를 기록한 팀이 우승하는 로우포인트 시스템 low-point scoring system을 적용한다. 그러니까 첫 번째 경기에서 1등을 하면 1점, 2등은 2점을 가져가고, 5경기에서 모두 1등을 했다면 최종 5점인 식이다. 만일 선수가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면 원래의 순위에다가 1점이 가산된다. 예를 들어 20명이 출전한 대회의 레이스를 끝마치지 못했다면 21점을 얻는다는 말이다. 많은 요트경기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10~12개의 레이스를 한 뒤 최종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선정한다. 그리고 가장 낮은 점수, 예를 들면 10팀 중에 10번째로 들어와서 받은 10점을 팀당 하나씩 지우고 나머지 점수를 합산한 것이 최종 점수가 된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10~12개의 레이스를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체력이 중요하다.


또한 도쿄 올림픽은 플리트 레이스 방식을 채택한다. 여러 선수가 함께 출발하고 함께 레이스 코스를 도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요트대회도 이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 레가타(시합)에 나가보면 서로 먼저 유리한 지점에서 출발하기 위한 신경전이 대단하다.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선수들이 상대 배에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르며 항의를 하는 통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잔뜩 쫄았었는데 이제는 그게 경기의 일부이자 재미라는 것을 알아 조용한 출발선이 어색할 지경이 되었다.


도쿄 올림픽 요트 경기는 7월 25일(일)부터 시작되는데, 8월 1일(월)부터 4일(수) 사이에는 각 종목의 결승전이 치러진다. 월드세일링 홈페이지(https://tokyo2020.sailing.org ) 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요트에 관한 것은 월드세일링에서 관리하는데 1907년에 만들어진 IYRU (International Yacht Racing Union)는 1996년에 ISAF (International Sailing Federation)으로 변경되었다가 2015년에 World Sailing이 되었다. 사실 한 번도 올림픽 요트 경기를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유튜브가 있으니, 이번에는 꼭 올림픽에서 요트경기를 찾아봐야겠다.








글: Edi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Sama (https://instagram.com/y.samsa)





이전 12화 너희가 샴페인잔을 든 손에 우리는 공구를 들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