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가언니 Oct 18. 2023

파이브가이즈 버거와 피터루거 스테이크

뉴욕의 (고기) 맛집들

서울에서 못 간 파이브 가이즈


“요즘 파이브가이즈가 그렇게 핫하다는데 우리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4시간 기다리는 것 못 해. 그냥 다음 주에 맨해튼 가서 먹자.”


강남역 매장 앞에 줄 서기 싫어서 툭 던진 말 때문에 맨해튼에서 파이브가이즈에 갔다. 이제 막 2호점이 생긴 한국과는 달리 맨해튼에는 10개가 넘는 매장이 있기에, 더구나 휴일에 월스트리트 지점으로 가서인지 웨이팅 같은 것은 없었다.  


미국은 양이 많다고 했으니 나는 ‘리틀’ 베이컨 치즈버거를, 남자친구는 레귤러 베이컨 치즈버거를 주문하고 프렌치 프라이는 두 명이서 레귤러 한 개만, 그리고 밀크셰이크도 둘이 한 개만 시켰다.


버거를 쿠킹호일에 싸주는게 인상적.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주는 버거 느낌.

“Everything.”


버거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직접 고르는 커스터마이즈가 고급스러운 수제 햄버거의 상징이기는 하나, 영어를 한마디라도 덜 하고 싶은 나는 모두 넣어달라고 했다. 소고기 패티를 비롯해 모든 것이 냉장유통, 그러니까 냉동식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던데, 그래서인지 두툼한 패티도, 양이 엄청 많았던 감자튀김도 특별히 맛있게 느껴졌다. 가격은 맨해튼 물가에 비하면 비싼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높은 환율을 고려하면 싸지도 않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굳이 팁을 안 줘도 된다고 하던데, 팁 문화에 적응을 못한 나는 언제나처럼 20%를 팁 바구니에 넣었다. 맨해튼에서 가봤으니 강남이나 여의도 파이브가이즈는 패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미국은 천국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립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는 1인분을 주문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2인분 양의 립이 나왔다. 정말로 고기만 나와서 부랴부랴 브로콜리를 추가 주문해야만 했다. 그마저도 베이컨과 크리미소스로 버무려져 있어 내가 기대한 상큼한 야채는 아니었지만. 남자친구는 정통 미국식 립을 먹게 되었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창문 안에 보이는 사람들이 대기줄

스테이크를 남기고 온 적도 있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양이 많아서였는데, 평소 주먹만 한 사이즈의 작은 스테이크가 나오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뉴욕의 3대 스테이크 맛집이라는 브루클린의 피터루거 스테이크에 갔을 때이다. 예약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이라 알려져 있는 데다가 주말 예약은 더 힘들 테니, 예약 오픈일에 맞춰 예약을 성공했다. 그런데 시간에 맞춰 갔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까지 안내되는데 30분 이상은 기다렸던 것 같다. 다들 바에서 대기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와인이나 칵테일을 한 손에 들고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상황인 것 같았다. 예약한 시간 정각에 못 들어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몇 번이고 언제 들어갈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이번에도 고기 덩어리만 나왔다!


스테이크 전문점이라 메뉴가 Steak for 2, Steak for 3, Steak for 4 로만 구분되어 있었다. 우리는 2인용 스테이크를 주문했지만 내 기준으로 4인용 스테이크가 나왔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른 사이드 메뉴를 시킬 생각은 차마 못 하고 샐러드를 시켜서 양껏 야채를 먹었다. (샐러드도 사이즈가 크다.) 고기 전문가인 남자친구가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를 했고, 육식을 즐겨하지 않는 나도 평소보다 많이, 맛있게 먹었다. 과연 130년 전통의 스테이크 맛집이었다.  



2인용 스테이크와 그린샐러드, 와인 두 잔의 가격은 200달러. 여기에 기계적으로 20%의 팁을 더하니 240달러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40달러의 팁이다. 5만원이 넘는 돈이니 우리 둘의 서울에서의 저녁 한 끼 식사값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팁을 적게 주기 위해 계산하며 쓰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서 내가 기분 좋은 여행을 하려고 팁은 무조건 20%를 주자고 합의를 했다. 어차피 뉴욕은 비싸고 여행 와서는 돈을 쓰고 가는 거니까. 그렇다고해서 우리에게 이 금액이 비싸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팁을 받지 않는 근로자와 팁을 받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다르다고 한다. 물론 캘리포니아처럼 같은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일반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7달러 정도인데 반해, 식당 등 서비스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2달러를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머지를 팁으로 충당하라는 것인데, 기업이나 오너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겠으나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팁의 물가가 상승하는 하는 것을 말하는 팁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비롯해 팁 문화에 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말이 많은 것 같다.  



고기 먹은 이야기만 했지만 뉴욕은, 특히 맨해튼은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곳이라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타이, 그리스, 멕시칸, 이탈리안, 프렌치, 베트남 등 다양한 음식을 먹었는데 모든 음식이 맛있고 수준이 높았다. 뉴욕의 북창동 순두부에는 순두부찌개에도 고기가 듬뿍 들어간다고 하던데, 북창동 순두부를 못 가본 것이 새삼 아쉽네.


멕시칸 레스토랑 tan. 플레이팅이 예쁘면서 음식도 맛있어요. 인테리어도 멋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뉴요커 캐리처럼 구겐하임 뮤지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