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는데 그 이유는 나의 첫 해외여행지가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첫 여행지가 미국이었다면 나는 영문학을 전공한다거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것이다. 17살의 나에게 첫 해외여행은 그 정도로 충격적인 이벤트였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매 방학마다, 그러니까 일 년에 두 번씩 꼭 해외여행을 했다. 부족함 없이 지원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나는 책의 여러 페이지를 들춰볼 수 있었다. 맨날 보는 똑같은 페이지만 보고 또 보는 게 아니라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실컷 둘러보다보니 상식도 생기고, 사고도 유연해지고 시야도 넓어졌다. 내가 보는 세상은 새롭고 재미있는 것투성이었다.
여행이 내 삶의 자양분이 된 것은 분명한데, 점점 기억에서는 잊혔다.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그리고 폰 카메라로 바뀌는 동안 공들여 찍은 수많은 사진들조차 뿔뿔이 흩어져 남은 것이 없다.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고, ‘매주 월요일 연재’라는 강제성이 나를 컴퓨터 앞에 앉게 했다. ‘내가 왜 목차를 14화까지 잡았을까?’라고 후회를 하면서 ‘오늘은 도저히 못 쓰겠다’ 싶다가도 ‘누군지도 모르는 응원독자들께서 이렇게 응원을 보내주시는데 약속을 어기면 안 되지.’라는 생각에 다시 책상에 앉았다. 물론 오늘처럼 월요일 23시 30분이 되어서야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23시 59분까지는 이 글을 업로드 할 것이다!
손웅정은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에서
일 킬로미터의 전력 질주보다 일 도의 방향전환이, 일 톤의 생각보다 일 그램의 행동이 중요하다
고 말한 바 있다. <요트 밖은 유럽>이란 제목으로 기록된 이 여행은 이제껏 다녀온 다른 모든 여행들처럼 내 삶의 방향을 일 도 전환시켰을 것이라 믿는다. 지난 13주간의 브런치 연재는 머릿속에 있는 일 톤의 생각을 정리한 일 그램의 행동이었다.
P.S.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 글을 읽고 응원해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입니다. 과분한 응원과 사랑을 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