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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un 17. 2024

최고의 요트 클럽은 어디인가?

모나코 요트 클럽

투이가. (출처: https://yacht-club-monaco.mc)


Anne: “우리 클럽의 플래그십은 봤어?”

나: “플래그십? (그게 뭐지?) 음, 못 본 것 같은데......”

Anne: “모나코에 왔으면, 우리 플래그십 투이가를 보고 가야지. 따라와.”


플래그십이라는 단어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밖에 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어리둥절했다. 왜 청담동이나 강남역쯤에 핫하다는 브랜드가 공들여서 고급스럽게 만들어놓은 매장 있지 않나. 그럴 때나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단어를 쓴다고 알고 있었지, 진짜로 플래그십 flagship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투이가를 소개시켜주고 있는 앤


모나코 요트 클럽의 플래그십, 그러니까 클럽의 상징선이자 기함인 투이가 Tuiga.


파티장을 나와 컴컴해진 항구로 갔다. 앤이 정박되어 있는 선박 앞 카페트 옆에 신발을 벗고는 요트 위로 올라간다. 요트를 탈 때는 바닥에 검댕이 묻지 않도록 밑창이 흰색으로 되어있는 보트슈즈를 신는다. 더 고급인 요트에서는 신발을 벗는다고 듣긴 했으나 고급 요트를 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까지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는 처음이었다.  


나무로 된 데크에 올라가 둘러보니, 데크뿐 아니라 마스트, 붐 등 모든 것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심지어 오래된 나무가 반질반질 윤이 난다. 외할아버지께서 수석을 손으로 하나하나 쓰다듬어 돌에 윤이 나게 하는 걸 봐 온 나는 공들임의 가치를 높이 산다. 수많은 시트가 깨끗한 상태로 가지런히 걸려있는 것조차 보통 솜씨가 아니다. 콕핏으로 들어가면 으레 나는 쿰쿰한 냄새나 얼룩하나 없다. 아, 이건 보통 배가 아니구나!


붐 끝에 이런 문양이./ 어마어마한 리깅


Anne: “투이가는 1909년에 건조되었어. 1958년부터 1987년까지는 아메리카스컵에도 출전했었고. 동일한 디자인으로 건조된 6척 중 4척이 남았는데, 스페인 국왕도 한 척을 갖고 있어.”

나: “그럼 투이가는 누구 건데?”

Anne: “프린스 알베르 소유지.”


선주가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라니, 1909년에 만들어진 115세 클래식 요트의 관리 상태가 최상급인 것에 대한 답이 되었다. 이 배를 관리하기 위해 고용된 풀타임 직원이 무려 3명이라고 한다. 100살이 넘은 클래식요트가 아직도 일 년에 십수 차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이유이다. 투이가를 개해주는 앤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선박 모양으로 생긴 클럽하우스 외관과 로비. 로비에는 롤렉스 요트마스터가 딱 걸려있다.


클럽의 플래그십을 보고 나니 오랜 역사와 그에 걸맞은 명성을 가진 모나코 요트 클럽에 도착한 것이 실감 난다. 모나코 요트클럽은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이 요트모양의 클럽하우스는 10년 전에 지었다고 한다.


“모나코 요트 클럽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음... 지금은 더 이상 신규 회원을 받지 않아요. 이미 회원이 2500여 명이 되어서, 누군가 탈퇴를 해야만 신규 회원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자발적으로 클럽을 탈퇴하는 일은 없으니......”


사망으로 인한 공석이 생기지 않는 한 들어가기에 힘들단다. 공석이 있다 해도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 기존 요트클럽 회원 두 명이 스폰서로서 추천서를 써줘야 하고, (한 명의 스폰서는 한 명만 추천할 수 있음. 그러니 매우 신중하게 추천을 할 듯.) 그 지원서를 검토하는 회의를 알베르 2세가 직접 소집한다고 한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해서인지, 클럽 멤버들은 이를 명예로 여기는 듯했다. 요트가 있다고 아무나 멤버로 받아주는 게 아니니까. 클럽 내에는 드레스코드가 있어서 남자의 경우 동절기에는 회색 바지, 하절기에는 흰 바지에 가슴 주머니에 클럽의 문장이 박힌 남색 재킷을 입어야 한다. 여자의 경우는 회색과 흰색의 치마가 드레스코드인데, 이를 아주 철저하고도 자랑스럽게 지키고 있었다.


요가 스튜디오와 기념품샵. 비싸고 예쁜게 너무 많다.


“들어와서 같이 운동해요.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전체를 이용할 수 있어요.”

“저도 들어가도 되나요?”

“그럼요. 2층 피트니스센터 시설도 훌륭하니 가보세요.”

“아, 그럼 대회 끝나고 올게요!”


요트와 항구를 바라보며 소도구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피트니스 코치가 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런데 정작 시합이 끝난 후에는 힘이 들고 배가 고파 숙소로 돌아가기 바빴다. 클럽 내에 있는 스포츠바나 레스토랑, 피트니스센터 등은 회원만이 들어갈 수 있는데,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초청선수들에게 나눠준 팔찌는 폐쇄적인 클럽하우스를 구석구석 탐험할 수 있는 매직키였다.


진정한 럭셔리를 본 곳은 라이브러리였다. 이곳에는 모나코 요트 클럽의, 아니 더 나아가 요트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다. 항해 관련 서적 1600여 권뿐 아니라 요트의 역사를 보여주는 모형, 트로피, 부품 등 요트를 타는 사람이라면 감탄사를 내뱉으며 흥분할 만한 것들 투성이이다. 소파와 테이블, 심지어 당구대까지 어쩜 이렇게 고급스러운지!


라이브러리. 벽면 가득한 트로피들


모나코 요트 클럽 주최의 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클럽 꼭대기층 야외로 나가니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한 신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사: “안녕하세요? 저는 모나코 대사관에서 나온 알랭입니다.”

나: “네? 대사관이요? 무슨 일 있어요?”

대사: “여러분은 모나코에 초청된 최초의 한국팀입니다.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서요. 그래서 응원하러 왔어요.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하면 대사관에서 아주 화려한 파티를 열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대회가 열리는 모나코 요트 클럽에 최초로 한국 팀이 초청되었다고 한다. 아니, 아시아 팀 최초란다. 요트 문화가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니 그럴만하다.


클럽 파티. 와인도 모두 클럽에서 생산한 와인이었다.


모나코 여행도, 클럽 소개도, 파티도 끝났다. 이제 이번 여행의 시작점이자 목표인 요트 대회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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