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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un 10. 2024

지중해의 해산물과 해양생물

모나코

신선한 굴


“우리 모나코에 도착하면 진주식당에 꼭 가보자.”

“진주식당이라니? 무슨 유럽까지 와서 한식당이야?”

“글쎄, 가보면 알아. 진짜로 모나코의 숨겨진 진주 같은 곳이 있다고.”


이곳에 어떻게 레스토랑이 있을 수 있나 싶게 항구의 끝, 정확히는 퐁비에유 항구 Fontvieille Port의 끝에 덩그러니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Les Perles de Monte Carlo, 레스토랑 이름이 진짜로 ‘몬테카를로의 진주’이다.


빨간 건물이 레스토랑, 그 앞 노천이 식탁.


“와, 이렇게 신선한 굴이 이 가격이라고?”

“무조건 시켜. 두 개 시켜.”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굴을 먹으려면 몇 배는 더 줘야 할걸?”


다들 해산물의 퀄리티와 신선도, 그리고 가격에 놀랐다. 이곳은 본래 굴 양식장이었던 곳으로, 프랑스의 해양생물학자인 Brice Cachia와 Frédéric Rouxeville이 친환경 양식 등을 연구하며 굴 양식장을 하다가 부업으로 레스토랑을 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점심에만 오픈을 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번듯한 레스토랑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야외에 테이블만 몇 개 놓고 영업을 한다. 실내에도 좌석이 있다고는 하나 건물이 협소해 실제로 손님을 받지는 않고 주방으로만 쓰이는듯해 보였다.


하지만 부업으로 하는 것 치고는 식전빵도, 사이드로 나오는 야채, 버섯, 감자요리도, 유기농 와인도 너무 훌륭하다. 하다못해 테이블웨어도 감각 있고, 햇빛을 가리라고 빌려주는 밀짚모자도 유쾌하다. 반대편에 바로 보이는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을 올린 모나코 대성당과 모나코 해양박물관의 뷰는 또 어떻고. 뷰맛집으로 높은 가격을 받는다해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이다. 분위기는 캐주얼, 아니 소박한데 맛은 미슐랭 급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블루랍스터


굴은 레몬즙만 약간 뿌려서 먹는데 너무 신선해서 입안에서 바다 향이 느껴지는 것을 넘어 바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육즙 가득한 농어도, 탱글탱글한 새우도 맛있었지만 오늘의 메인 요리는 블루랍스터였다. 2년 전에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열리는 요트대회에 참가했던 친구가 블루랍스터를 먹어보고는 이걸 꼭 맛봐야 한다고 했다.


블루랍스터? 랍스터는 원래 빨간색 아니었던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랍스터는 주로 익히기 전의 껍데기 색깔이 회갈색인데, 이는 북미산 랍스터라고 한다. 반면 유럽산 랍스터는 푸른색을 띠는데 껍질의 특정 성분의 차이 때문으로, 바다 깊숙이 포식자로부터 위장에 용이하도록 해준다고 한다. 유럽산 랍스터가 북미산 랍스터보다 단가가 비싼데, 씹는 맛이 강하고 달콤함과 짭조름한 맛이 풍성하다고 한다. 실제로 살을 발라내보니 이제껏 본 적 없는 크기의 랍스터 살이 나온다. 아주 실하게 차있다. 어디 그뿐인가. 단단한 정도가 남달라 씹을수록 쫄깃하면서도 단맛과 짭짤한 맛, 고소한 맛이 우러나는 것 같았다. 갑각류의 왕이라 부르기도 하는 블루랍스터의 메뉴판 상 명칭은 브르타뉴 랍스터 Breton Lobster이다.



“이제 후식으로 성게알 먹자.”

“난 더 못 먹어. 배가 터질 것 같아.”

“그러니까 후식으로 먹는 거야. 이건 귀해서 많이 먹고 싶대도 못 먹어. 딱 한입씩만이야.”


성게가 껍질 채 손질되어 나왔다. 티스푼으로 퍼먹는데, 그동안 먹어본 성게알초밥이나 성게알덮밥 위에 있던 성게알과는 다른 맛과 질감이다. 혀에 닿자마자 녹아 사라지는 것이 눈을 감고 먹었다면 입안에 버터크림을 넣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왜 이걸 후식이라고 불렀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디저트로 레몬셔벗을 시켰더니,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사이즈부터 다른 자이언트 레몬에 셔벗이 가득 담겨 나왔다. 이렇게 풍성한 레몬향과 레몬맛에 자연스러운 달콤함이 표현될 수 있다니! 정말 상큼하고 즐거운 맛이었다.


풍성한 해산물로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레스토랑 건너편에 보이던 모나코 해양박물관으로 갔다. 온 길로 돌아가려니 빙 돌아가야 해서 수상버스인 바토를 타고 간편하게 바다를 건넜다.


모나코 해양박물관 Musée Océanographique de Monaco은 왠지 어린이들이 가는 코엑스 아쿠아리움 같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기에 혼자였다면 가지 않았을 곳이다. 생물, 과학 등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으니까.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보니 관심이 없어도 따라가게 되었는데, 이게 웬걸, 내가 가장 신이 났다.

 


“오! 니모다!”

“오! 해파리다!”


아는 것이라고는 <니모를 찾아서>의 아네모네피쉬나 해파리, 바다거북 정도밖에 없는 내가 딱 어린이 수준의 감탄사를 내뱉는 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오래 한 친구는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를 보면 바로바로 영어 이름을 읊으며 특징을 설명해 줬다. 6m 높이의 수조를 통해 바다 생물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고 있자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몽롱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


(우) 귀여운 바다사자의 뼈가 이렇게 생겼다니


이곳은 해양 학자이자 항해사였던 알베르 1세(1848~1922)가 탐험을 위해 제작한 측정 장비를 비롯한 해양학 연구를 위한 자료부터 그가 수집한 수많은 표본, 해양 생물, 나아가 선박, 예술작품까지 총망라해 있는 곳으로 그 표본수가 6000여 개라고 한다. 1910년에 개관하여 이미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박물관의 방대한 규모와 해양 생물의 다양성, 이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모습과 해양생태계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몰입형 전시장. 바다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전시장 마지막 코스였던 몰입형 전시장이었는데, 바다 안으로 다이빙을 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산호 생태계라고 하는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생물들을 직접 만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장이었다.  


지중해 국가 모나코는 바다에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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