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플백30일]매일현대미술 감상하기22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오늘 소개할 작가는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ys)입니다. 벨기에 출신이자 멕시코에 주로 거주해온 작가입니다. “이게 무슨 예술이야?”라고 느낄 법한 퍼포먼스를 많이 하는데요. 다른 작가와의 차이는 전혀 충격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그의 작업은 피식 웃음이 나면서 우리 사회,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죠.
먼저 귀엽고, 고전 명화가 떠오르는 동시에 미술계의 권력 비판을 떠올리게 되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앰버서더(The Ambassador, 2001)>.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을 받은 작가가 본인이 참석하는 대신 조련사와 함께 공작을 보냈다고 해요. 공작은 베니스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세례를 받았죠.
사실 알리스를 유명하게 만든 퍼포먼스는 얼음 퍼포먼스입니다. '때때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무의미하다(Sometimes Mak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는 제목의 작품인데요. 한낮에 꽁꽁 얼린 얼음을 끌면서 도심을 도는 게 전부입니다. 단단했던 얼음은 뜨거운 태양 아래 다 녹아 버리는데요.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어떤 생산적인 결과물도 남기지 않았죠.
이 퍼포먼스는 멕시코 시티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은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도 하나 추가할게요. ‘믿음이 산을 옮길 때(When faith moves mountains, 2002)’라는 작품입니다.
2002년 프란시스는 페루와 리마의 경계 지역인 벤타릴라의 거대한 모래 언덕을 옮기는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500명의 자원봉사자와 페루 학생들을 모았고, 이들에게 삽을 쥐어줍니다. 줄을 맞춰 구호에 따라 삽질을 하는데요.
놀랍게도 실제로 언덕을 옮기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고작 4인치(10cm)에 불과하지만요... 그는 줄곧 자신의 작업에 대해 '최대한의 노력으로 최소의 결과'를 내기 위해 연구한다고 하는데요. 그의 예술론에 최적화된 작품이기도 하죠.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사람들은 ‘바보 같다, 우스꽝스럽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마친 사람들의 소감은 ‘우리가 해냈다’며 성취감에 들떴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희망을 주는 작품, 또 일부에서는 의미 없는 작품이란 논쟁이 일기도 했죠.
유머러스하고 우화 같은 그의 시도들은 많은 팬을 만들었지만, 저는 가끔 그의 이런 작업들이 지극히 슬퍼질 때가 있어요. MOMA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의 제목은 <기만의 이야기(A story of deception)>였습니다.
알리스는 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요르단에 체류하면서 주로 아이들과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는 이런 전쟁터에 있는 것이 “90%는 지루하고 10%만 움직인다”라고 말했는데요. 10% 동안 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카메라를 사용하면 다들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지만, 그림을 그리면 다들 자기 주변으로 다가온다면서요.
현대미술에서 프란시스 알리스는 작가 파워 18위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최소의 결과’를 내고 싶다는 그의 예술론(?)과 좀 다른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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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알리스의 웹사이트 : https://francisalys.com/
프란시스 알리스의 웹사이트 : https://francisaly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