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23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베네수엘라 출신의 조각가 라파엘 소토(Jesus Raphael Soto, 1923-2005).
소토의 작품은 사각의 프레임을 갖추지만, 철사와 유리판, PVC 투명 튜브 등의 소재를 활용해 평면처럼 보이지만 입체적인 예술을 구현해냈습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라파엘 소토의 작품에서는 가는 철사때문인지 시각적인 진동이 느껴집니다. 렌티큘러(Lenticular, 두 개의 이미지를 겹쳐지도록 프린트한 뒤, 검은 줄 패턴을 이용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는 “평면 회화를 감상하다 보면 관람객들은 잠시 머물다 갑니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물고, 공간 속에 놀면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을까를 오래 고민했습니다”라며 작품 의도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라파엘 소토가 대단한 이유는, 그의 작품 대부분이 1950년대 1960년대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요즘은 흔해 보이는 키네틱(움직이는, 움직임을 가진) 아트나 옵티컬(착시) 아트를 선보인 선구자인 셈이죠. 최근 한 아티스트 그룹의 작업을 보면서 저는 라파엘 소토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이라는 그룹인데요. 기술을 적극 활용해 관람객(또는 다른 아티스트)의 인터랙션을 예술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이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레인 룸(Rain Room)'인데요. 이 공간에서는 폭우가 쏟아지지만 관람객의 주변에만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관람객은 젖지 않고 우중산책을 즐길 수 있죠.
라파엘 소토가 50년만 늦게 태어났다면, 랜덤 인터내셔널과 비슷한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랜덤 인터내셔널 웹사이트 : https://www.random-international.com/work
*랜덤 인터내셔널은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주요 도시를 돌며 전시할 정도의 화제성을 지닌 신진 아티스트 그룹이기도 합니다. 부산에도 2019년 말 레인 룸을 들고 방문한 적이 있고요. 아트바젤 홍콩 관람 시에 랜덤 인터내셔널 토크 세션이 있었는데요. 라인업이 발표되자 마자 하루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가진 그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