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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대지의 예술가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25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대지를 캔버스로 여기는 아티스트 부부가 있습니다. 크리스토(Christo)와 잔 클로드(Jean Claude)입니다. 1958년 두 사람이 만난 이후 50년 동안 모든 작품을 두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했는데요. 2009년 갑작스럽게 잔 클로드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크리스토는 이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하네요. 


두 사람이 주로 해온 프로젝트는 공간을 빌려 ‘가벼운 소란(Gentle Disturbance)’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1995년 6월 베를린의 국회의사당은 은색 천으로 포장되었는데요. 사진을 보면 좀더 이해가 쉽겠죠? 







작품 기간은 1971년-1995년까지로 표기합니다. 1971년 구상한 이래 설득과 허가의 시간이 20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인데요. 1995년 6월 24일 90명의 전문 등반가, 120명의 설치 작업자가 함께 독일 의회를 포장했습니다. 14일동안 포장된 상태로 유지되었고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되었습니다.  

포장된 화려한 수직 주름이 의회의 명예를 더 높이는 듯 느껴지지 않나요?  


두 부부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것을 실현할 장소를 물색하고 드로잉, 스케치를 해서 관계자들을 찾아가 제안한다고 합니다. 값비싼 대여 비용은 물론이고, 작품 설치 허가를 받는 과정도 까다로워서, 베를린의 국회의사당처럼 2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죠.  


이렇게 도시 공간 허가에 시간이 걸리면, 허가가 필요없는 자연을 무대로 삼기도 했습니다. 시드니의 해안가를 포장하거나 콜로라도 골짜기에 커튼을 건다거나 마이애미의 작은 섬을 둘러 싸는 식으로요.  





2016년도 가장 많은 해시태그를 기록한 미술 작품은 바로 #FloatingPiers 인데요. 크리스토는 2016년 7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의 이세오 호수 위에 10만 평방미터 길이의 노란천으로 육지와 섬을 잇는 떠있는 다리(선창)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작품명을 'The Floating Piers'라고 붙였습니다.  


16일간 매일 8만명 이상 총 1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이 작은 호수 마을을 찾았다고 합니다. 예약도, 입장권도 필요 없는 이 대형 설치 작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죠.  







크리스토는 2020년 5월 뉴욕에서 사망했는데요.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을 만드는 일보다 사라질 것을 만드는 일에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두 부부의 마지막 작품인 ‘개선문 프로젝트’가 2021년 9월 공개 예정인데요. 이 프로젝트는 1962년부터 기획된 프로젝트라고 해요. 코로나19가 그때쯤에는 통제가능한 질병이 되어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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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작품을 더 볼 수 있는 웹사이트 : https://christojeanneclau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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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은 어떻게 소장하지, 라고 생각하실 거 같은데요. 저도 잘 몰라서, 경매 결과를 찾아보니,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드로잉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아트바젤 홍콩에 방문했을 당시 주요 갤러리에서 이 부부의 프로젝트 드로잉(주로 장소 위에 아이디어 스케치 또는 채색한 원본) 등을 판매용으로 걸어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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