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플백30일]매일현대미술 감상하기26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예술가는 요정이 될 수 있을까요?
정연두 작가는 2007년 최연소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는데요. 사진 미디어 부문에서는 최초의 수상이기도 했습니다. 또 2012년에는 미국 잡지 <아트 앤 옥션>에서 선정한 ‘가장 소장 가치 있는 50인의 작가’ 중 한국 미술가로는 처음으로 선정되어 눈길을 끌었죠.(아시아계 작가로도 유일)
무엇보다 200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그의 첫 비디오 작품인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구입해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한국 작가의 미디어 작품을 구입한 것은 백남준 이후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그의 '원더랜드(Wonderland)'라는 작품을 처음 보았는데요. 제가 본 사진 프로젝트 중 가장 신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원더랜드는 아이들의 그림을 실제로 구현해 사진으로 찍은 작품인데요. 4개월 동안 작가는 유치원 미술수업을 관찰해 5살-7살 아이들이 그린 1,200개의 드로잉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중 17개를 선택해 재현한 것인데요.
그림을 재현할 연기자를 찾기 위해 고등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돌려 60명을 모집했다고 해요. 그림에서 드러나는 비대칭의 옷소매나 다른 크기의 단추들, 기타 소품 등을 재현하기 위해 패션 디자이너와 소품 제작자들에게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고요.
아이들의 그림에 따라 리얼한 실제로 찍힌 사진은 중력을 벗어나 있고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초현실적인 느낌을 줍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본인은 "가능성이 있는 환상을 좋아한다."면서 "현실과 상상 사이에 선을 그릴 수 없을 때, 때로는 그게 더 현실적인 무엇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내 사랑 지니-Bewitched>입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의 꿈을 사진으로 실현시킨 프로젝트입니다.
작가는 서울, 도쿄, 베이징, 이스탄불, 암스테르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만난 40명의 청소년들의 꿈을 듣고, 실제로 그 꿈을 그럴듯하게 구현했습니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청년은 카레이서가 되고, 길거리에서 홍차를 나르던 친구는 수학교사의 꿈을 이룬 것처럼 사진으로 구현한 것이죠.
"저는 오토바이를 타다 다쳐서 지금은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싶지만, 이제는 조금 두렵기도 해요. 그래서 카레이서가 되고 싶어요."
"내가 늙고 부자가 되면 유럽은 언제든 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북극과 같은 극한 지역은 젊을 때만 갈 수 있겠죠. 그곳을 여행하기 위해 열심히 아끼고 돈을 벌고 있어요. 사람들은 저를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여자애라고 생각해서 막 대하곤 해요. 그들에게 나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 소년은 정연두 작가가 베이징에 머물다 가게 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웨이터입니다. 시골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17살 소년과 그는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요. 얼마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는 요리를 하는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작가는 주변의 일류 레스토랑을 폐점시간 동안 빌리고, 소년이 들고 온 할머니 사진과 비슷한 할머니를 섭외해 요리사가 된 소년을 찍었습니다.
이 작품이 지닌 가장 멋진 일은, 집안의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홍차를 나르는 일을 하던 친구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후원자를 만나 실제로 수학교사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작품명대로 요정이 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