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신발
우리 막내 서너 살 때
신발을 오른쪽 왼쪽 자꾸 바꿔 신기에
몇 번 설명을 해도 듣지 않았다
하루는 아예 방향을 반대로 해서 두고
어쩌나 하며 문 뒤에 숨어서 지켜봤더니
이번에는 반대방향 그대로 신고 나가더라
자전거를 배울 때도 눈썰매를 탈 때도
더디거나 길을 벗어난 적은 있었지만
제 발에 신발을 맞추었지
재단하듯 신발에 얽매이며 자라지 않았다
겨울 가고 봄이 와
모처럼 신발 벗고 맨발 걷기를 하는데
푹신한 진흙을 밟을 때마다
족적이 민망하리만큼 선명하다
세상에 새로 나온 신발이
부처님 금강족마냥 장난치듯 꼼지락거리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다
집에 돌아와 발을 씻으려니
흙 묻은 발은 물론 양말과 신발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신발끈만 빨랫줄에 무슨 염주처럼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