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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박 Dec 05. 2023

상사(上司)? 상사(上事)! 일을 보내라

에스컬레이션 - 일의 성공 위한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아니요, 그건 당신이 할 일이 아닙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 아니 아직은 기한을 넘기지 않았으니 문제는 아닌데 (자리 있어요? 문제 있어요? 글 참고), 현재 단계에서 1주만 더 소요되면 계획한 기한이 지나 문제가 될 것이다.


프로젝트의 목표(지표) 관련해서 주요 부서 간 줄다리기 중이다. 결국 몇 개의 스프린트를 거쳐서, 이 프로젝트 안에서 다 소화할 목표들이다. 다만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으니 한 번에 하나씩 달성해야 한다. 청팀 목표 먼저 하자, 로 기우나 싶다가 다음 회의에서 백팀이 이런저런 근거를 들며 자기 진영으로 줄을 당기는 형국이다.


팀장님 : 그건 져니가 할 일이 아닙니다.

나 : 아... 네... 그런가요?


내가 담당자이고,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프로젝트 내 기한 초과, 문제 발생의 '시그널'을 공유했더니 '당신이 할 일이 아닙니다'라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중간에서 고생이 많다'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 당황했다.

출처 : Unsplash의 Stijn Swinnen



일을 시키세요, 상사에게. 언제까지 해달라고.


팀장님 : 지금 져니가 할 일이 있고, 다른 사람이 할 일이 섞여 있어요.

팀장님 : 프로젝트의 목표 조정 시, 각 부서의 내년 상반기에 달성해야 하는 전략, 상위 목표와 얼라인(align, 맥을 같이 하다)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선행 프로젝트 회의에서는 위계가 다른 목표가 동시에 논의되는 것 같아요.

나 : 넵. 그럼 프로젝트 중 부서 간 요구사항 조율하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팀장님 : 시키세요. 각 부서 의사결정자에게. "이 프로젝트의 범위와 리소스에 한정된" 하위 목표를 달라고.


그전에도 열심히 다. 그러나 팀장님, 부서장님으로부터 비슷한 피드백을 받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바꿨다. 회의 때 제기되는 이슈나, 직접 DB에서 확인한 로그들을 요약하고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한 것.


빨리 결론이 나야 하는 안건은 각 부서의 의사결정자를 "@"로 소환했다. 재택해도 되는 회사지만, 상사(上司)분들 출근날에 맞춰 대면회의를 잡고 반드시 결론 내도록 했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결정할 내용과 기한을 상기시켰다.   


INFP인 나에게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협업하 타 팀 실무자들도 내가 바뀐 것을 감지했다. 아무튼 그 결과 의사결정할 사안들이 하나둘 빠르게 확정되었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년 부서별 상반기 목표, 그에 따른 하위 목표와 전략 관련 일이라면 각 부서의 의사결정자가 (그 부서의 실무자나, 타 부서 소속인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까. 매달 올핸즈에, 전사 목표도 아닌 각 부서의 내년 목표가 공유될 일이 잘 없기도 하고.


출처 : Unsplash의 Mel Poole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일을 만드세요.

학부 졸업하고 일하게 된 첫 회사에서, 3개월 수습기간이 채 끝나기 전 사수의 퇴사로 인한 공백을 메꿔야 했다.정규직으로 일한 첫 직장, 많은 것이 낯설고, 나는 졸업장에 잉크도 마르지 않고,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 않던 소심한 20대 중반이었다.


한편, 회사 안 영업/경영지원/컨설턴트/솔루션 개발 다양한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 밖으로는 회사를 대표하여, 우리 회사를 잘 모르거나 (경쟁사 솔루션을 쓰고 있어서) 우리를 탐탁지 않아 하는 기업체의 경영지원/IT/생산/물류 등 부서의 50대 의사결정자들을 찾아가고, 영업 기회로 연결되게 다리를 놓아야 했.


사수님 : 져니, 지금도 잘 해내고 있지만, 시키는 일만 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요.

나 : 넵. 매주 새로운 기업 고객 대상 워크숍이 있다 보니, 새로 준비할 게 많습니다. 불확실한 요소도 많고요.  

사수님 : 져니는 솔루션 영업 기회의 첫 단추 꿰기를 지원하니 더욱 그럴 것 같네요. 혹시 그 불확실성을 매니저와 나눠가지면 어떨까요? 내가 이 일을 잘하기 위해 이 불확실한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나 : 음, 그래도 어찌어찌하고는 있는데... 자칫 이 일이 어렵다, 못하겠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요?


출처 : Unsplash의 M ACCELERATOR



상사가 할 일을 만들어 주세요.

사수님 : 아니요. 일이 더 잘 되기 위해, 더 많은 영업 기회를 대응하기 위한 도움 요청이면. 일을 만드세요.
 
나 : 일을 만들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죠? 지금도 이미 일이 많아서, 주말에도 가끔 일합니다.
 
사수님 : 일을 만들면 초반에는 더 바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을 것 같아요. 상사에게 이슈(현재 영업 단계에서 워크숍이 가지는 불확실성) 전달하고, 업무 요청(져니가 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매니저가 해주었으면 하는 일) 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매 번 새로운 산업의 새로운 고객사의 새로운 워크숍 기획 및 실행이라는 업무 자체에 변수가 산재했다. 그러니 준비하면서도 불안했고, 워크숍 당일에도 현장 상황이나 반응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했던 것.

즉, 반복되는 불확실성짧은 경력에서 비롯된 나의 미숙함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종종 워크숍의 목표와 성격에 대해, 우리 회사(영업담당자)와 잠재적인 고객사(워크숍 참여하는 실무자) 간 동상이몽하는 상황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집중도나 참여도가 떨어졌다. 그럼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워크숍 초반의 워밍업과 고객 인터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했다. 그러면 갈수록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출처 : Unsplash의 Immo Wegmann



다른 부서에 공유해 주세요, 팀장님   


표본이 몇 개 없었지만, 몇 달간 내가 진행한 고객사 대상 디지털 혁신 워크숍의 정량적, 정성적 피드백을 모았다. 참여한 고객사의 설문지, 해당 워크숍을 요청한 영업 담당자의 피드백, 중간중간 협업했던 동료 분들의 피드백, 워크숍 요청부터 진행, 결과 보고 및 영업 등 단계별 며칠이 걸렸는지. 내가 평균 작성한 메일이나 장표는 몇 개인지.


그렇게 처음에는 FAQ, 그리고 그다음에는 간략한 워크숍 소개 자료를 만들었다. 고객사 본사에서 워크숍 할 때 사용할 목적이 아닌, 내부에 공유할 자료. 그리고 나의 상사에게 1 on 1(원온원) 미팅 때 요청했다. 단순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누구(영업담당자)에게 무엇(워크숍 내부 소개자료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 팀장님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 : 팀장님, 워크숍 하루 이틀만이 아닌, 초반의 준비 작업과 후반의 결과 보고 및 내외부 공유하는 데 이만큼 시간이 소요됩니다. 워크숍 요청 시, 최소한 사전에 고객사와 이런이런 사항에 대해 협의되어야 한다고 영업 부서에 공유해 주세요.

팀장님 : 오, 져니. 이야기해 줘서 고맙습니다. 고객사 대상 워크숍을 기획하고, 앞에서 진행하는 져니뿐 아니라, 우리 실에서 함께 퍼실리테이션 할 지원자들 찾고 업무 조정하는 것 때문에 다른 팀도 고민이 많더라고요. 져니가 만들어 준 '성공적인 워크숍' 체크리스트 갖고 발전시켜서 내부 공유해 볼게요.
출처 : Unsplash의 Brett Jordan



에스컬레이션 : 할 일을 (윗선으로) 보내기    

회사 영업 구조상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 혼자 야근하면서 상황별 대처 시나리오 준비하는 것보다, 상사에게 에스컬레이션(escalation, 업무 윗선 보고) 한 것은 여러모로 현명한 일이었다.


특히 의사결정과 조직 간 이해관계에 관한 업무 요청일 경우, 상사는 부하직원보다 더 많은 리소스를 가져올 수 있었다. 같은 목소리를 낼 지지 집단을 확보하거나, 전사 차원에서 목표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발의하거나.


주변 사람들 반응을 섬세하게 살피고, 더 명확하고, 좋은 표현을 찾기 위해 고민이 많은 나에게, 에스컬레이션은 다른 양상의 커뮤니케이션보다 어렵다. (INFP...) 나보다 더 바쁘고, 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윗사람에게 내 업무의 일부에 대해, 언제까지 어떤 결정해 달라고, 쫓아다니면서 부탁하는 것이 쉽사리 입에 붙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에 대한 도움 요청이 아니라,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도움 요청이다. 게다가 매 번 반복되는 만성 이슈라면? 그 원인이 고착화된 부서 간 협업 방식이나, 좁혀지지 않는 부서 간 이해관계 때문이라면? 더 늦기 전에 상사에게 공유하고, 해결해 주거나 또는 최소한 이런 이슈를 전파해 달라고 해야 한다. 그것이 일 잘하는 것이라 하더라.


상사(上司)에게는 상사(上事)!
일의 성공과 기한 준수를 위해 제때 에스컬레이션 하자.
출처 : Unsplash의 Maksym Ostrozhynskyy

져니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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