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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박 Sep 07. 2021

[페이스북]의 값싼 메타버스 체험판

# Prototype : 지금 스크린 내리고, 여기서 메타버스 회의해보자



전적으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라섹한 나에게 이 무거운 것을 쓰라고?


무더위가 가신 가을학기 캠퍼스. 그런데도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우스꽝스럽기보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보글보글 방금 끓인 라면을 안경 벗을 필요 없이 바로 후루룩 쩝쩝할 수 있는 축복을 기다리는 자.

 

그런데 가상현실 체험 공간에 가면, 사람들이 무겁고 두꺼운 대형 선글라스를 쓰고 다닙니다. 허공에서 양팔을 휘저어보지만 가상공간의 버튼 조작이 녹록지 않더군요. 조금만 움직여도 시야에 보이던 물건이 안 보입니다.


출처 : JTBC Drama | 불안해하는 염정아에 흔들림 없는 김서형의 자신감↗ SKY 캐슬(skycastle) 2회


원래 VR이 이렇다 해도 이상합니다. 현실에서 몇 그램도 안 나가는 안경도 불편해서, 렌즈를 끼고, 시력교정술을 받는 사람들에게 현실에서 못 이루는 꿈과 상상의 공간을 입장하기 위해 잘 보이지도 않고, 엄청 무거운 고글을 준다니요.


과학혁신 특별강연 [메타버스 세계 | The Metaverse and Digital Realities]의 연사 중 더글라스 랜먼은 오큘러스와 페이스북*을 거치며, 7년 넘게 이상적인 디스플레이 경험(Ultimate Display)을 연구한 전문 엔지니어입니다.


(* 주 : '메타'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출처가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 엔지니어의 발표로 '페이스북' 표기) 

출처 : 최종현학술원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특별강연] 메타버스 세계 | The Metaverse and Digital Realities


VR/AR 기업들이 좀 더 가볍고, 좀 더 선명한 기기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몇 g이라도 가벼운 노트북, 스마트워치를 따지던 고객들에게 ‘경쟁사보다 두께를 1/3 줄인’ 홀로그램 기술을 렌즈에 구현한 'VR 선글라스'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더글라스 랜먼은 여기서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선글라스 같은 것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한가?


공원에 나가서 일반 선글라스를 끼고 측정해봤더니, 맨눈으로 사람이 볼 수 있는 좌우 최대 범위, 시야각(Field of View)의 단 63%밖에 못 담아냈습니다. 정말 고객에게 가벼운 선글라스 만들어주면 만족할까요?  




지금 이 공간에서,

고객이 어떻게 경험할지 실험해보자

  

VR 선글라스를 더 싸고 가볍게 개선하는 대신, 그들은 '메타버스' 경험을 이 공간에 세팅했습니다. 그리고, 2명 이상의 캐주얼한 회의가 가능하려면 맨눈으로 보는 것의 13%(63% * 20%) 정도 시야각은 확보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메타버스 공간의 경험을 어떻게 벌써 실험하고 측정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로우 피델리티 프로토타입 (Low-Fidelity Prototype)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낮은 정확도지만 가상현실에서 회의하는 개념을 구체화해본 것입니다.


먼저 PC 게임용으로 보급된 LCD (Shutter Glasses)안경을 개량했습니다. 또, 회의실에서 쓰는 빔 프로젝터와 마우스, 투명한 스크린을 실험자 눈앞에 설치하여 스크린 너머 사람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자 마치 영화에서나 보듯이 동료의 얼굴을 보면서, 허공에 업무화면을 띄우는 메타버스 회의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화면에 끊김도 없고, 시야를 차단하는 장애물도 없는 미래를 미리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제 페이스북이 아닌 '메타'로 사명을 바꿨지만 여전히 리얼리티 랩에서는 연구실 속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벗어나, 다양한 'hands-on' 경험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떻게 사용자의 보는 경험이 달라질 것인지, 배경을 어둡게 하고 유리판을 이동하며 프로토타입으로 검증하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진행하다 보니 반복(iteration) 과정을 거치기에도 용이했습니다. 한 번뿐인 프로토타입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참여하게 해 보고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또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좀 더 고객이 즐기고 원하는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진짜 고객이 원하는
메타버스가 무엇일까?


궁극적인 디스플레이(Ultimate Display) 경험은 누가 더 기술 특허를 많이 내냐가 문제가 아니고, 서비스 경험을 얼마나 잘 디자인하느냐의 문제라고 하는 시니어 엔지니어 더글라스 랜먼의 발표가 인상 깊었습니다.


한때 인공지능이 그러했듯,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기술을 여기저기 기업에서 도입하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어떠한 경험을 주고자 하는지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 경험이 더욱 쉽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이라면, 현재의 물리적인, 기술적인 제약은 뒤로 하고, 프로토타입을 통해서 고객의 의견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도구를 활용하여, 고객이 직접 경험하게 해 보고, 불편하지는 않은지 새로 필요로 하는 것은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져니박 씀


커버 출처 : Unsplash Nathan Wat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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