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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채식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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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Dec 29. 2021

30일의 채식

문뜩, 함께 채식


동생 부부에게 채식을 같이 하자 권했다. 평소 풀이라면 입에도 안대는 동생 남편, 조는 얼굴 가득 싫다는 표정인 데다 쉽게 응할 줄 알았던 동생도 풀만 먹으면 건강이 나빠진다며 거절한다. 나는 그들에게 2주 동안 채식을 하며 느꼈던 점을 설명하며 딱 한 달만 같이 해보자 졸라댔다. ‘풀 극혐론자’ 조는 내가 늘어놓은 긴 설명에 지쳤는지, 혹은 혹했는지, 건강해질 것 같으니 한 번 해본다 한다. 고기만 먹는 조가 자발적으로 풀만 먹겠다고 하자, 동생도 흔쾌히 함께 하기로 했다. 이렇게 나, 남편, 동생, 조 넷이서 30일 동안 풀만 먹고살아보기로 했다.


시작하기 전 몇 번 사전 모임을 가졌다. 고기반찬 없이 밥 먹기에 대해서 조와 남편은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 쑥과 마늘만 들고 동굴에 들어가는 곰과 호랑이 같은 표정으로 계란은 먹어도 되는지, 치즈는 먹어도 되는지, 생선은 먹어도 되는지, 도중에 관둬도 되는지, 끊임없이 물어댔다. 만남을 가질 때마다, 풀만 먹고 산다는 게 생각보다 꽤 복잡한 일이었다.


풀만 먹고살아도 될까?


 세상에는 다양한 채식이 존재한다. 내 주위의 채식주의자들은 풀만 먹는 비건(vegan) 식단보다는 달걀과 유제품까지를 허용하는 오보-락토 베지테리언(Ovo-Lacto Vegeterian)이나 달걀, 유제품 그리고 생선까지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Fesco Vegeterian) 식단을 채택하는 것 같다.

 30일 동안 무엇을 먹고살까를 고르는 건 꽤 치열했다. 조는 채식이란 반드시 풀만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생과 남편은 동물성 단백질을 함께 섭취해야 하지만 생선까지 먹으면 채식을 통한 변화를 느껴볼 수 없을 것 같다 했다. 나는 동물복지 인증이 있는 우유와 계란만 허용하고 소량의 생선까지는 먹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선 시작은 계란과 유제품만 섭취하되 2주 뒤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부터 생선을 더해보기로 결정했다. 초보 채식 도전자들은 계란, 우유, 요구르트, 치즈, 버터까지만이라도 사수하기로 했다. 꽤 많은 것을 허용했는데도 고기반찬 없는 밥상은 여전히 큰 도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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