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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승현 Aug 30. 2021

파란만장 개노답 예대 생활기

굶어죽을거라 생각못했지

 대학교 입시와 동시에 선생님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말은 '무족권' 종합대학에 가라였다. 나는 아예 조까쇼하고 예대에 원서를 던졌고, 남들보다 긴 수시 기간을 견디며 결국 예대에 입학했다. 사실 나는 내가 예대 갈 수 있을 거 알았다. 나는 재능 있었고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학생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 그때는 솔직히 좀 건방졌다. 근데 고삼은 건방져도 되잖아? 이때의 오만함 덕에 조져질 20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선배들은 예대는 재밌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사라졌고 졸업한 이후 그들을 더이상 만날 수 없었다. 그때 그냥 말해주지 그랬어요... 

 대학에 입학하자 온갖 또라이가 다 있었다. 맨발로 학교를 다니는 선배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친구가 삭발 하고 학교에 오지 않나, 그 중 가장 또라이는 '밍밍'이었다. 

 밍밍은 정말 이상했다. 교수님이 인사를 제대로 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운동화를 던지자, 밍밍은 교수님의 운동화를 들고 튀었다. 그래서 그날 하루 종일 교수님은 깽깽 발을 하며 학교를 돌아다녔다. 더 웃긴건 교수님도 존심이 있어서 운동화를 달라고 밍밍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 


"어느 대학 교수가 깽깽 발로 학교를 뛰어다니냐?"

그날 저녁 교수님께 사주 받은 동기 오빠가 밍밍을 혼내자 밍밍이 말했다.


"그 운동화 선물인 줄 알았어ㅋ"


뭐 근데 사실 교수님, 운동도 하고 좋잖아요. 시대가 어느때인데 운동화를 던지냐고요. 어쨌든 그 운동화 한짝은 결국 다시 교수님 품으로 갔고 밍밍은 운동화를 돌려주기 전 예쁘게 리본까지 묶어서 돌려줬다고. 발냄새를 하루 종일 품고 다니는 것도 일이다. 예쁘지도 않은데 들고 다니는 것도 고역이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운동화 어디서 났는지 물어보는데 대답하느라 힘들었다.


"요즘 운동화 예쁘잖아요. 그래서 들고 다녀요."


밍밍의 대답과 함께 이어지는 요상한 눈빛. 하긴 아무리 예뻐도 패션 아이템으로 들고다니기에 뉴발란스 운동화는 무리가 있다. 안그래도 덜이상해 보이려고 꽃도 꽂아보고 연필도 넣어봤는데 영 아닌 것 같았다고.







눈치 챘는지? 밍밍은 사실 나다. 대학 다닐 때는 몰랐는데 학과 최고 또라이는 나였다고, 동기들이 종종 술을 마시면 웃으며 내게 말했다.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게 엉망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이래저래 나의 20대를 기록할 겸 이제 내 이야기를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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