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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Dec 06. 2022

06/ 아프다, 기회가 왔다

22/12/06 PM 9:50

오랜만에 몸이 아프다.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면 즉각적으로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보면 참 당연할 수밖에 없는 연결고리인데도, 인지하지 않으면 몸 따로, 마음 따로, 생각할 때가 더 많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일까? 


아프면 나의 인내 물그릇에 물이 가득 차 버린다. 작은 물 한 방울만 더 떨어져도 참지 못하는 상태이다. 쉽게 방어적이 되고, 쉽게 기분이 가라앉아버린다. 나는 자주 아프고, 자주 짜증을 내는 인간이었다. 아프면 만사 귀찮아지고, 미간을 찌푸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구는 사람이었다. 


몸과 기분의 상관관계를 알고는, 평소에 크게 반응하지 않던 일에 문득 기분 곡선이 크게 요동치면 일단, 몸 상태를 스캔하게 됐다. "몸에서 어딘가 불편하단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럴 때가 많다. 기분이 막연히 나빠지는 것 같지만, 가만 지켜보면 크고 작은 이유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 일순위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내 경우 몸 컨디션. 아프면 훨씬 예민해진다. 그건 본능이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나의 본능 센터가 자연스럽게 먼저 작동되고 있었던 거다. 이런저런 자극이 공격인지 감별해내느라 한층 민감해지는 것이리라. '인내하기'로 보내던 에너지는 자연스레 회복하는 데로 흘러간다. 


그걸 알게 된 이후 몸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건, 잘하던 일이라 자신 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준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바로, 운동. 모두 중요하단 걸 알지만 실천하기가 만만치 않다. 나에겐 특히 취약한 부분이다. 나는 대체로 움직이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거쳐 필요성을 인식했고, 최근에는 최소한 몸이 굳어 더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기 전에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부드럽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겨울이라 쉽지 않다. 근육들이 쉽게 긴장하고 수축해 있는 느낌이라 살살 움직여 풀어내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럼에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컨디션 난조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은 아파도 좀 다르게 대응할 수 있단 걸 알았다. 아프다고 무조건 기분 나빠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픈데도 좀 두면 나아지겠지, 하고 몸의 신호를 무시하거나, 참아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아파도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 약속을 거절하지 못할 때, 그러니까 아픈데도 자신을 챙기지 못할 때에 감정적 문제로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다. 나를 우선에 두지 않을 때, 마음이 약해진다. 


몸이나 마음이 어딘가 불편하다는 건 자신을 알아봐 달라는, 신호이다. 이 신호만 잘 알아차려도 훨씬 자신을 잘 챙길 수 있다. 아프면 모든 일을 제쳐놓고 우선 나를 챙긴다. 아픈 건 자신에게 가장 친절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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