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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by hotlionheart

불렛 로스터 사진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 circle이 반복되다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돼버릴 때가 있다.

관절 통증과 붓기로 무겁기만 한 몸을 틈만 나면 안락한 침대에 눕히곤 했었는데, 이 행동 패턴이 더 몸을 굳게 만들고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다. 어둠의 자식도 아닌데 머릿속은 온갖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서, 시간이 흐르고 외부 자극이 변했는데도, 그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제 신문물 로스터(roaster)를 세 시간 경험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 층 아니고 두 층 가벼워져서, 아침부터 벌떡 일어나 어제 볶은 커피콩들을 커핑해 봤다.

내 타겟 지점은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화사한 느낌이 충분히 느껴지게 하는 것이었다. 총 4 배치(batch)를 볶았었는데, 세 번째 콩은 초반부터 벌벳 같은 단맛이 느껴졌고, 네 번째 콩은 화사함이 압도적이지만 단맛이 좀 부족했다. 그래서 다음번 목표 지점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콩 사이 어디쯤이 되겠다.


로스팅한 커피 콩들


한밤중에 올라온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교육 공지에 망설임 없이 몇 십만 원을 탁탁 쏴주면서, ‘이제까지 내가 교육비에 얼마를 썼나’ 대략적인 계산을 해봤다. 거기에 그동안 마시러 다닌 커피값과 원두값, 기름값, 에스프레쏘 머신과 그라인더 기계들 값을 더해보니 천오백만 원은 쉽게 넘어버리는 것 같다.

나란 사람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이마트 쓱배송으로 살 때도 온갖 할인쿠폰을 다운 받고, 배송비 삼천 원을 안 내려고 만 원짜리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는 그런 류의 사람이다.


‘나를 돈 쓰는데 용감하게 만드는 원인은 뭘까? ’라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단어는 <즐거움, 자기 만족감>이다. 이 단어들이 징검다리처럼 내 일상을 지속 가능케 만들어 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잔고는 점점 줄어가지만 내 삶은 충만감으로 채워진다.

연말에는 다른 학교 한 군데에 이력서를 내서 수입원을 더 늘려야겠다. "슬기로운 덕질생활"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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