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니, 내 인생을 통틀어서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금요일마다 있는 커피 센서리 수업 모임에 신체 활동이 어려운 특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그날 그분은 유달리 안색이 창백하고 지쳐 보였다. 그 선생님은 수업 초반에 여담으로 가르치고 있던 학생이 특정 수업 과정을 중도 포기하게 되는 일이 최근에 있었다는 말을 꺼냈다. 그 일로 인해 그분은 선생님으로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또, 그 과목을 클로징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중간 관리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었다.
그 얘기를 듣고서 나는 그 선생님이 자신의 어려움 뒤에 말하지 못했던, 그 학생이 느꼈을 현실적인 한계가 어렴풋이 짐작이 되면서 잠시 찡한 마음이 들었었다. 거기에 더해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 부모님이 또 한 번 맞닥뜨리게 되었을 견고한 벽이 남일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는 이내 수업이 시작되어 커핑을 하면서 순서대로 커피 플레이버(flavor)에 대한 구술이 진행되었다. 내 차례가 지나가고, 내공 높은 분의 순서가 지난 다음에, 그 선생님의 구술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빠른 속도로 흩어지는 단어들은 무의미해지고, 그 목소리의 깊이와 울림만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니, 내 가슴이 미어지면서 뜨거운 눈물이 눈에 가득 차게 되었다. 내 몸과 정신은 점차 휘몰아치는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 무아지경에 이르게 되어, 나는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불과 1, 2 분 동안 이어진 구술에서 그분의 목소리 울림을 느끼면서 내 감정은 미친 듯이 요동을 쳤고, 머릿속은 빛 한 줌 없는 까만 밤바다가 소용돌이를 쳤다. 그리고, 이 상태가 끝이 없을 것처럼 영원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구술이 멈추고, "한 편의 감동 드라마였나요?"라고 웃음기 묻은 대사를 그분이 던져줬을 때, 나는 겨우 오열을 멈출 수가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려보니 수업에 참여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이 그제서야 느껴졌다.
미스테리이긴 하지만 이날 일을 나름 과학적으로 풀어보자면, 공감능력 좋은 편인 내가 공기 중에 퍼져나간 그 선생님의 “고뇌와 마음"을 담은 "목소리 파동”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분과 나의 주파수가 딱 맞아떨어졌기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지금 그날을 잠시 떠올려 보아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