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내 수업이 끝나고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다.
연예인의 연예인이라고 불리는 브루노 마스(Bruno Mars) 노래가 내 흥을 돋군다.
수업 시간에 온 에너지를 쏟아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이기에, 보통 수업 후에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최소 한 시간은 누워 있어야 기력을 회복할 수가 있다.
기초 체력이 없어서, 소위 말하는 '저질 체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아이를 데리러 가는 목요일에는 수업 후에도 찐한 에스프레쏘 세 잔을 연거푸 마신 것처럼 한 껏 각성이 되어,
고속도로에서 신나게 엑셀을 밟게 된다. 6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오십 분도 체 안 되는 시간에 완주하여 대학교 안 단과대 앞에 도착했다.
혼자 차 안에서 딸아이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몰 시간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아 있지만, 회색빛 구름이 잔뜩 껴 있는 하늘은 어스름한 저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서늘한 공기마저 더해지니, 분주히 움직이는 이십 대 젊은 대학생들을 보면서 가슴이 뭐랄까.. 일렁인달까..
일렁이는 감정 속에는 불현듯 허전함이 올라오고, 그들의 젊음 속에서 추억하게 되는 나의 이십 대와 지금 나의 나이 듦이 교차하여 떠오르고, 곧 만나게 될 나에게만 투덜거리는 딸에 대한 보고픔이 섞여있다.
지난 주말 딸아이를 다시 학교 앞 숙소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난히 가슴 한 켠이 아렸었다.
혼자서도 이 지역의 크고 작은 병원들을 잘 찾아다니며,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생기면 진료를 받고 약을 타왔다고 연락을 한다.
응급 상황까지 가지 않게 하려고 자기 컨디션 조절도 미리미리 하면서, 식사도 약도 혼자서 "너무" 잘 챙겨 먹고 있다는 게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가 곁에서 더 이상 지켜주지 못할 때가 오면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벌써부터 그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안쓰럽기만 하다. 갑자기 웬 청승인가..
엄마가 이렇게 애달파서 눈물이 고이고, 입을 삐죽이며 기다리는 걸 알리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내 딸은 만나자마자 내 전투력을 곧 활활 타오르게 만들 것이다. 그게 우리의 루틴이니까..
그 누군가는 내 마음을 아는지 갑자기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차창에 부딪혀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