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한여름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더운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동차 에어컨 바람 소리에 백그라운드로 틀어놓은 유튜브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풍을 뿜어내는 에어컨이 저러다 사망할 것만 같다.
차 밖은 너무 위험한 곳이지만 화장실은 가야겠기에 차문을 열고 굳은 관절을 삐거덕 거리며 오른쪽 다리를 땅 위에 놓았을 때, 내 다리에 누가 열풍기를 바짝 대놓은 느낌이 들었다. 슬로우 모션으로 상체를 꺾어 올리고 왼발을 마저 떼어 놓으니 백 드래프트 당한 것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열기에 휩싸이는데, 헉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꼭 휴가길에 데려가야 된다고 해서 동행한 털 많은 별이가 휴게소 의자 위에서 혀를 길게 빼놓고 헉헉댄다. 물그릇을 트렁크에 두고 나와서 생수 병뚜껑에 물을 담아 들이미니 철벅철벅 소리를 내며 급하게 물을 먹는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가뿐 숨을 내쉰다.
이 와중에도 먹어야 하는 딸아이는 감자구이와 소떡구이를 사는데, 두 군데 키오스크를 종횡무진하며 재빠르게 음식을 받아 소스까지 다 뿌리고 성큼성큼 저 앞으로 가버린다. 나는 이제서야 핫도그 키오스크 주문을 마치고 엉성한 폼으로 핫도그 두 개를 들고 소스 보관대로 향하고 있는데 말이다. 뭐든지 빠른 아이와 느린 엄마의 조합은 거의 언제나 마찰을 일으킨다. 하지만 오늘은 짜증조차 낼 수 없는 날이었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으니까.
고소한 구운 감자 보다 그 위에 뿌려진 짭짤한 소금이 더 감칠맛이 나는 건 날씨 탓이겠지? 소떡구이도 한입 베어 물고, 남겨진 핫도그도 아까워서 한입 먹고 나서 시원한 생수 한 모금 먹고 나니까 차에서 내릴 때보다 덜 덥게 느껴졌다. 그새 십여분 동안에 몸이 적응한 걸까?
다시 이글거리는 주차장에 세워진 차 문을 열고 아흐 소리를 내며 차 안에 들어갔다. 건식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이제 한 시간만 더 가면 집이다. 생각해 보니 세 식구가 삼 년 반 만에 휴가여행을 간 거였다. 이런저런 일들로 셋이서 모이기가 힘들었었는데, 먹고 자고의 반복뿐인 짧은 일정이었고, 늘 그렇듯이 둘이서 나를 디스 하곤 했는데도, 오랜만에 많이 웃었던 시간들이었다.
함께여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