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오브 핫플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금요일마다 두 시간씩 미친 불금 강남도로를 뚫고 상경하고 있다. 아직 한여름의 폭염이 오기 전 어떤 날에는 두 시간 반이 걸린 적도 있었다. 서울-대전 거리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면서 운전석에 꼼짝없이 앉아서 어찌나 허리가 아프고 발목이 저리던지 한숨이 푹푹 나와더랬다.
성수역사 아랫기둥을 끼고 우회전을 하면 낡고 어지러운 건물들 사이 골목골목에 살색 패션을 선보이는 이십대들이 무리 지어 보이기 시작한다. 거리를 배경으로 일행들 사진을 찍느라 몰입한 이들에게 나는 거의 투명인간이다. '나 지나가야 되는데.. 나 안 보이니? 너네들 부피의 두 배인데 안 보이냐고?'라고 속으로 외치곤 한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주변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디* >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나 여기는 포토존이 되어 예비 신랑신부들부터 관광객들까지 매장 입구에 뭉탱이로 모여있다. 태풍 상륙일 바로 다음날인 오늘도 역시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어떤 아가씨가 특이하게 <디* 건물>을 배경으로 <디* 잡지책>을 찍고 있었다. '나름 신박한데?'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서 못마땅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얘들아, 여기 너네들 등골 빼먹는 곳이야. 여기가 그렇게 너네 인생에서 기념비적인 곳이 아니라고. 너네가 이거 산다고 디* 레벨? 의 수입을 버는 게 아니라고!' 이렇게 가녀린 팔뚝을 붙잡고 얘기해 주고 싶어졌다.
어디에 돈을 쓸지 뭘 좋아할지는 상대적인 거고 매우 개인적인 것이지만, 이런 거 "숭상"하는 애들한테 꼰대질을 하고 싶은 욕망이 마구 올라왔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내가 그 길을 가봐서 아는데, 너네 그렇게 하면 인생 망한다. 이런 꼰대의 속내를 나름 가이드해준다는 명분으로 잘 포장해서 참견하고 싶어진 것이다.
내 자식도 아닌데, 이게 무슨 무례한 오지랖인가? 말 한마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 지신이 매우 잘 알고 있기에, 나 혼자서 부끄러울 뿐이다.
이 나이 때쯤 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거구나.. 하면서 일반화를 시키며 나 자신을 합리화시켜본다. 신생아처럼 아니, 신늙은이처럼 하루하루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수업 시작한다. 이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