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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Aug 13. 2023

<명리학에 관심 있으세요?>


한 달 전쯤엔가 무너진 루틴을 다시 세워보려고 아침마다 갔던 프랜차이즈 카페에 다시 출근도장을 찍기 시작했을 때였다. 2층에 위치한 그곳은 그냥 가다가 들릴 수는 없는 장소적 특징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출입구가 앉아있는 나를 기준으로 오른쪽 끝과 내 등뒤 왼쪽 이렇게 두 군데 있다.


오랜만에 주문한 심리학 책을 펴고 빠져들고 있을 때였는데, 웬 안경 쓴 여자가 뭔가 쓰인 종이를 들이밀면서 해맑은 표정과 목소리로, “명리학에 관심 있으세요?” 하는 거다. 잘 못 알아들은 나는 흰 종이에 쓰인 명리학.이라고 적힌 한자를 보고 나서 그 여자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쌀쌀맞게 “관심 없어요!”라고 답했다. 처음 볼 때부터 웃고 있었던 그 여자는 씩 웃으며 아무 말도 없이 들어왔던 오른쪽 문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생각해 보니 그 명리학 전도사는 2층에 위치한 이 카페를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구를 마다하고 계단을 올라와 오른쪽 출입구로 들어와서는, 다른 사람들은 다 지나치고 창가 구석자리에 있는 나에게 직진해 와서 마치 나 너 알고 있다.는 식의 미소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도에 실패하자 바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 사람 뭐지?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굳이 등 보이고 앉아있는 나에게 곧장 와서 전도한 이유가 뭐지? 그녀가 나를 알고 타겟으로 정해서 다가왔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 등에 나는 내 사주 내가 봐요. 내 가족 사주도 내가 봐요. 가끔 타로도 보고 유튜브 타로도 기가 막히게 뽑아요. 이렇게 쓰여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최근에는 파리에 있는 조카 이름을 들먹이며 카톡으로 가짜

청첩장까지 받는 일이 생겼다. 보자마자 낚시구만. 하면서 차단하긴 했지만.


이것저것 쓴다고 브런치며 블로그, 인스타에 내 신상을 내가 까발려 놓은 게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걸 계속 써야 하나 고민이 되긴 했지만 오늘도 나는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다.


신흥 사이비 종교인지 모르겠지만 명리학 전도사여. 다음번에는 내가 네 사주를 봐줄 터이니 그냥 내빼지는 말아라. 네 눈에서 본 똘끼 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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